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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초고가 ‘우즈의 퍼터’ 왜 살까?…‘우즈의 능력’ 갖고 싶은 심리 탓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10.21
  • 조회수 340

■ 스포츠 용품 ‘파노플리 효과’

경매 나온 중고 ‘백업용 퍼터’
최고가 1억8000만원에 낙찰
 사용중인 퍼터는 최대 58억원

 엄청난 금액에도 구매하는건
 자신의 사회적 지위·능력을
 스타 위치와 동일시하려는 것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백업용 퍼터가 최근 미국의 한 경매업체에서 15만4928달러(약 1억8000만 원)에 팔렸다. 골프용품 전문경매업체인 골든에이지 옥션에 따르면 이 가격은 지금까지 기록된 퍼터 경매 낙찰가격 중 최고 금액이다. 시작가 1000달러로 출발한 이번 경매에서 모두 55명의 응찰자가 경합했다.

이번에 팔린 퍼터는 우즈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코티 캐머런 뉴 포트2 모델과 디자인, 세부 사양이 똑같다. 지난 2001년 미국의 퍼터 장인 스코티 캐머런이 우즈의 퍼터가 손상을 입거나 망가질 때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백업용이라고 한다. 이 퍼터는 앞면과 뒷면에 ‘체리 밤’이라고 하는 특유의 붉은 색 큰 점 문양과 우즈의 퍼터임을 표시하는 ‘타이거 우즈’란 글자가 음각된 것이 특징이다.

캐머런은 매년 우즈를 위해 1∼2개씩 여분의 퍼터를 제작하는데, 우즈는 이 퍼터들을 연습용으로 쓰거나 필요할 경우 경기에 사용한다. 이번에 나온 퍼터는 이들 제품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이 퍼터를 입수해 경매에 내놓았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비밀에 부쳐졌다. 우즈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카티 캐머런 뉴포트2 퍼터는 그가 거둔 메이저대회 15승 중 14승을 함께했다. 골든에이지 옥션의 한 감정평가사에 따르면 우즈가 사용하고 있는 진품 퍼터의 가치는 무려 300만 달러(35억 원)에서 500만 달러(5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왜 진품도 아닌 한낱 백업용 퍼터를 1억8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들이는 것일까?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책 ‘소비의 사회’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생산중심의 사회에서 소비중심의 사회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소비의 사회에서는 소비의 대상인 상품이 단순히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를 넘어 기호가치를 갖게 된다고 봤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 능력, 권력 등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특정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라고 불렀다. 파노플리란 장난감 세트처럼 비슷하거나 관련 있는 것끼리의 묶음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파노플리 효과는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소비하면서 자신을 같은 제품을 쓰는 소비자 집단과 같은 부류로 여기는 환상을 갖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한 끼 밥값보다 비싼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후식으로 마시거나, 일시불로 구매할 형편이 안 되는 값비싼 외제 차를 구태여 할부나 리스를 이용해 타고 다니는 것도 이들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은 파노플리 효과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명인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도 파노플리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포츠용품회사들도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유명 스타 선수들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급하고 용품사용계약을 체결한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는 2001년 골프용품 시장에 진출할 때, 골프계 최고 스타 우즈와 5년간 골프의류 및 클럽을 사용하는 대가로 무려 1억 달러(약 1170억 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나이키는 2012년에는 차세대 골프황제로 꼽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붙잡기 위해 당시로는 스포츠 사상 최대 금액인 2억5000만 달러(약 2922억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파노플리 효과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특정 제품의 소비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심리적 믿음에서 비롯된다.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환상을 실현해준다는 점에서, 남들이 쉽게 사기 힘든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과시적 소비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거나 뽐내고 싶어 하는 베블렌 효과와도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 주말골퍼들이 유명 스타들이 사용하는 용품이나 클럽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심리에는 파노플리 효과 외에서도 뿌리 깊은 인류의 주술적 믿음도 자리하고 있다. 고대 원시인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 용맹한 적 전사의 신체 일부를 먹거나 그의 소지품을 갖고 싶어 했다. 이를 통해 전사의 힘과 능력, 그리고 용기 등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옮겨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암컷을 거느리는 수컷 물개의 음경과 고환을 뜻하는 해구신을 섭취하면 정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엉터리 성의학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s://mail.naver.com/read/9907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