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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박상준 영화감독을 만나다 / 시디 93 동문, 종합예술대학원 12 재학

  • 작성자 백이영
  • 작성일 14.05.29
  • 조회수 16413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93학번)를 졸업하고 종합예술대학원 (영상미디어전공 12학번) 재학 중인 박상준 영화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으로서 끊임없이 영화세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장르의 영화에 과감히 도전하여 관객과 소통하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격>, <무덤>, <우리시대의 남자>, <기다리던 손님>이 대표작이다. 오는 6월 12일에 개봉하는 박상준 감독의 영화 <황제를 위하여>는 돈과 야망, 욕망이 넘쳐나는 부산 최대의 사채 조직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기대되는 작품이다. 지금부터 박상준 영화감독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담긴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Q.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딱 어떤 순간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영화를 좋아했었고, 당시에는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와 같은 공중파를 통해 주로 영화를 접할 수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꼭 챙겨보았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 영화를 보고부터 영화에 매료되었다고 기억한다. 이후로 무의식적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다보니 영화감독에 대한 동경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하면서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Q.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서도 영화전공이 아닌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여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영화전공을 하는 친구들은 배우가 되고자 연기를 공부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영화학과를 진학하기엔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영화감독 중에는 미술을 전공한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라든지 미국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영화감독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영화란 시청각 예술인만큼 시각적인 훈련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각디자인 전공이 도움이 되었다. 영화는 시각적인 전달력이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화의 미장센 즉, 무엇을 찍고, 어떻게 찍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시각적인 훈련이 많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 구상했던 하나의 단상에서 텍스트로 시나리오를 쓰고 시각적으로 구현할 때에도 시각적인 전달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Q. 영화제작을 할 때 중요한 모티브가 된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황제를 위하여> 영화뿐만 영화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때 모티브를 잡는 것은 한 순간이다. 사진 한 장이 될 수 있고, 그림 한 장이 될 수도 있고, 또는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이미지를 보는 한 순간의 장면에서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그런 다음엔 한 순간 시작된 모습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이면의 모습들을 상상해나가면서 스토리를 확장해 나간다.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한 순간을 시작으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구성해 나가면서 살을 붙이고 한 편의 스토리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황제를 위하여>영화는 남자들의 욕망을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 특별한 순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기보다 살면서 내 주변에서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친구나 동료, 선후배들의 모습들에서 실체는 없는데 내면의 욕구로 어딘가를 도달하고 싶고 무언가를 얻고 싶은 그러한 욕망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남자들의 욕구와 욕망의 끝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 끝에는 결국 특별한 무엇이 없음에도 내면의 욕구를 위해 거침없이 살아가는 남자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영화적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Q. 영화 제작 시에 어떤 부분에 가장 초점을 맞추시나요?
현실에서는 서로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웠던 부분들 또는 금기시 되는 부분, 현실에서는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그런 것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극장을 찾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나도 저런 감정이 있었지.' '나도 저렇게 생각 했었지' 하는 자신이 표출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영화에서 끌어내어 보여주고 싶다. 이러한 부분들을 영화에서 끌어내어 보여주는 것이 영화에서 할 수 있는 특권인 것 같고,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Q. 영화<황제를 위하여>를 볼 때 가장 주목할 부분은 어디인가요? 
남자들, 수컷들의 실체 없는 욕망과 욕구를 가장 잘 드러나는 인문들의 모습과 감정들을 주목하여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 영화를 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의 욕구 안에서 뿜어지는 에너지를 보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Q. '황제를 위하여'가 여타 느와르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느와르 영화 자체의 원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관객들은 영화적으로 많이 꾸며지거나 영화적 장치를 많이 한 영화들을 쉽게 접하지만 영화<황제를 위하여>는 어두운 내면 속의 욕망과 욕구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꾸밈없이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날것의 감정을 따라가는 클래식한 느와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Q. <황제를 위하여>메이킹 영상에 나오는 남자들의 거친 액션의 촬영 기법이 독특하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연출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연출기법의 특별함보다 인물들의 여과되지 않은 감정이나 내면의 욕구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랐다. 그래서 액션이라는 것도 액션 자체로 보여주기보다 그 상황에 놓인 인물의 감정, 감정이 표출되는 하나의 몸부림에 집중했다. 꾸며진 액션이 아니라 날 것의 느낌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에서 감정이 표출되길 바랐다. 화려한 조명을 세팅해서 멋있게 보이려 하지 않고 예를 들어 모텔 장면에서는 리얼 감을 크게 하기 위해 후레시 불빛 하나로만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 식으로 날 것의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하였다.

 

 

Q.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요?
<황제를 위하여>영화에서는 거친 남자들의 모습을 통해 남자들의 약육강식 세계를 미화하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결국에 남자들의 욕망의 끝을 쫓아가보면 남자들이 추구하는 힘의 논리라던가 아니면 남자들이 생각하는 성공,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향은 사실 실체가 없는 허상이기에 허무함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건달이나 사체업자라는 음지의 직업들 또한 그들을 미화시키지 않은 채 욕망에 대한 허상의 부분들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꿈틀거리던 성공에 대한 야망이 어떻게 보면 허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야망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Q. 영화를 찍으면서 생긴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나요?
영화라는 것이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수십 명 수백 명 배우와 스텝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많은 사건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다. 영화를 만드는 현장은 그만큼 치열하고 힘든 부분이 많은데, 이번 <황제를 위하여>를 촬영할 때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36시간 밤샘 촬영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6년 이상 방치된 상가지하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사전에 방역작업까지 하고 치열한 액션장면을 찍었다. 주인공 이민기씨 경우에는 노출장면이 있다 보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촬영하다 보니 촬영이 끝나고 저 뿐만 아니라 배우와 스텝 전부가 탈진상태가 되어서 전염병 비슷하게 다 같이 병원신세를 지면서 고생했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Q. 열악한 촬영현장 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영화제작과정이 힘들 수 있는데, 마주하는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감독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찍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이 나올지 100% 확신을 갖고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에서 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 된다. 내가 만들고 있는 영화가 다 만들어 졌을 때 나오는 그림이나 최종 결과물에 대해서 생각하고 끊임없이 상상을 하다보면 힘이 생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극복해 나가면 나중엔 내가 생각하고 바랐던 최종결과물의 영상들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다.

Q.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한 편으로는 많은 어려운 시간들을 겪고 만들어 낸 영화이기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감독이라는 직업은 다 만들어서 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저 장면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그래서 뿌듯하고 홀가분한 그런 느낌보다도 아쉬운 마음이 오래 남는다. '저 장면에서는 조금 더 열심히 할걸.' '배우와 스텝과 더 많이 얘기해볼걸.'하는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다. 때문에 객관적으로 자유롭게 내가 만든 영화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서 아쉬운 부분은 다음 영화에 참고해서 보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

 

 

 

 Q. 다음 작품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것 중에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황제를 위하여>이전에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다. 이전에 준비했던 영화는 스릴러 장르 중에서도 틴 스릴러이다. 10대 15살 중학생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주인공이 뜻하지 않게 위험한 상황에 휩쓸리게 되는 그 영화를 다음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개봉일자는 확답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바람이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 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영화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 보지 않은 영화에도 도전하고, 시도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담는다거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들과 지금처럼 계속 소통하고 싶다.

Q. 감독님께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유희'이자 행복이다. 내가 가장 몰입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나의 직업이 되었고, 그것으로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는 부분이기에 행복하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접하고 영화를 생각하는 시간들이 가장 즐거웠다. 많은 돈을 투자하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일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캠코더 하나만 들고서도 무언가를 찍어볼 때면 가장 즐겁고 신이 났다. 앞으로도 이런 즐거운 유희를 느끼며 살고 싶고, 내가 정말 즐겁고 재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빨리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내가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의미이자 힘이다.

 


Q.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나도 대학시절 영화를 굉장히 사랑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학교 다닐 때 영화에 한번 쯤 푹 빠져보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만큼 자유로운 시간들은 없는 것 같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예술영화나 제3세계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접해보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다. 나도 상업영화 감독이지만 한국영화가 상업화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영화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국민*인들은 다양한 영화를 스스로 찾아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중에 영화인이 되던 안 되던 문화적으로 많은 자양분이 되고 시야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Q. 영화감독을 꿈꾸는 국민*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에서 말했듯 영화는 나에게 가장 큰 유희이다. 물론 유희라고해서 무조건 즐겁고 재밌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힘들고 오랫동안 인내해야하는 어려운 시간들이 있는데, 이런 어려움을 참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일보다 영화를 만드는데 몰입할 수 있어야한다. 영화를 만들어 구현시키는 데에 있어 끝까지 이 일을 즐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어떤 목적이나 이유보다도 우선시해야 할 것이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가이다. 그렇다면 이후의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바람보다도 영화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제쳐 놓고도 영화에 빠져서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푹 빠져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박상준 영화감독의 삶이 그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시련과 역경을 겪게 되더라도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그리며 긍정의 힘을 얻는 박상준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었다. 국민*인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