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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헤르손 탈환, 러시아를 정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2.07
  • 조회수 331

1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헤르손 중심가에서 이뤄진 국기게양 행사에서 오른손을 가슴에 얹어 경의를 표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결정적 승리인 것 같아도
러시아 보복 공격 우려되는 헤르손 탈환
러시아 협상 나설 가능성은 아직 낮아


드디어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했다. 헤르손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가장 먼저 점령한 남부 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헤르손 수복으로 인해 매우 고무될 만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월 11일을 우크라이나의 '역사적인 날'이라 지칭했고, 미 백악관도 '특별한 승리'라며 환호했다. 반면 헤르손 철수는 러시아에 '굴욕적 패배'라 할 수 있다. 러시아 강경파들이 이번 철수 결정에 대해 군 지도부를 비난하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헤르손 탈환은 우크라이나의 최종 승리로 향해 가는 결정적 한 걸음인 것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승전보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하에서 침략자는 응징되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의 믿음과 기대에 너무나 잘 부합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승전보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의 전개 과정을 되짚어보면, 우크라이나가 자국군의 선전에 한껏 고무되었다가도 곧 역공을 당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케르치대교가 폭발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시민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전 세계인들이 기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것은 바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을 불러왔고, 그 결과 현재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물도, 전기도, 난방도 없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는 사실 예상되었던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10월 중순부터 헤르손 주민들을 피란시켰고, 그 결과 약 6만 명이 피란길에 나선 것으로 보도된다. 이를 두고 헤르손 시내에서 시가전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동시에 러시아군의 철수 가능성이 점쳐졌다.


헤르손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전방위적 공세 때문에 러시아군이 철수해야만 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헤르손 시내에서 격렬한 전투가 있으리라고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싱겁게 전격적으로 철수해버렸다. 물론 항복한 것도 아니다. 일부 보도에서 항복이란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군의 결정은 헤르손의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하면 합리적 군사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드네프르강의 서안에 위치한 도시 헤르손을 드네프르강 동쪽과 연결하는 다리는 안토니우스키대교 하나뿐이다. 이 다리가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 헤르손의 러시아군은 드네프르강 동쪽의 자국 병력과 단절된 채 고립된다. 이것을 우크라이나군이 왜 모르겠는가? 지난 7월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이 다리를 계속 공격했다. 러시아군의 복구와 우크라이나군의 폭격이 반복되는 가운데, 결국 러시아군은 강의 동쪽으로 철수 후 이 다리를 완전히 폭파시켰다.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였던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위의 도로와 철로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습도 계속되었기에 러시아군 보급에 차질이 있었던 것도 철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2만에서 2만5,000명에 달하는 러시아군은 드네프르강 동쪽에 3중으로 방어선을 구축한 자국 군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헤르손을 점령했던 러시아군이 최정예 부대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병력을 유지하는 것이 러시아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따라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싶어서 종전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크렘린은 너무 조용하다.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열려 있다는 말은 예전부터 늘 해오던 말에 불과하다. 또한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재 제안이 바로 푸틴의 종전 요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루속히 종전 협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우리네 마음이 모스크바보다 더 조급한 것 같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