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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인 책다방 #5]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
책을 읽자! 국민*인!
과제하느라 바쁘고, 팀플 하느라 바쁘고 연애하느라 바쁜 국민*인…….
몸도 마음도 지친 당신에게 마음의 양식을 주려고 한다. 이번 책 다방 5번째 선정도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이다. 책 이름만 봐서는 분명히 과학적이고 지루할 책이 분명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내용적으로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을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책 다방'에는 박병규(공과대학 자동차공학과 09)학생과 최은지(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 12)학생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먼저, 이 책은 어떤 책인 것 같아요? 간단하게 나눠볼까요?
병규)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책을 읽기가 싫었어요. 우선 제목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 작가는 사람이 유전자에 의해서 조종당한다고 말해요. 유전자는 자신이 계속 살아남아야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을 조종해서 어떻게든 생존하도록 이끈다는 것이죠. 그래서 책 제목도 ‘이기적 유전자’인 것이고요.
은지)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주장에 설득 당했어요. 최대한 비판적으로 보고 저의 생각을 고집하려고 애썼는데, 책이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사람들은 이타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 생각을 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옆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옆 사람을 의식하면서 살죠. 그런데 그것 또한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해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죠.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생존’은 꼭 생명 유지의 ‘생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는 폭 넓은 의미의 ‘생존’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우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들은 이타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물질적으로 돕는 것, 이런 행동은 누가 봐도 이타적인 모습이잖아요. 하지만 이것은 선행을 하는 나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고 좋게 봐주길 원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고 곧 그것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에요. 이것을 결국 유전자가 이끌고 조종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어요. 물론 부분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Q.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 이 두 책은 정반대의 뜻을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데 막상 읽어보면 ‘이타적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의 후속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두 작가 모두 유전자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고, 그것을 동물의 생존방식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했죠. 기억나는 부분이 있나요?
병규) 저는 매와 비둘기 이야기가 기억이나요.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잖아요. 먹이 싸움을 할 때도 그렇고 자기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도 싸우죠. 근데 여기서 보면 매는 매끼리 싸울 때 서로 피터지게 싸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둘이 싸우면 둘 다 크게 다쳐서 손해라는 거죠. 물론 이긴 쪽은 얻는 것이 있겠지만 지는 쪽은 정말 큰 손해를 보는 것이잖아요. 근데 비둘기의 경우는 달랐어요. 사람들이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 하죠.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비둘기는 자기들끼리 싸울 때 상처내면서 싸우지 않는데요. 그냥 계속 귀찮게 하고 살짝살짝 괴롭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한 마리가 지치면 딴 곳으로 날아가는 거고 그게 진 거래요(웃음). 매들의 싸움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 같지만 결국 비둘기는 이기면 이익을 얻는 거고 져도 크게 손해는 아니에요. 다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근데 만약에 매와 비둘기가 같이 산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비둘기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매의 세상이 되 버리겠죠. 그럼 또 매와 매끼리 싸우고 둘 다 어느 정도 손해를 보게 되요. 죽는 매들도 생길 것이고 개체수가 다시 줄어들 거예요. 그럼 다시 비둘기가 늘기 시작하겠죠. 이런 생태계의 법칙도 유전자가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를 대대로 물려주기 위해서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죠.
은지) 저는 오빠가 말 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죄수의 딜레마’가 생각이나요. 죄수의 딜레마는 서로에 대해 불리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는 죄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요. 두 죄수가 서로 의리를 지킨다면 두 사람은 다 유죄를 선고받겠지만, 서로 불리한 증거를 폭로한 경우보다는 형량이 적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죠. 그렇지만 어느 한 사람이 배신을 한다면 배신한 쪽은 풀려나는 것이고 배신당한 사람만 죄를 받겠죠. 여기서 바로 딜레마가 생겨요. 작가는 ‘죄수의 딜레마’를 알기 쉽게 게임으로 표현했어요.
‘편의상 죄수에 대해서는 잠시 잊어버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과 점수 따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이 의리를 지키면(침묵을 지키면) 각자 3점씩(포상)을 얻는다. 둘 다 배신하면 각각 1점씩(징벌)을 얻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배신하고 다른 쪽은 의리를 지키면 의리를 지킨 자는 점수를 얻지 못하고(어리석음의 대가), 배신자는 5점을 얻는다(악마의 유혹). 따라서 상대편이 배신할 것이라면 당신도 배신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만 0점이 아닌 1점이라도 얻는다. 그러나 상대편이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당신은 배신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 경우 당신은 3점 대신에 5점을 얻는다. 결국 상대방의 태도에 관계없이 당신은 배신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나 상대방도 똑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결론은 상호 배신이다. 의리를 지키면 두 사람 다 최소한 3점을 얻을 수 있지만 결국 1점밖에는 얻지 못하는 것이다.’
Q. ‘리처도 도킨스’와 ‘매트 리들리’는 진화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죠. 사실 사회적으로도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해 의견 대립이 심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은지)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원숭이가 진화하여 지금의 사람이 된 것이다.’라고 말하잖아요. 물론, 지금의 원숭이는 어떻게 된 거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이거에요. 인간과 원숭이는 동일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죠. 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와서 각자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 한 쪽은 지금의 인간이 되었고 한 쪽은 원숭이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유전자가 변화는 환경 속에서 계속 살아남으려고 생명체를 진화시켰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같기도 해요.
병규) 저는 진화론에 대해서 언급하기 보다는 창조론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진화론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상상에서 이론으로 발전한 것이죠. 결국 사람의 생각이라는 거예요. 우선 저는 교회에 다니거나 성당에 다니지 않아요. 근데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믿어요. 원숭이든지 사람이든지 생명의 시작은 어땠을까요? 결국 진화이전에 최초의 원숭이와 사람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많은 과학자들은 그렇게 말해요. ‘빅뱅이론’을 이야기로 들면서 우주의 대폭발과 함께 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하죠. 그 사람들은 부족한 과학적 근거와 이론을 이야기로 들면서 설명을 하죠. 이것도 또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에요. 예를 들어 보죠. 세상에는 사람보다 많은 수의 개미들이 삽니다. 어디를 가든지 개미를 찾아볼 수 있죠. 개미들도 사람들처럼 그룹지어 살고 개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서 살아가요. 물론 사람들처럼 음성으로 언어를 쓰지는 않지만 호르몬의 분비를 통해 서로간의 의사표현을 하죠. 그리고 개미도 사람처럼 집을 짓고 먹을 것을 챙기고 번식도 하면서 인간처럼 살아가요. 개미들은 그들의 세상이 전부인줄 알거에요.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겁니다. 과연 개미들이 스마트폰을 알까요? 지구 말고 우주라는 세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모르겠죠. 그것이 바로 개미의 한계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인간의 한계에요. 분명히 사람이 생각지도 못하는 세계가 있을 거예요. 아무리 사람들끼리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 세계이죠. 다른 차원의 세계랄까? 그래서 저는 ‘신’이라는 존재가 있을 것이고, 만일 있다면 생명의 근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지막으로 ‘국민*인의 책 다방’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서 나누고 마치기로 하죠.
은지) 사실 최근 들어서 과제하고 학과 공부한다고 책을 멀리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생각 없이 사는 기계 같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저는 한동안 사람이 아니었나 봐요(웃음). 이번에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사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우선 유전자의 이기성에 대해 충격적이었고 한편으로는 신선했던 것 같아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작가의 논리에 의해서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와르르 무너졌어요.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랄까요? 뭔가 저의 시야는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서 좋아요.
병규) 저도 은지와 같은 생각이에요. 평소에 읽지 않았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런 장르의 책을 좀 더 읽어볼 생각이에요. 철학적이면서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 저에게 맞는 것 같네요. 다시 이 두 권의 책으로 돌아와서 저의 느낀 점을 말씀 드리면, 결국 이 책들이 말하는 것은 그거에요.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하지만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 해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이기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이기적이게 행동한다면 세상은 살인, 강도, 절도 등의 범죄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식적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이것이 결론입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든 이타적이든 그것에 얽매이며 살지 말고 나보다 타인에게 좀 더 배려하며 살면 책에서 말하듯이 배려를 받는 사람도 좋고 나도 좋은 것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 그리고 진화론과 창조론. 세상에는 상반되는 제목과 주제들로 널려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하는 것들이 아닐까? 그냥 물 흘러가듯이 무의미하게 사는 것보다 인간답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하늘은 높고 옆구리 시린 가을이다. 우리의 옆에 애인이 있는가? 있으면 부러운 거고 없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가서 책 한권을 빌려 옆구리에 끼자. ‘이기적 유전자’ 한권을 빌려도 좋고 남은 옆구리 한쪽도 시리면 ‘이타적 유전자’도 빌려보자. 마음이 풍성한 가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