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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볼턴, 와트의 마음을 헤아리다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5.02
  • 조회수 314

매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영국 버밍엄 소호 지역의 한 저택에서 모임이 열렸다. 집주인은 기업가 매튜 볼턴, 참석자는 웨지우드 도자기의 경영자 조사이어 웨지우드, 과학자 조셉 프리스틀리, 의사이자 작가인 에라스무스 다윈(찰스 다윈의 할아버지), 증기기관 기술자 제임스 와트 등이었다. 늦은 밤 집에 돌아갈 때 불빛이 필요해서 보름날 모였다는 이 모임을 사람들은 루나 소사이어티라 불렀다. 경제사학자들은 이런 모임들이 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으며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한다.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의 협업
증기기관 완성, 산업혁명 동력 돼
리더·창작자는 서로 보완적 존재
상호 존중 없으면 상처뿐인 결말

 

 


일러스트=김지윤

 


1760년대 영국의 버밍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다. 소호 지역에는 40개 이상의 공장이 모여 단지를 이루고 있었고, 복합적이며 광범위한 산업구조가 형성된 최초의 현대 산업도시였다. 소호 공업단지의 유력한 기업가 매튜 볼턴은 루나 소사이어티를 주도하면서 자신의 사업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바꿀 기회를 맞이했다. 바로 와트와 함께 증기기관의 완성을 이루어낸 것이다. 루나 소사이어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와트와 볼턴의 ‘콜라보’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1769년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를 받은 사람은 와트였지만 실제로 이를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연결하는 데는 볼턴의 공이 컸다. 기록에 따르면 와트는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기계의 원리를 기가 막히게 이해하고 해체 및 조립을 능숙하게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시 뉴커먼 엔진의 생산성을 4배나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증기 기술을 발명했지만 이를 사업화할 자금이나 능력은 부족했다. 와트는 특히 회계나 사업적 협상 등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아주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튜 볼턴

 


운이 좋게도 와트에게는 볼턴이 있었다. 볼턴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트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두 사람은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증기기술에 대해 의논했다. 볼턴은 와트를 설득해 버밍엄으로 이사하도록 했고 마침내 증기기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완성했다. 그 과정은 기업가와 창의적 기술자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볼턴은 다양성과 포용을 통한 융합적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토론그룹이었던 루나 소사이어티를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고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해 자신의 공장에 적용했다. 14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규교육 못지않은 다양한 기회를 통해 학습하면서 사업을 키웠고 타고난 마케팅 감각을 발휘했다.

 

 


제임스 와트

 


볼턴은 와트의 기술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것이 사업적으로 어떻게 연계될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볼턴은 자신이 가진 인맥과 영향력을 발휘하여 증기기관의 특허 기간을 연장했다. 16년에 불과한 특허 기간 내에는 상업적 가치를 가진 신제품을 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의 분위기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볼턴은 끈기있게 요청하고 설득한 끝에 15년을 추가로 연장했다. 신제품이 나온 것이 1795년. 만약 예정대로 1785년에 특허만료가 되었다면 연구는 중단되었을 것이며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볼턴이 와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와트는 완벽주의자답게 늘 비관적이었으며 자주 우울증에 빠지곤 했다. 자신의 기술이 완성될 수 있을지 고심하며 괴로워하는 와트를 지지하고 북돋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볼턴의 중요한 임무였다. 볼턴은 와트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수록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럴수록 논리와 직관, 모두 필요하다. 글로벌 엔터기업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당대의 뛰어난 프로듀서로 평가받는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과 인맥, 사업적 마인드를 가진 리더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창작자, 기술자는 서로에게 보완적 존재다.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할 때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되면 모두에게 상처뿐인 결말만이 남게 된다. 최근 사태를 보면서 와트와 볼턴의 보완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