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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스타트업은 짜맞춰 가는 '퀼트'…답 정해진 '퍼즐' 아니다 / 이우진(경영학부) 교수
지난해 여름 신문에 한 기사가 나간 뒤 정신없이 분주해진 청년창업가들이 있었다. 기사는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해서 성장한 청년창업가를 고발하는 내용을 다뤘다. 노동법 위반항목을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해당 스타트업의 불합리한 처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취업에 성공해 직원이 된 청년들이 열악한 근로환경과 쉴 틈조차 없는 현실에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이 스타트업은 허술한 근로계약서에 토를 다는 청년들에게 협박으로 대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기사를 읽는 이들을 광분케 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 창업 생태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창업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명 액셀러레이터 대표가 자신의 SNS에 해당기사를 공유한 것이다. 그는 해당 스타트업이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순진하고 배고픈 청년들의 기대를 이용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창업이라는 한동네에서 일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시작했고, 해당 청년창업가들은 더 난처해졌다.
우리가 흔히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르는 '안트러프러너십'은 어떤 일에 대해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진취적인 자세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특히 창업과 같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자원은 불충분하고 명확한 체계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개인의 안트러프러너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트러프러너십의 특성은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사라스바티 교수가 창업가들의 행동양식이라고 설명한 '구현하기(effectuation)' 방법론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음식을 만들 때 어떤 음식을 정하고 재료를 준비해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냉장고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TV프로그램처럼, 있는 재료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며 결과물을 구현해 내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요리가 탄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족한 재료를 이용해 무언가 만들다 보니 오히려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음식을 특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 요리하는 것은 정해진 결과를 목표로 설정해 이루는 '목적달성(causation)'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명확한 지향점을 설정하고 가기 때문에 '구현하기'보다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확률은 적다.
같은 맥락으로 '퍼즐(puzzle)'과 '퀼트(quilt)'가 있다. 퍼즐과 퀼트는 안트러프러너십으로 가장 유명한 미국 동부의 뱁슨칼리지에서 창업교육방법으로 활용하는 게임 중 하나다. 명확히 게임의 결과물이 결정돼 있는 퍼즐은 '관리자적 사고(managerial thinking)'를 의미한다. 반대로, 퀼트는 주어진 천조각들로 모양을 계속 짜 맞춰 가기 때문에 팀원들의 생각에 따라 모양이 계속 변하게 된다. 최종 모양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한 결과물을 팀원들이 가진 천조각으로 헤매며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기업가적 사고(entrepreneurial thinking)' 과정이라 설명한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부족한 자원과 시스템에서부터 출발해 구현하기 활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때론 부적절함의 경계에서 판단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창업기업의 속성일 수도 있는 이런 모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창업생태계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창업가들의 성장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 시간을 써가며 창업가들을 돕고 창업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있다. 창업기업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견고한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며 창업친화적 문화를 만드는 것은 생태계 구성원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앞선 기사는 청년창업가들이 올린 해명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심지어 계약서를 부분 발췌해 내용을 구성했다는 점이 보는 이들에겐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창업 분야의 모범적인 모델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구루(guru)가 이런 기사를 바탕으로 청년창업가에게 뜻밖의 냉소적인 비판을 한 것은 자식을 혼내는 아버지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그는 이후 이 청년들의 책임감 있는 사후대처에 훌륭한 모습이라고 자신의 SNS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창업에서 부족한 자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훌륭한 인재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나오고 시장 변동성이 큰 오늘날에는 어떤 인재들이 함께하느냐에 스타트업의 명운이 달려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와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한 넷플릭스(Netflix)의 기업문화와 인재관리를 들여다볼 만하다. 파격적인 수준의 자율성과 책임을 중시하고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한 바탕에는 확고한 채용과 인재관리 원칙(Netflix culture decks)이 존재한다. 확고한 원칙을 근간으로 무한한 창의성을 지지하는 문화를 성장동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창업가들은 그간의 시행착오와 창업철학을 담은 원칙을 바탕으로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인재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명확한 원칙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의 문화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면 그만큼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업계 전체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우리도 노려보는 시선과 차가운 비판보다는 질정(叱正)과 격려를 해주려는 제스처가 필요하다.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요,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라 했다. 오늘도 우리나라의 청년창업가들은 여기저기 있는 디딤돌을 딛고 또다시 가뿐하게 일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