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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야외조각전 #1>- 작가의 '투명함'을 만나다
‘투명성’은 오늘날의 예술, 그리고 비평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의미심장한 가치다.
투명성이란 사물의 반짝임을 그 자체 안에서 경험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 수잔 손택(Susan sontag), 『해석에 반대한다』 중에서 -
예술작품의 ‘투명성’, 그것은 작가나 관객 모두가 원하는 이상향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길 원하고 관객은 작품과 자유로운 소통을 하길 원한다.
투명한 예술을 꿈꾸는 23명의 작가들이 작품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6월 한 달 동안 예술관 앞 광장에서 열린 <2009 야외조각전>의 이야기다. 23점의 조각 작품들은 실내의 조명빛을 벗어 던지고 투명한 햇살을 벗삼아 관객들을 기다렸다.
자연과 함께 했기에, 더욱 많은 이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투명했던 조각전. 관객들은 작품을 만나 자신 나름대로 자유로운 소통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담고자 했던 ‘투명함’은 무엇이었을까? 조각전에 참여한 미술학부 입체미술학과 4학년 23인 중, 작가 8인을 만나 그들이 작품에 담고자 했던 ‘투명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Part 1. 입체미술학과, 야외조각전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 입체미술학과는 어떤 학과인가?
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학과는 작가양성을 목표로 미술에 관한 총체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 학과다. 미술학부 자체가 회화과와 입체미술학과로 나뉘어있는데 우리는 평면과 입체 조각상과 조형물(3D)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 야외조각전에는 입체미술학과 4학년 23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 야외 조각전은 언제부터 기획되었나?
작년 12월부터 기획되었고, 본격적인 작업은 이번학기 ‘현대사회와 조형’ 강의를 통해 준비하였다.
- 제 1회 야외조각전이었는데, 실내에서 하는 것보다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4학년은 졸업전시회를 각 학기마다 한 번씩 2번을 하는데, 이번 1학기 전시가 야외조각전시회로 기획되었다. 처음 시도된 야외조각전이었다. 야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재료제한이 있다는 점이 모두가 힘들었을 것이다. 야외에서는 비가 온다거나 바람이 불기 때문에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이를테면 신문지 등의 재료 등은 사용하지 못하고 무게와 안전성 등도 고려해서 작업해야하는 차이점이 있다.
Part 2. 작가의 '투명함'을 만나다 - Sky blue : 이하림 & 서예슬 편
[이하림(입체미술학과 06) - HELP!!]
- 작품에 담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21세기에는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위기가 지구 인류 모두의 화두가 되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북극곰이다.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가면서 얼음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북극곰은 먹잇감을 구하지 못해 굶어죽고 살 곳을 잃어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구의 위기, 곧 우리들의 위기를 한 번 더 상기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 지구온난화와 북극곰을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나?
12월부터 고민하다가 학기 시작할 때쯤에 다시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환경에 관한 작업을 했었고 워낙 동물을 좋아한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들을 보면서 결정지었다.
- 북극곰의 질감이 특이하다,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처음 스티로폼으로 형태를 깎았다. 작업하기가 편했지만 야외에 나오려면 무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한 마감재를 사용해야 했었다. 드라이비트 (실내 외벽 단열재로 쓰이기는 마감재, 카페의 벽에 발려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는 종류가 되게 다양해서 시도를 해봤다. 빙하는 잘 모르겠는데 곰의 질감은 괜찮게 나온 것 같다.
- 작품을 보면 곰의 시선이 느껴진다. 사진 등을 보고 작품을 구상한 것 같은데?
빙하에 매달려서 물위에 떠다니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연못이나 이런 것이 있다면 그곳에 전시를 하고 싶었다. 빙하가 녹는 위험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장소때문에 표현의 제약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가?
론뮤엑(Ron Mueck: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이퍼리얼리즘 작가)을 좋아한다. 사실주의적 작가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사람은 진짜 사람처럼 만든다. 내가 조소를 하고 있는데도 볼 때마다 감탄을 하게 만든다. 부럽다. 나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 이하림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생활이다. 나는 예중과 예고를 나왔다. 내 인생에서 미술이 빠진 적이 없엇던 것 같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작가를 꿈꾸는가?
나는 교수 겸 작가가 되고 싶다. 가르치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하겠지만 아직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 작품을 보고서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현대 미술은 작품을 감상하며 ‘난해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과 소통하고 느끼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
[서예슬(입체미술학과 06)- 오벨리스크 S (Society)]
-작품의 제목이 오벨리스크 S인데 오벨리스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작품의 모티브는 오벨리스크 탑인데, 이집트 태양신 라마를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탑이다. 이 탑은 각각의 이야기를 네모난 석재에 부조로 새겨 넣어 네모난 모양으로 높이 쌓고 그 끝은 뾰족하게 해서 신에게 닿고 싶은 이집트인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지금은 식민지 시대에 약탈을 당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져 런던과 미국 워싱턴 D.C와 프랑스에 있다. 그 중 약탈당한 탑은 강대국이 권력 과시욕으로 “이제 우리 것이다. 우리는 잘났다.”는 식으로 이집트의 민족적 성향을 무시한 채 아무의미 없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나는 이것이 권력을 상징하는 약탈품이라고 생각했고 소재로 삼게 되었다.
- 작품의 ‘S'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벨리스크 탑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Society(사회)’다. 나의 오벨리스크탑에 표현된 기하학적 패턴은 Solid 공간도 있고,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그 복잡해 보이는 패턴은 사실 똑같은 획일화된 패턴이다.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 패턴에 복잡함이 없는 것이다.우리 사회는 ‘보여지는 것’을 중시한다. 어떤 것에 담겨있는 뜻과 내재된 것을 생각하지 않고 모양새만을 보고 판단한다. 돈, 명예, 지위만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 오벨리스크가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보인다. 각도를 틀어 보이게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탑은 실제로는 틀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일부러 조금씩 기울어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을 통해 사람의 왜곡된 시선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LED 조명을 사용한 것이 특이한데, 조명을 이용한 이유가 있나?
조명으로 인해 작품이 더 잘 보이고 예쁘라고 사용했다.
- 스테인레스라는 재료로 직접 탑을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번 작품은 내가 작품의 개념을 생각하고 캐드로 디자인하고 공장에 주문제작 했다. 보통 조형물을 공장에 맡기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가 있는가?
데미안 허스트(영국의 예술가. 살아있는 현대 미술의 전설이며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은 충격적인 이미지와 엽기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물)다.
나는 작가보다는 미술에 관련된 다른 영역의 진로들을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도 마음에 들지만 특히나 그의 마케팅 능력이 마음에 든다. 자기작품을 마케팅하고 자기를 설계하는 태도가 마음에 든다.
- 서예슬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삶’이다. 맨날 고민해야하고 그런 것, 돈 문제 등도 관련되어 있고 어렸을 때부터 이것을 해왔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미술과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그 외에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내게 예술은 생활인 것 같다.
두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Sky Bleu 의 투명함. 그녀들이 더 맑고 고운 투명함을 간직한 채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날아 오르길 !
<2009 야외조각전 #2> 조각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 '
강유진 & 양지혜 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