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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올바른 지성인의 길을 묻다

  • 작성자 김은지
  • 작성일 11.01.09
  • 조회수 13468

 

  과거 `대학생`들은 소위 엘리트층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에게 이 엘리트라는 표현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IMF 이후, 대학이 취업을 준비하는 곳으로 변하면서 캠퍼스의 낭만은 사라졌다. 또 사회가 안정되면서, 정치나 경제 및 사회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 역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대학생(大學生). 우리가 갖춰야 할 올바른 지성인으로서의 소양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백연구소 편집기자 및 국회의원 비서로 활동하는 송기승(러시아학08)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한백연구소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김상회 교수님의 ‘정치리더십’를 수강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저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쉽고 재밌게 정치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러다 강의 중 교수님께서 제가 KBS심야토론에서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며 논지가 훌륭했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같이 공부하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한백연구소 계간지에 주로 서평, 영화평론을 쓰고 최근 돈과 행복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거리를 주는 기획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KBS 심야토론에 출연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저는 시민논객으로 토론에 참여하였습니다. 고등학교의 서열 공개에 대한 찬반토론이었는데 저는 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저의 논리는 뒤처지는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대안 없이 고교서열만을 공개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토론을 진행하면 할수록 찬성론자의 철학적 깊이와 논리에 압도당했었습니다. 덕분에 내가 가진 지식과 논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또 이에 대해 겸손해질 수 있었습니다. 토론 이후 오히려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가를 꿈꾸는 송기승 학생의 ‘정치관’이 궁금하다
저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가가 꿈이지만, 국회의원이나 장관이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별 관심 없습니다. 다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신뢰를 주는 정치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따라서 정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을 위해서 무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 ‘어떤 일을 이루겠다' ‘책임지겠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비서라는 이력이 독특하다
저는 김영선 의원님 밑에서 여러 일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보통 의원님의 성격에 따라 비서의 업무 형태가 달라집니다. 저는 행사의 축사를 쓰고 국무총리실과 한국거래소의 국정감사 질의서를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각 부서의 예산·결산 질의서를 쓰기도 합니다. 그 외에 신문기자에게 배포할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비서들과 만든 법안을 다른 의원실에 돌아다니며 동의해 줄 것을 설득하는 법안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분명 예전과는 달라진 '나'를 느낄 것 같다
많은 대학생들이 당장 눈앞의 것만을 생각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취직이 그럴 테고, 또 어떤 이에게는 학점이 그러하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넘어선 무언가를 찾아야합니다. 편집간사로, 국회의원비서로 일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언제부턴가 자신과 대학의 울타리 안에서만 사고하던 것을 이제는 국가적이고 세계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물론 어떠한 문제도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관련 보고서와 책을 보고 토론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전공 서적 외에는 책을 읽지 않는 대학생들이 많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책과 신문을 가까이해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쉽지가 않다
대학생은 ‘학벌컴플렉스’가 아닌 ‘독서컴플렉스’에 슬퍼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대학 들어와 4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습니다. 학기 중에 일주일마다 2권씩 읽었고 방학에는 하루 2권씩 읽었습니다. 요즘은 업무가 과중해서 일주일에 한 권씩 밖에 못 읽고 있습니다. 시, 소설, 정치, 경제, 기독교 신학 분야의 책을 돌려가며 읽습니다. 이는 책을 지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미있게 읽는 동시에 뇌세포 간에 스파크를 일으켜 창의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저만의 독서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문은 각 분야의 전문기자 100명 이상이 하루종일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며 수집한 정보를 밤새 숙고하며 쓴 보고서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짧은 시간 내 세계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신문사들은 독자에게 서로 선택받으려고 컨텐츠경쟁을 합니다. 독자는 이에 의연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신문만을 읽기보다 여러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한 대학생의 상(想)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마크 트웨인은 “지성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열린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합니다. 인간이 만든 이론과 이념과 제도 또한 불완전합니다. 저는 소위 자신들을 좌·우파라고 말하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주장만을 고장난 카세트처럼 반복하며 상대방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상대방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유연하고 성숙한 대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 존재의 가치와 평가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라고.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면서 나의 생각과 논리를 점검해야하는데, 우리 대학생들은 당장 내일의 리포트가 급할 뿐이다. 국민*인을 포함한 모든 대학생들이 교양서적과 신문을 더 가까이했으면 좋겠다. ‘시대의 지성이 되는 것!’ 인생에서 가장 찬란히 빛나는 20대의 목표로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