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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신령한 기운 담긴 ‘반도(蟠桃)’… 무병장수·영생을 꿈꾸다 [김한들의 그림 아로새기기] / 김한들(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8.31
  • 조회수 571

(40) ‘일월오봉도’의 양면 회화 ‘해반도도’
19세기 중후반 작품 추정… 작가 미상
높이 2m… 궁궐행사 위해 그려진 듯
바다 배경에 반룡 닮은 나무줄기 꿈틀
가지 매달린 복숭아 농익은 탐스러움

 

‘일월오봉도’의 뒷면에 자리 잡은 ‘해반도도’. 먹으면 무병장수한다는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일월오봉도·해반도도’. 국립중앙박물관

◆모두의 건강과 안위를 바라며

 또다시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휴와 집회, 종교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재확산을 시작한 모양새다. 확진자는 지난 며칠간 400명 육박을 지속하는 중이다. 수도권에 그 숫자가 집중했다고 하나 전국 어디도 안전한 곳은 없어 보인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전 세계 어디이고 안전한 곳은 없는 듯하다.

이러한 국면의 파급으로 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건강해야 경제활동도 할 수 있고 의미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경제적 손실보다 걱정되는 것은 모두의 건강이다. 누구에게는 감기처럼 지나간다지만 누군가에게는 후유증 또는 사망까지 부르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식을 보고 들으며 복숭아 그림을 꺼내어 보게 된다. 모두의 건강과 안위를 바라기 위해서다.

◆복숭아를 먹으며 무병장수를 꿈꾸다

 서왕모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최고의 여신이다. 처음에는 표범 꼬리와 호랑이 이빨을 가진 반인반수로 알려졌다. 전한시대에 아름다운 선녀로 바뀌며 왕과 관련한 일화도 생겨났다. 후한시대 도교가 성립하며 여신의 모습이 됐다. 최고의 여신이자 모든 신선을 관리하는 우두머리로 자리 잡았다. 그림으로 전해지는 서왕모는 호화로운 비단옷에 봉황을 수놓은 가죽신을 신은 절세 미녀다.

 서왕모는 신선들의 땅인 곤륜산, 상상의 선계(仙界)에 살았다. 그의 궁전은 하늘세계와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에는 취천(翠川)과 약수(弱水)라는 강이 흘렀다. 강한 물살에 바다만큼 높은 파도가 치는 강이었다. 용이 아니고서는 건널 수 없는 정도라고 알려졌다. 이렇게 단단한 장벽을 친 궁전 왼쪽에는 요지(瑤池)라는 연못이 있었다. 어느 배우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 가사 속 요지경(瑤池鏡)의 유래다.

서왕모는 여기서 반도원(蟠桃園)이라는 과수원을 관리했다. 이 과수원에서는 반도(蟠桃)라고 불리는 복숭아가 열렸다. 나무줄기가 아직 승천하지 못한 반룡(蟠龍)과 닮아 가진 이름이다. 반도는 꽃피는 데 1000년, 열매 맺는 데 1000년, 익는 데 1000년, 총 3000년의 시간이 지나야 먹을 수 있다. 3000년 만에 반도가 익으면 서왕모는 모든 신선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해반도도’ 세부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이렇게 함께 모여 먹은 반도에는 신령한 기운이 담겼다. 반도를 한 개 먹으면 3000갑자, 즉 1만8000살까지 살 수 있다. 서왕모가 오랑캐를 무찌르고 주나라를 반석에 올린 목왕에게 선물한 이유다. 중국의 당악곡에는 이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서쪽에서 선경 떠나 하늘에서 내려와(西離仙境下雲宵) 천년의 신령스러운 복숭아를 드립니다(來獻千歲靈桃). 임금의 보령 하늘 같기를 축수 올리며(上祝皇齡齊天久)”

◆왕과 함께한 ‘해반도도’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의 도교문화-행복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유교, 불교와 함께 삼교로 일컬어질 만큼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룬 도교문화를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한국의 도교문화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핀 대규모 전시로서는 최초라 할 수 있었다. 출품한 다양한 장르의 유물 중에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그림들도 있었다. 바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와 ‘해반도도(海蟠桃圖)’다. 이 두 그림은 양면 회화다. ‘일월오봉도’를 뒤집으면 그 뒷면에 ‘해반도도’가 있다. 신선 세계의 복숭아, 즉 반도를 그린 그림이다. 필자 미상으로 19세기 중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한다. 20세기가 되며 서양에서 들어온 안료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연의 석록, 석청을 사용해 화면을 밝히는 것이 보인다.

2m를 넘어서는 높이는 남자 성인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다. 일반 백성의 집에서는 제작 및 설치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크기다. 궁궐이나 황실 행사를 위해 그려진 그림으로 여겨진 이유다. 실제 박물관에서 연구해 보니 ‘인정전영건도감의궤’에서 ‘일월오봉도’를 묘사한 듯한 기록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해반도도’ 역시 창경궁에 설치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앞뒤 두 그림과 크기가 같은 이 해반도도는 그 안을 장식한 한 쌍의 장지(障子)로 보인다. 방 중간의 벽과 천장에 문틀을 고정한 다음, 문지방은 필요에 따라 끼우고 장지문을 달면 공간을 구획할 수 있는 칸막이 형식이다.

그림의 배경에는 바다의 파도와 같은 물결이 겹겹으로 친다. 그리고 우측 하단에는 물결과 닮은 기암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에서 복숭아나무는 제 모습을 드러낸다. 굵직한 가지를 구불구불 뻗어내며 자기 기운을 드러내는 듯하다. 앞서 언급대로 반룡이 꿈틀대는 모양새를 똑 닮았다. 그 가지에 매달린 복숭아는 탐스럽기 그지없다. 동그랗게 하얀 얼굴의 끝에 붉은 연지를 찍은 것 같다. 그 붉은 맺힘이 과즙이 흐를 정도로 복숭아가 농익었음을 알게 한다.

‘일월오봉도’를 묘사한 듯한 문헌을 통해 창경궁 설치를 추측해볼 수 있다. 필자미상, 일월오봉도·해반도도. 국립중앙박물관

검은 기암 위에 있는 것은 복숭아나무뿐만 아니다. 가만히 뿌리 주변을 살펴보면 나무가 아닌 것도 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른 대나무 천죽(天竹)이다. 그리고 붉은색을 가진 무엇인가도 보인다. 바로 신선들이 먹는다는 영지인 불로초다. 무병장수를 이루게 해주는 반도와 불로초가 한 화면에 위치하는 그림. 그래서인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에서도 생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모든 묘사가 정교하고 섬세하며 색채는 선명하고 강렬하다.

반도를 그린 ‘해반도도’는 십장생도의 일부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해, 산, 거북, 학, 사슴 등과 함께 그려지는 식이다. 이러한 장생의 상징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반도만이 주인공인 그림은 흔하지 않다. ‘해반도도’가 가진 영생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지속하는 힘

 할리우드의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지난 4월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가슴 통증은 물론이고 후각 상실, 가슴 통증, 생리불순 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머리를 빗자 머리카락 수십 가닥이 빠지는 모습을 공개했다. 우리 나라 배우와 함께 ‘미스트리스’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건강한 모습을 기억한다. 그 기억을 가지고 이 영상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움과 위로의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전염병 재확산 소식에 걱정이 커진다.

우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몸을 아끼고 안전한 곳에 머무르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안해하기보다 침착함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적당한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하기 위해서다. 이런 태도가 어쩌면 반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후 변화와 전염병 등을 마주한 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 말이다. 목왕도 나라를 지키고자 애썼기에 서왕모에게 영험한 복숭아를 선물 받았을 것이다.

큐레이터 / 국민대학교 미술관,박물관학 겸임교수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200826528567?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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