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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파워!] <알바당 선언> 최신춘 양과의 햇살 가득한 데이트 속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1970년 11월 13일, 한 청년이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동대문 평화시장 거리로 뛰어나오며 외친 소리다.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전태일이 소리친지 38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지금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은 줄어들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2008년의 노동 환경.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자의 권리와 부당한 대우 개선을 위해 여기저기서 외치는 크고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알바당 선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작지만 힘있는 목소리를 낸 당찬 여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최신춘(국민대학교 공법학전공 06) 양이다.
2008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영상공모전 최우수 작품 <알바당 선언>.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이야기 하나, 최신춘 양이 들려주는 <알바당 선언>
서울시의 한 극장 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다린이와 은아. 아르바이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하는 신춘은 역시 이 극장 매점의 심야파트에 일하고 있다. 그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400원 못 미치는 3500원이다. 신춘은 최저임금인 3900원으로의 임금 인상을 위해 사장님을 설득할 결심을 한다.
하지만 다린과 은아는 신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괜한 말썽을 부리고 싶지 않아한다. 그러나 결국 신춘은 이들을 설득하고, 노조를 결성하여 사장님과 임금협상을 하기로 한다.
사장님을 만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러 친구들을 만나보는 신춘. 다른 극장의 매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그나마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물가가 서울과 비슷하다는 도쿄의 시급은 서울의 2배다.
협상의 날이 찾아오고..... 사장님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신춘. 의외로 사장님은 흔쾌히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로써 이들의 최저임금 받아내기는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2주 뒤 급여가 입금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약속했던 임금인상은 되지 않았다. 다린이는 곧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고 은아와 신춘은 당분간 더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들의 최저임금 받아내기 계획은 그냥 그렇게 사그라져 버리고 만다.
이야기 둘. 그녀와의 햇살 가득한 데이트 속으로~!
<알바당 선언>이란 작품을 만든 그녀는 ‘과연 어떤 매력을 지닌 사람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햇살 좋은 9월의 어느 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176cm의 큰 키에 수줍은 듯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 커피를 나누며 그녀와의 본격적인 데이트가 시작됐다.
박: 만나서 반가워요.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최우수상 수상하셨는데 소감 부탁드려요.
최: 감사해요. 상 받아서 좋아요. 사실 이번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제작비 마련하고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공모전에 도전한 거였어요. 그래서 작품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아요. 솔직히 상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 안해요. 몇 개 공모전은 떨어지고 이번에는 대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었던 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아서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 <알바당 선언> 이라는 제목이 독특한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제목을 선정하게 된 거예요?
최: 왜 자본당 선언, 공산당 선언,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래서<알바당 선언>이라고 그냥 붙여 봤어요. 저는 일하는 사람들 중에 아르바이트생이 제일 밑바닥이라 생각해요. 노동자들은 노조가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게 없잖아요. 우리나라에 아르바이트로 고용 되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 그들에게는 노조도 없고, 복리 후생같은 건 생각도 못하죠. 그래서 사실 처음에 ‘모든 알바생들이 뭉쳐서 한날 한시에 일을 그만 두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러면 우리도 일본처럼 시급이 6천원 7천원이 되지 않을까요?
박: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최: 친구들을 설득해야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설득했죠.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그렇게 일을 해요. 일단 여기부터 해결하자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른 곳도 이렇게 조금씩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처럼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은 일하는 사람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5.18과 같은 역사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문화적 차이가 내재되어 있기도 한 것 같아요.
박: 예전에 지인에게 신춘양에 대해서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신춘양이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재학 시절 연출했던 <오렌지 마말레이드>란 작품을 봤었는데, 그런 신춘양이 법학과에 와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특별히 법과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최: 고등학교 2학년 때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만들었어요. 청소년 영화제니까 같은 또래 친구들이 와서 봐줬어요. 애들이 와서 제 영화를 보고 웃는 거 보니 ‘아, 좋다. 또 만들어서 이렇게 웃게 만들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영화를 계속 만들었고 다큐멘터리 2개를 만들었어요. <알바당 선언>이 두 번째 다큐멘터리예요.
사실 영화과에 수시도 지원했었는데 내신 성적이 중요해서 그런지 고배를 마셨어요. 그리고 나서 생각했어요.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고 꼭 영화과가 아니라, 다른 전공을 하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죠. 봉준호, 최동훈, 박찬욱 감독 등 내노라 하는 감독들도 철학이나 인문학 등을 공부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수능을 보기로 결심하고, '이왕 수능까지 치르면 영화과 말고 다른 과에 지원하자.' 싶었죠. 그 때, 법학과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고 제 점수랑도 맞아서 법학과에 오게 되었어요.
박: 이번에 주제가 최저임금과 관련된 거였잖아요. 아무래도 법학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영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최: 법이 겉보기에는 딱딱하고 굳어 있는 것 같지만 사람들 사는 것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변하는 게 법이예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아무래도 법을 공부하다보면 판례공부를 하게 되니까 실생활의 많은 사건들을 접해요. 그래서 앞으로 영화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 법학과라서 촬영할 때, 장비나 이런 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한데요? 미디액트나 외부에서 대여해서 촬영하는 건가요?
최: 사실 예전에는 편집하거 할 때는 미디액트 같은데 가서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카메라를 사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면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엄마께 허락을 받고 카드를 빌려서 카메라를 사러 갔어요. 원래 100만원대 카메를 산다고 했는데, 그 가격대로는 도저히 원하는 카메라를 살 수 없다는거 알죠? 그래서 결국 320만원짜리 카메라를 사버렸어요. 지금 공연 촬영 등 알바도 하고 엄마께 빌린 돈 빨리 갚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번에 당선되서 다행이예요.
박: 상금 받았잖아요. 어머니께 카메라비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일 것 같은데, 상금은 어디에다 쓸 계획이예요?
최: 상금이 500만원인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 제작비로 쓸 것 같아요. 이번 해에 단편영화를 꼭 찍고 싶어서 계획중이예요. 그리고 겨울에 유럽여행 가고 싶은데, 따뜻한 남부쪽으로 가고 싶어요.
박: 영화 제작한다고 했는데 평소에 영화 내용의 소재는 어디서 얻어요? 또 이번 겨울에 계획하고 있는 단편영화의 내용을 조금만 알려준다면?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소재를 얻어요.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곧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될 수 있죠.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면 소재는 아주 다양하고 무궁무진하죠.
전에도 연극영화과 수업을 몇 개 들었었는데, 이번 학기에 시나리오 창작 2 수업을 듣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대학 사회의 모순에 대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잖아요. 대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조직과 개인에 대한 풍자극을 구상하고 있어요.
박 : 요즘, 학교 생활은 어떤가요? 그러면 촬영은 주로 방학을 이용해서 하는 거예요?
최: 1학년 때는 학생회, 2학년 때 헌법연구회 회장하면서 정신없이 법대 활동을 했었어요. 이제 3학년이니까 성실하게 수업 참여하려고 하고 있죠. 촬영은 방학을 이용해서 해요. <알바당 선언>도 겨울방학 때 촬영했던 작품이에요.
박: 신춘 양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신춘양에겐 영화란 무엇이예요?
최: 다른 거 좋아하는 게 없어요. 시간나면 영화만 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만 보고 영화를 만들었어요. 저한테는 영화는 그냥 영화예요. 또 나의 희망과 적성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희망과 적성이 일치함’이라고 적혀 있었죠.
박: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 있어요?
최: 마틴 스콜세지, 브라이언 드 팔마, 우디 앨런, 그리고 롭 라이너. 한국에서는 봉준호, 박착욱 등 너무 많아요.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롭 라이너의 경우는 장르 영화의 마술사예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는 장르가 전혀 다른 영화인데 각 장르에서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없잖아요. 한 사람이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박: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최신춘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요?
최: 대학 졸업하기 전에, 영화를 찍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어요. 무사히 법학부 졸업도 하고 싶구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영화아카데미나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영화 공부를 더 하고 싶기도 해요.
1시간 정도 이어진 그녀와의 데이트는 행복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영화를 사랑하는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녀의 모습에서 <알바당 선언>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 질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그것은 수상의 자신감이 아닌, 그녀가 살아오면서 스스로 쌓아온 영화 사랑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그녀가 내는 작은 목소리는 앞으로 그녀가 만들 영화에 담겨지고, 다른 누군가에겐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꽃피울 것이다.
앞으로도 열정을 가득 담은 그녀와의 이야기가 계속 되길 바라며, 그녀의 삶이 9월의 햇살처럼 영화라는 따스한 햇살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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