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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

  • 작성자 하수정
  • 작성일 13.05.14
  • 조회수 12768

 


 
아스피린
 
몸살이 나 씹었다네
아스피린
그 쌉쌀한 맛속에 숨어있는
진실된 고백
머리야 나아라 머리야 나아라
 
감기가 나 씹었다네
아스피린
그 쌉쌀한 맛속에 숨어있는
진실된 고백
감기야 나아라 감기야 나아라
 
생리통이 심해 씹었다네
아스피린
그 쌉쌀한 맛속에 숨어있는
여자의 숙명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영화들에는 꼭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려 침대에 누워 명시를 외우다 잠들고, 내가 직접 그 혹은 그녀를 향한 시를 써보기도 하고 러브레터를 쓸 때면 이 시라는 소재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바로 위에 쓰여있는 시도 영화 <우리 형>에서 시 낭독 동아리에서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이렇듯 한 때는 낭만의 대명사였던 시가 어느샌가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시,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왠지 거리감을 느낀다.
시, 라고 하면 우리는 학창시절 문학시간에 밑줄 그으며 비유, 은유, 함축법이라는 용어로만 우리에게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 속엔 우리의 삶이 있다.
짧은 구절이지만 그 속엔 시대를 앞서 살아간 이들의 흔적이, 고뇌가, 기쁨이 담겨있다. 책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국민*인이라면, 책 읽기가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국민*인이라면, 책과 친해지고 싶지만 계기를 찾지 못한 국민*인들이라면 시집을 권하고 싶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성취감과 많은 사유를 가져다주는 시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청춘만큼이나 달고도 씁쓸한 시. 게다가 날씨까지 도와주니 이보다 더 감수성에게 자양분을 줄 수 있는 시기는 없다.
 
따뜻한 봄볕이 정수리를 향해 고스란히 내려앉는 계절 봄. 따스운 봄만큼이나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시집. 말하자면, 죽기 전에 꼭 읽어야하는 시리즈에 살짝 얹혀가 청춘이 다 지나기전에 꼭 읽어야하는 시집을 국민*인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그러니까, 시 입문서 정도로 여기면 좋겠다.
 
자 이제, 도입부를 읽으며 ‘시집 한 번 사볼까?’라는 이들은 스크롤 내릴 준비를 하자. 막연한 관심으로 발을 들였다가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시집을 고른다든가, 지나치게 철학적인 것들을 고르게 된다면 이 기사를 쓰는 의미가 무색해져 곤란하다.
 그러한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국민*인들에게 엄선하고 엄선한 시집들을 소개한다. 각자에 취향에 맞춰 골라 읽어도 좋고, 순서를 정해 하나, 둘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시집은 총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권이 나왔다는 건 첫번째 편이 호응이 좋았기에 그에 대한 결과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 시집을 제일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백석, 체 게바라, 이성복, 정약용, 정호승 등 교과서나 어디서든 한 번 쯤은 흘려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런 반복효과는 우리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만큼 쉽게 손이 가리라 예상해본다.


이 시집은 사실 제목조차 한 편의 짧은 시 처럼 느껴진다. 외로울 때 시를 읽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 역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또 그만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을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주고 싶은 시’를 수록했다고 전했다.  책 제목 때문인지 시들이 전부가 어머니가 읽어주시는 시 같다. 어머니 같은 시들은 나에게 위로의 손을 건네고 나의 슬픔에 손수건을 함께 적셔준다. 제목들만 훑고 지나가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덧붙이자면, 이 시집을 엮은이도 시인이다. 다소 이 책도 좋지만 이 책을 엮은 작가의 시집도 물론 추천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시집을 끝까지 다 읽는다면 아마도 누구나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성곡도서관 문학/역사도서실(자2층)  811.15 신94ㄸ

 

 



어느 서점이든간에 베스트셀러 시집 섹션에서 이 시집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류시화가 엮은 시집의 이름이다. 실제로 이 시 제목은 그 시집에 실린 시 중 한 구절을 따온 것인데, 많이들 인용하는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라는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가 그 주인이다.


경쟁사회가 과속화 될수록 사회가 우리에게 바라는 목소리는 크고 뚜렷해졌고 그에 맞춰 살아가야만 하는 요즈음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도, 듣는 법도 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체가 ‘나’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애써야 한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시집은 우리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네 영혼의 목소리를 들으라’라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낸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나의 오늘을 되짚어 보며 한 편의 시를 읽어보자. 어느 샌가 내 영혼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것이다.

 

성곡도서관 문학/역사도서실(자2층)  808.81 사231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시인인 정호승 시인의 시집이다.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들이 80여편 담긴 이 시집은 여태껏 나는 얼마나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얼마나 이기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만물을 대했는지를 반성하게 만든다. 그리고 더 넓은 시야를 내 눈 앞에 펼쳐 보인다. 그렇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다.


모든 시가 그러하지만 정호승 시인은 티끌만한 먼지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하려 애썼다. 무심코 지나가고, 밟아버리곤 했던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종종 시의 소재로 삼곤 하는데, 물끄러미 오랜 시간 바라보고 애정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발견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안개꽃과 다른 꽃들의 차이점에 착안해 써내려간 시 <안개꽃>은 나는 왜 안개꽃을 바라보며 단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냐를 되묻게 만든다. 어딘가에 적어두어 두고두고 읽으며 사람을, 사물을 대할 때 가져야할 자세를 매만져볼 것을 권한다.
정호승 시인은 이 시집 머릿말에서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다 시가 들어있다고. 내 인생의 나의 시를 품고 있는 것도 좋지만, 이 시집에서 좋은 시 하나를 택해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해보자.
 


 성곡도서관 문학/역사도서실(자2층)  811.15 정95ㅇ

 

 



고등학교 문학 시간 <여승>이란 시로 우리와 만났던 백석.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일종의 문화충격을 겪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죽었다’라는 한 문장이 어떻게 저렇게 변신할 수 있는가를 감탄하는 것을 넘어서 경이롭다 여기며 한동안 멍하니 그 구절을 바라만 보기도 했다.


정본 백석 시집은 백석 연구를 25년 동안이나 해온 한 교수가 발표한 책이다. 우리의 언어에 심취했던 백석의 시들을 꼼꼼히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 시집의 의미가 깊은 건 발표 당시의 표기를 살린 원본을 만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백석의 시에서는 방언과 고어가 큰 역할을 한다. 시를 읽을 때 토속어와 방언을 소리내 따라 읽어보는 것도 정본 백석 시집을 120%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백석의 시들은 방언이나 고어가 아니라면 어딘가 모던적인 느낌의 것들이 많다. 현 시대에 쓰여진 것이라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이 시집을 읽을 때면, 백석이 먼발치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이 시대에 살아가는 외로운 이들,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한 구절의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의 언어를 사랑했던 백석, 정본 백석 시집을 읽는다는 건 백석의 감정 속을 거니는 일과 같다.
 

성곡도서관 문학/역사도서실(자2층)  811.1 백53ㅈ

 

 


지난 해 KBS 드라마 <학교 2013>에 이 시집의 제목이 등장해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도 잘 어울렸고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많은 청소년들과 더불어 청년들에게 더없이 필요했던 한 마디였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흔들림에 끝은 있는 건지, 꽃이 피려 흔들리는 건지 혼란 속을 걷고 있을 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구절이었다.


시는 멈춰서 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느 시점에서 울고 있을지, 손길이 필요한지를 마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그런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종환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가 특히 그렇다. 그만의 맑은 감수성들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모여 시가 되고 그 아름다운 시들이 모여있는 이 시집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 옆에 시들이 내려와 앉아있다. 더불어 이 시집은 송필용 화백의 그림과 함께 구성한 시화선집이라 시각적 재미가 더해져 시를 더 시답게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계절의 변화마다 인간들이 자연으로부터 배워야할 것들이 시 속에 배어있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절절하지 않으면,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 아니면, 울컥 치솟는 것이 아니면 시가 아니라’고 전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들이기에, 꽃보다 더 흔들려도 우리는 오롯이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말하고 있다.

성곡도서관 문학/역사도서실(자2층)  811.1 도75ㅎ
 
 

 


+서울 시

성곡도서관 문학/역사도서실(자2층)  811.16 하51ㅅ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 한 번쯤을 접했을 <서울 시>. 심지어 저자의 별명은 ‘SNS 공감 시인’이다.
처음엔 재미삼아 올리곤 했던 단 두 줄의 짧은 글이 하나의 책이 되어있다.
 
'서로가 소홀했는데/덕분에 소식듣게돼'-하상욱 단편 시집 `애니팡` 中에서
'끝이 어딜까/너의 잠재력'-하상욱 단편 시집 `다 쓴 치약` 中에서
 
감성이 넘치는 시들과 더불어 위트가 번뜩이는 이런 시집 하나 정도로 나 스스로를 무장한다면 아이언맨 열 수트 부럽지 않을 것이다.
 
 


겨우내 땅 속 깊은 곳에서 숨 쉬던 모든 생명들이 따스한 빛을 받고 땅 위로 솟아나는 계절인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날씨는 황홀하고 짙은 녹음 사이로 빛이 흩어지는 걸 바라보니 5월이다. 이 계절, 바람에 실려 오는 봄의 소리와 함께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누군가에게 읊어주는 봄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