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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저자 손성곤을 만나다.

  • 작성자 신진효
  • 작성일 15.07.26
  • 조회수 11662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라고 외치는 13년 차 직장인 손성곤(경영학부 95)의 목소리는 어쩐지 쓸쓸하게 들린다. 그가 말하는 무적의 회사원은 ‘상대할 적이 없을 정도로 최고, 최강’이라는 뜻의 무적(無敵)이 아니다. ‘마음 둘 곳이나 적을 둘 곳이 없다’는 뜻을 지닌 무적(無籍)을 말한다. 10여 년의 회사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시련을 견디고 때로는 풍파에 쓰러져 정신이 피폐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그가 얻은 깨달음을 함축한 문장이다. 그리고 모든 깨달음과 회사 생활의 노하우를 책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와 블로그 <직장생활연구소>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리고 이 기사에는 직장 생활을 연구하는 그가 동문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왔다.

 

먼저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저자 손성곤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경영학 전공 95학번 동문이다. 첫 회사인 제일모직에서 3년 정도 재직했었고 지금은 홈플러스 패션 매입 본부에 10년째 다니고 있다. 세상 모든 직장인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3년 전부터 블로그 <직장생활연구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회사생활하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글로 남기고 있다. 또 회사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이직과 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있으며 직장인들이 제2의 인생을 찾도록 돕는 WannaMe(워너미) 라는 직업큐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Q.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요?

2003년, 제일모직 입사 면접을 할 때 면접관이 제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어요. 제 꿈 중에 하나가 직장 생활 10년 차가 되면 내 분야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책을 꼭 한 권 쓰고 싶다고 말했었어요. 면접관과 저 자신한테 말했던 그 꿈을 이루고 싶은 목적이 첫 번째 이유에요. 두 번째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어요. 후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도 너무 많았어요. 세 번째 누군가가 나처럼 힘든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본인의 책을 ‘회사에서 싫어하는 책’이라고 표현하는데 왜 회사가 싫어할까요?

회사에서 좋아하는 책은 정해져 있죠. '회사는 이런 곳이니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해라.'라고 말하는 책이나, 직원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만한 거장들이 쓴 책이죠. 하지만 제 책에는 회사의 민낯에 관에서 얘기한 부분이 많아요. 상사는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임원들을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해 놨죠. 속마음을 들키면 좋아할 리 없잖아요.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쓰고 강사가 돼서 강의로 돈을 벌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강사가 되려면 회사 인사팀에서 불러 줄 만한 내용을 써야 해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처음 쓰는 책이니 내가 하고 싶은 말, 내 안에서 넘쳐 나는 말을 하자라고 마음먹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썼어요. 읽는 직원들은 좋아할 거에요.

 

Q. 대학생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인 것 같아요.

대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98퍼센트는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그게 정상이에요. 사람은 경험한 만큼만 보여요. 아무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해도 본인이 경험해보기 전까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나도 ‘헛소리 하지 마’ 라고 했는데 막상 그 위치가 되니까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말이 맞다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는지가 이해돼요. 대학생들이 지금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2~3년 정도 회사 다니다가 읽으면 될 것 같아요.

 

Q. 사회 초년생이 가장 많이 하는 회사에 대한 착각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 회사 가면 다 가르쳐 줄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어요. ‘일을 시키려면 뭘 가르쳐 줘야 할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스스로 일하는 방법을 찾고 배우라는 뜻이에요. 깨지면서 배우라고 시키는 것도 있어요. 자기 스스로 일을 찾고 묻고 해야지 가르쳐줘요. 선배들이 하는 말들을 메모해뒀다가 궁금한 것들을 모아서 질문하면 귀여워서 알려줘요. 태도를 보는 거죠. 두 번째로 평생 회사원으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나도 평생을 회사에서 못 있다는 건 알아!’ 라고 말하는데 실제 행동은 회사에서 평생 있을 것 같이 안일하고 나태한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회사를 학교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와 개인은 계약관계에요. 돈을 얼마를 줄 테니 회사에 어느 정도의 노동력을 제공하라고 계약서로 맺어진 관계에요. 이 점을 잊는 경우가 많아요.

 

Q. 직장인들의 큰 공감을 샀던 드라마 <미생>을 직장생활 연구소장으로서 어떻게 보셨나요?

드라마는 판타지에요. 미생은 회사라는 리얼리티에 많은 부분이 편중된 드라마일 뿐이에요. 실제 회사는 더합니다. 드라마에 ‘회사 안은 전쟁터이고 나가면 지옥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전쟁터에서는 옆에 있는 전우가 쓰러지면 군장을 나누어 메고 끌어안고 같이 가요. 그게 전우애라고 배우죠. 그런데 회사는 그렇지 않아요. 옆에 사람이 쓰러지면 가끔은 밟기도 하고 아니면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가요. 왜냐하면 얘가 못 하는 것은 내가 더 나아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드라마를 보면 재밌고 왕자님과의 사랑도 꿈꾸고 현실도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미생은 그냥 현실을 보는 느낌이라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한두 편 정밖에 안 봤어요. 매일 드라마보다 현실이 회사에 있는 그걸 뭐하러 보나요. (웃음)

 

Q. 신입사원도 무적(無敵)의 회사원이 될 수 있는 필살기가 있을까요?

업무적인 바운더리, 나만의 평판,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먼저 업무적으로 확실한 나의 바운더리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이 일 하면 누구’라고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바운더리를 만드는 것이죠. 두 번째는 평판을 잘 만들어야 해요. 신입사원에 대한 이미지나 평판이 금방 정해져요. 전략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에 대한 짧은 평가를 만드는 것도 되게 중요해요.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알아서 평판이 생기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겠다고 정해놓고 행동하거나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평판이 한번 만들어지면 그 평판대로 회사생활이 흘러갈 확률이 높아요. 마지막은 사람이죠. 후배는 “저 선배라면?”  동기는 “저 친구라면?”  내 상사는 “쟤라면? 내가 이을 맡겨도…” 라고 할 수 있는 나를 믿는 사람 집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상사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상사관계의 핵심은 나는 상사가 잘 되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이에요. 상사한테 그걸 알려줘야 해요. 내가 일을 해서 내가 잘 나는게 아니라 내가 일했으니 잘 나야하는건 상사에요. 그래서 ‘나는 내 위에 있는 상사(팀장)를 돕는 사람이다.’, ’ 나는 너를 돕는 사람이다.’ 라는 인식을 상사에게 심어주고 나면 나를 괴롭히지 않아요.

 

Q. 국민대학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좋은 인풋(Input)을 많이 받아야 해요.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이 받은 인풋이 거의 비슷하고 정해져 있어요. 인터넷, SNS, 친구, TV가 제일 많아요. 대학생들이 다 같은 인풋만 받으면 같은 생각밖에 못 해요. 나도 공모전 나가야 하고, 토익 스펙도 따야 하고 그런 생각만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다들 인풋이 다 고만고만하니까요. 가장 특히 저학년들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인풋을 충분히 많이 받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똑같은 걸 보고도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해요. 같은 학생 말고 일을 하는 선배 혹은 사업을 하는 선배라든지 가능한 한 많이 만나면 인풋이 달라져요.

그리고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어요. 1학년 때는 기분 울적하면 학교 안 가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런 날엔 학교는 가서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30~40권 정도 뽑아서 온종일 책만 읽다가 집에 간 적도 있어요. 내 자랑 하려는 게 아니라 책을 인간적으로 너무 안 읽어요. 저도 이 책을 쓰는 데 4개월이 걸렸고 책을 쓰기 위한 글감을 모으는 데만 12년이 걸렸어요. 그런데 읽는 거는 2시간이면 금방 다 읽어요. 책을 읽으면 책을 쓰기 위해서 했던 노력을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100%는 못해도 최소한 50%는 받아들일 수가 있어요. 책에서 인풋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에 SNS에 짧게 넘겨보기, 카드 뉴스 같은 요약한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 건 좋은 인풋이 아니에요.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성공을 위한 10가지 법칙을 맨날 읽어도 변하지 않아요. 자기 관심 분야가 있으면 그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시간 쓰는 걸 달리했으면 좋겠어요. 남들하고 똑같이 시간을 쓰면 똑같은 결과밖에 못 얻어요.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좀 많이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환경도 맨날 가는 곳이 똑같아요. 가끔 의식적으로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좋아요. 휴가나 캠핑, 해외여행 가면 ‘와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고 다른 생각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게 여행이 소중하다고 하는 이유에요. 의식적으로 나를 다른 환경에 계속 노출시키는 것이 좋아요. 매일 똑같은 사람 만나고, 똑같은 시간 보내고, 똑같은 인풋을 받으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자소서 내용도 다 똑같고 쓸 거리가 없어지는 거에요.

 

Q. 취업을 준비하는 국민*인에게 팁 좀 주세요.

회사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어요. 그게 무엇이냐 하면 신입사원에 대한 인사팀이 가진 고민이에요. 인원을 뽑아놨는데 일 년도 안 돼서 나가버린다, 뽑아서 교육받을 때는 눈빛이 파릇파릇하던 애들이 좀 지나면 눈이 썩은 동태눈처럼 바뀌고 금방 시들해져 버린다, 신입이 태도가 안 좋다. ‘왜 안 가르쳐 주지?’라고 생각만 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지닌 신입사원들 이런 것들이 인사팀에서 갖는 흔한 고민이에요. 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회사에 어필을 해주면 좋을 거에요. 회사가 원하는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취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보기에 취업은 중요한 것 같아요. 취업은 나를 파는 행동이에요. 나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나를 파는 행동이에요.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도 취업을 한 번 정도는 해봤으면 좋겠어요.

 

직장 생활이 얼마나 힘드냐는 질문에 ‘매일매일이 힘들다. 차라리 언제가 안 힘든지 물어봐라’라고 답했다. 대학생이 가장 힘들 때가 시험 기간이라고 한다면 직장인은 그 시험을 매일 보는 기분이라고 한다. 아직 학생인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지레 겁먹지 말자. 지금은 동문 선배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좋은 인풋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하자.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자라고 했다. 어제와는 다른 장소를 다니고, 남들과는 다른 책을 읽고 지금 보내는 나만의 차별화된 시간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무적(無敵)이 될 수 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