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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상을 휩쓴 미술학도 신예들!
우리의 기억 속 태극기는 어떤 걸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이미지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세대를 걸어왔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아픔의 기억이기도, 눈물 날 만큼 행복한 것이기도 또는 무뎌진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의 태극기는 많은 사람에게 무뎌진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전환해 태극기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정부가 주최한 대회가 있다. '광복 70주년 대한민국 미술축전- 태극기와 나’가 바로 그것인데, 생각을 형상화하고 표현해내는 미술인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이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상인 대통령상을 가져온 두 신예가 있다. 그 누구도 함부로 생각하지 못했고, 상을 받은 이들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이번 대회의 비하인드를 들어보자.
Q : 두 분은 대학생, 대학원생이고, 한 분은 아예 다른 학교인 홍익대로 조합이 신기해요. 따로 세 분이 대회에 참가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김: 제가 원래 홍익대 친구랑 알던 사이였어요. 관심사도 미디어아트 쪽으로 같아서 교류가 계속 있다 보니 이렇게 세 명이 만나게 됐죠. 그렇게 홍익대 친구는 디지털 영상 쪽을, 저희는 물성을 다루는 입체조형을 전반적으로 담당했는데, 서로의 역할이 잘 배분되어서 운 좋게 팀이 딱 잘 맞춰졌죠.
천: 그러다 이번 대회 공고를 봤어요. 사실 대회들은 많은데 미디어 쪽 관련된 대회는 거의 사기업 공모전이라 해야 하나요. 공모전마다 성격이 있어서 순수미술에 관한 공모가 아닌 데가 많아요. 그래서 이왕 할 거면 공기업이나 정부공모전이 좋다고 생각했죠. 근데 사실 이때는 그런 생각을 많이 안 했어요. 형이 그냥 ‘할까?’ 해서 ‘그래, 하자. 언젠대?’ 이랬던 것 같아요. (웃음)
Q:작품 제목이 ‘광복, 빛을 되찾다’예요. 기사를 보시는 국민*인을 위해 어떤 작품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천: 작품 제목은 간단하게 말하면 ‘광복’ 이에요. 그런데 저희가 뒤에 빛을 되찾다 라고 부가설명한 건, ‘광복’이 한자어 그대로 빛이 돌아오다 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가 이루어낸 광복은 필시 얻어걸린 게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의미에서 지었어요.
김: 작품은 일제강점기로부터 빛을 되찾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상황을 시작으로, 민족적 자긍심과 찬란한 광복의 기쁨을 고취시키는 2분 55초의 영상이에요. 크게 ‘굳센 의지와 민족성’, ‘광복의 찬란함’,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 3가지의 주제를 태극, 무궁화, 징 그리고 팔괘의 이미지를 사용해 형상화했어요. 끝으로 태극무늬를 숭배하는 금속 조각의 형과 와이어가 만드는 2차 포물선 영상의 팔괘 이미지로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발전하길 기원하고 있어요.
Q : 태극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람마다 다양하잖아요. 두 분의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천: 태극기라는 주제가 생각보다 정말 심오하더라고요. 항상 봐오던 국기였는데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태극기에 들어가는 요소를 각자 조사했어요. 특히 태극기에 들어간 태극무늬랑 팔괘를 중심으로 리서치하고 그 뜻을 잘 이용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평소 회의를 진짜 많이 해요. 회의하자고 만난 게 아닌데도 그냥 모이면 회의할 정도로요. ‘이건 이렇게 할까, 어때?’ 이렇게 계속 의견을 물어보는 시간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네요.
김: 맞아요. 보통 그렇게 리서치하다 많이 나오고, 그걸 바탕으로 세 명이 회의를 하면서 생각을 합쳤죠. 그리고 난 다음에 홍익대 친구가 미디어 부분이라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Q : 대회를 준비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천: 사적인 거는 많죠. 가장 기억나는 건 핑크 머리 여성분한테 쪽지 받은 거? (웃음). 그때가 전시 준비기간이었는데 저희는 작품 설치하느라 전시장을 많이 왔다갔다했거든요. 그때 거기서 전시 지킴이 하시던 핑크색 머리를 하신 분이 저희 얼굴이랑 표정을 종이에 그려서 맘에 드는데 연락 달라고 연락처를 써서 주셨어요. 저희 이름도 잘 모르고 하니까 그리신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림이 정말…. (웃음).
김: 예술관 전체 소등도 있었잖아. 그게, 작품을 처음엔 예술관 로비에 설치해두고 만들었어요. 근데 저희 작품 특성상 저녁이나 새벽에 많이 해야 했거든요. 프로젝터가 관객들이 보기 편하게 상에 맺히려면 암실이어야 하는 조건이어서요. 그래서 빛이 있으면 안 되니까 학교 전체를 암실로 만들어야 했는데 그때 다른 과한테 미안한 부분이 많았죠. 특히 회화과가 졸업전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진짜 죄송하다’고 부탁하고 예술관 1층부터 4층까지 불 다 끄고 30분간 전체 소등을 했었어요. 거의 강제 쉬는 시간을 드렸죠. (웃음)
Q : 반대로 작품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과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천: 프로젝터를 현장에서 설치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위에 말한 것처럼 저희 작품이 프로젝션 맵핑이라고 암실에서 빔프로젝트로 빛을 쏘는 거예요. 원형 스크린 안에만 빔을 비추는거죠. 그러다 보니까 빔이 정말 중요한데 저희가 원하는 비율이나 화질이 안 나와서 한 6대 가까이 갈아치웠어요. 계속 업체에 전화하고, 저희가 원하는 빔을 찾으러 세 명이 택시 타고 다 다른 데로 가서 공수해오기도 했죠. 그런데도 만족을 못 해서 결국엔 하나 샀죠. 그때가 시간도 부족하고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프로젝션 맵핑 :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Q : 작품에서 ‘이 부분은 내가 봐도 잘 만들었다.’ 생각하는 게 있나요?
김: 각자 아마 베스트신이 다 다를 텐데 저는 전체적인 색감이 다 마음에 들어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영상에서 징이 울리는 부분이요. 금속에 빛을 쏘았을 때 리셉트되는 게 개인적으로 좋아요.
천: 저는 조형물 안에서 와이어들이 포물선으로 겹쳐지는 부분이요! 이 부분이 매력적인 게 자세히 보면 거기에 또 매핑이 반사돼서 들어가는데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Q : 팀이 추구하는 작업에 대한 방향성이 있을까요?
김: 디지털 인간과 디지털 세계라고 할까요. 순수미술과 디지털적인 미디어아트와의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공존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 저희 세대가 눈 떠보니 디지털 세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처럼요.
천: 또, 가볍고 펑키해서 가깝게 바로바로 다가갈 수 있는 게 지금 저희의 작업방향인 것 같네요. 미디어에서는 색이라든지 형태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고 수월하게 아웃풋을 꺼낼 수 있어요. 요즈음 현대미술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좀 없지 않아 있는데 미디어는 바로 보이기도 하고 관객들이랑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어서 수도 있어서 재밌죠. 그런 인터렉션 아트의 매력에 저희도 빠졌던 것 같아요.
Q : 마지막으로, 이제 2016년이잖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 천 : 우선 저희 팀원이 한 명 더 늘었어요. 이번 대회 때 배경음악을 해준 친군데,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작곡 공부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 팀 결성할 때는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모르고 외주를 맡기는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한팀이 됐죠. 그리고 제대로 결성한 만큼, 디지털 뉴 미디어 아트에 대해서도 더욱 공부해나갈 생각이고요. 또 앞으로 한 팀으로서 다른 대회에도 계속 나갈 계획이에요. 이 기회를 발판으로 해서 더욱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지켜봐 주세요.
디지털 아트라는 분야가 처음엔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디지털 아트의 영상미와 즉각적인 상호작용의 매력을 알면 헤어나오기가 쉽지않다. 그리고 이미 그 매력에 빠진 두 사람은, 놀랍게도 수상의 자만심은 툭툭 털고 더 큰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이 참 배포가 큰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또,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오롯이 디지털 아트에 빠져있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는 4명이 한 팀으로 활동할 그들, 앞으로 그들이 갈 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또 한 번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