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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5월, 고즈넉한 명원민속관, 향긋한 차, 성공적 <햇차다회>

  • 작성자 문지원
  • 작성일 15.05.16
  • 조회수 10311

싱그러운 5월도 어느새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4월에 비해 부쩍 더워진 날씨가 아직은 익숙지 않은지 정오부터는 캠퍼스 곳곳에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찡그린 얼굴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런데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완벽히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바로 명원민속관이다. 명원민속관에서는 5.11(월)부터 5.15(금)까지 명원민속관 풍류나누기 <햇차다회> “햇차, 한옥을 만나다” 행사가 진행되었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향긋한 차를 한 모금 들이켜면 기승을 부리던 더위는 말끔히 사라졌다. 햇차의 향기가 가득했던 명원민속관의 정경을 담아보았다.

 

명원민속관 입구에서 <햇차다회>의 프로그램을 알리는 푯말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햇차와 함께 차향 가득한 명원 민속관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인사말이 정겨움을 더했다. 뜰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차의 향이 풍겨왔다. 그러니 ‘차의 뜰’이라는 뜻의 ‘명원’이라는 이름이 한옥에 더더욱 들어맞는 듯했다. 안채, 사랑채, 녹약정, 초당 곳곳에 마련된 찻자리에는 벌써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아 각자의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사랑채 한편에서는 명원민속관 관계자가 방문객들에게 다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다례는 한국의 전통 차 의식으로 수천 년 동안 한국인들에게 전해져온 차에 대한 예절이다. 차건을 접는 것부터 차를 우려 찻잔에 담는 일련의 과정이 찻자리를 고상한 분위기로 이끌었고 그로 인해 생긴 마음과 정신의 차분함이 차의 깊은 풍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번 행사에서 준비된 차는 4월 말에 채취된 세작으로 세작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명원민속관 남쪽 외각에 들어서 있는 녹록정으로 옮겨가 보았다. 연못과 나무와 꽃이 함께 어우러져 자연 그대로의 풍류와 운치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 그런지 정자의 안팎에는 사람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국민대학교의 차(茶) 동아리인 ‘명운다회’의 부원들이 방문객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다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곧이어 사제동행 세미나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교수님과 함께 녹록정에 방문한 열댓 명의 학생들로 정자가 꽉 차게 되었다.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녹록정에는 향기 가득한 이야기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명원 민속관 이곳저곳을 누비던 중 사랑채에서 정취 있는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한옥 데이트의 그 독특하고 신선한 느낌과 분위기가 궁금해 그 커플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Q.이전에 명원민속관에 방문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재연 : 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직접 명원민속관 안으로 들어온 건 처음이에요. 첫 번째 방문 때에도 남자친구와 함께 왔었는데 그때는 문이 닫혀있어서 못 들어왔었어요. 사실 오늘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모르고 방문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이런 경험을 해보니 정말 재밌고 좋아요. 차(茶) 행사라고 하면 왠지 좀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정말 편하게 즐기다 가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어 더 좋네요!

 

Q.한옥에서 차를 마시며 즐기는 데이트의 느낌이 어떤지 궁금해요!
서재원 : 일단 먼저 무료로 이런 분위기의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저는 국민대학교 학생이 아닌데도 이런 멋진 장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시골집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루에 앉았을 때 앞에 보이는 풍경도 멋있어서 분위기가 더 좋게 느껴지네요.
김재연 : 현대식 건물들만 있는 곳이 아닌 이런 전통적인 한옥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밌고 저도 역시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아요.  그리고 배경이 예쁘니까 남자친구와 사진을 찍어도 다 잘 나오고요. 차도 마시고 한옥의 풍경도 볼 수 있는 이런 저렴하고 좋은 데이트가 어딨어요!(웃음)

 

無限松風韻不濟(무한송풍운부제)
솔바람 끝없이 부니 운율 없는 가락이다
綠若亭下水如天(녹약정하수여천)
녹약정 아래 물은 물인지 하늘인지
朝光山色滿空覃(조광산색만공담)
아침 볕 받아 비친 산색 연못에 가득하네
綠若亭滿美香取(녹약정만미향추)
녹약정에 가득한 아름다운 향내에 취하는구나

만약 사대부들이 명원민속관의 녹약정에서 차 한 잔을 따라놓고 연못 위 전경을 바라보며 시를 지어 읊었다면 이런 내용이지 않았을까 하며 감히 짚어본다. 숨 가쁘고 분주한 모습만 가득할 것 같은 캠퍼스에 진정한 여유와 느림의 미학이 허용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국민*인들에게 크나큰 혜택임이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