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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웹진unik-스페셜] 사진작가 김중만

  • 작성자 박채형
  • 작성일 11.05.20
  • 조회수 14110

uniK : 순수 사진작가로 전업을 선언하신 것이 2006년의 일입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신 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중만 : 50대 중반이 가까워지면서 사진가의 길을 좀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이란 것이 매우 피지컬한, 육체적인 노동이거든요. 그래서 건강할 때 해야겠다 싶어 순수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기본적으로 사진이란 나에게 있어 ‘순결한’ 거고요. 전처럼 수입이 좋은 작가는 못 되지만, 사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어요. 애초부터 사진을,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큰 변화는 없습니다.
 
uniK : 이전까지 상업 사진작가로 최고의 몸값으로 통하셨던 걸 생각하면 정말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는데요.
김중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이 마련되고 프로젝트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니까, 나는 더 고맙게 생각하며 작업을 하게 돼요. 나는 상업 작품도 굉장히 좋아해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미인들, 잘 생긴 배우들, 노래 잘 하는 가수 매일 만나서 작업하는 것, 꽤 괜찮은 일이거든요! 좋은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충분히 했고 후배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나는 또 후배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그렇게 하고 있고요. 지금 상태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요.
 
uniK : 사진을 찍으면서 행복하지 않았다니, 김중만 작가님께 들을 거라 예상치 못한 얘기입니다.
김중만 : 저는 사진기 셔터를 한번 누를 때 통증이 와요. 두렵고 고통스러워요. 이게 잘 나올까 걱정되고, 일종의 중압감과 불안감이 항상 있습니다. 1년 정도 아프리카 야생 동물 사진을 찍을 때를 빼고는, 난 한 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작업의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약간의 설렘과 사람, 세상과의 만남에서 얻어지는 그러한 기쁨들은 있어요. 하지만 사진가로서 셔터를 누를 때 나는 통증을 느낍니다.
 

사진작가 김중만, 김중만 작업실
 
 
uniK : 지금까지 50만 장의 사진을 촬영해온 작가님이 정의하는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김중만 : 사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만남’이에요. 사람과의 만남이고 세상과의 만남, 풍경과의 만남. 그것이 사진의 근본입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감성’의 차이죠. 사진가가 갖고 있는 시각과 감성의 차이로서 구분될 수 있습니다. 발상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저는 어떤 ‘아이디어’가 아니라 ‘감성적 접근’이 우선이라 생각해요.
 
uniK : 사진을 ‘만남’으로 정의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사람이나 혹은 야생 동물을 찍을 때 피사체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시나요?
김중만 : 실제 우리가 장시간 어떤 대상을 찍을 수 있는 기회란 많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대상의 개성, 장단점을 파악해서 앵글과 각을 잡아야 해요. 그래서 어떤 노하우보다는 내면적인 접근을 더 중시해요. 만약 내가 누군가의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을 찍히는 그 사람이 그 날 나에게는 왕이자 여왕, 즉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됩니다. 시골의 어느 무명의 아저씨가 됐든, 정말 유명한 세계적인 스타가 됐든 그날의 나에게는 그 사람이 최고인 겁니다.


드래곤박스 김중만,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업실 풍경

 
uniK
: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온 질문을 몇 개 뽑아보겠습니다. 직접 해 주시죠.
김중만 : ‘사진을 왜 하시는지, 하게 된 동기는?’ 조금 전에 말했듯이 사진은 내게 고통이거든요? 그래도 하는 건 아마 사진을 좋아해서일 거에요. 원래 전공은 그림, 회화였습니다. 그땐 사진이 그렇게 영향력이 있지 않았을 때입니다. 사진이 나에게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었고, ‘이거다, 이것이 나에게 정말 맞는 거다’ 하는 생각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사실 그림을 그리다가 사진으로 전공을 바꾼 데는 약간의 ‘민족성’도 포함돼 있는 건데요. 결과물이 빨리 나오는 거예요.(웃음) 우리나라가 휴대폰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디지털 카메라 보급률 1위인데, 우리 내부적인 감성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이 그만큼 크다는 거예요. 우리는 사진을 찍고 찍히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민족입니다. 그거입니다. 다른 거 없습니다. 다음!
 
uniK : 평소 특이한 스타일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으시는데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김중만 : 물론 제가 외형적으로 특이하다는 점은 부정을 못하고요.(웃음) 조만간 저는 이 머리를 짧게 자를 계획이고요. 시선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해, 저는 그냥 큰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제게 보여주시는 관심은 굉장히 고마운 것이죠. 저는 거의 촬영하는 곳만 주로 다니기 때문에 저에 대한 시선에 큰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uniK : ‘김중만 선생님, 삭발해 볼 생각 없나요?’란 질문도 있습니다.(웃음)
김중만 : 아 너무 재미나다. 있습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삭발은 아니고 짧게!

 
사진작가 김중만, 포토그래퍼 이창주 실장님


uniK
: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서 학창시절 여학생들의 옷을 다 벗겼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김중만 :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부터 여자의 모든 신체 부위를 다 찍었습니다.(웃음) 저는 그 때 사진을 일종의 그림으로 생각했어요. 미리 다 그림으로 그린 후에 길에 나가서 여자 친구한테 “야 팬티 좀 벗고 치마 좀 올려라” 그러면 “뭐야? 너 변태 아니니?” 그러는 거예요. “하여튼 빨리 벗어, 난 찍어야 되겠어” 하고 찍어요. 그 다음날 점심 때, 인화한 사진을 갖다 줘요. 그랬을 때 그 친구가 나를 보는 눈이 딱 바뀌었습니다. ‘아, 얘가 다른 게 있구나’ 하고. 사진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소통의 힘이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그때 알았죠. 부연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이 원하는 목적을 바로 전달해줄 수 있는 굉장한 소통의 툴(tool)이구나 하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uniK : 어쩌면 당시 외국에서 생활하셨기 때문에 사진을 통한 예술적인 실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셨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김중만 :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스무 살 때 그런 생각을 안 가졌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단지 20살 때 저의 관심은 ‘섹스’, 모든 사진은 섹스와 관련돼 있었고 그것은 아주 확고했습니다.(웃음) 친구한테 카메라를 빌려서 정말 샤워하고 잘 때 빼고는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대부분 필름 없이 누른 컷이 더 많았죠. 가난했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땐 필름 사는 것이 소원이었고, 졸업 후에는 카메라 사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1990년대부터는 필름을 살 수 있었던 것 같고, 2000년 들어서부터 카메라를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uniK : 얼마 전 같은 프로그램에 가수 이장희 씨가 출연해 선생님과 뉴욕에서 보낸 시절에 대한 회상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때 함께 계셨던 분들 가운데 작가님이 막내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김중만 : 제가 좀 어렸을 때 그랬던 시절이 있었죠. 장희 형, 영남이 형, 동진이 형, 제가 막내였는데 그냥 뭐 심부름 하라면 가고 방 치우라 그러면 발로 대충 치우고, 형들 완전 개판이었고요.(웃음) 동진이 형은 좀 다릅니다. 장희 형은 탁월한 모험가적 기질이 있고, 영남이 형은 예능인적인 기질인 데 반해 동진이 형은 시인 같고 아주 조용한 선비 같은 분이었어요. “중만아 앉아라, 노래한다” 그러면 저 혼자서 형 노래를 듣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어요. 다른 분들은 주로 노시는 데 관심이 많으셨고요.(웃음) 동진이 형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내 앞에서만 불러줬어요. 몇 달 동안 형 노래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나고 대부분은 제가 청소 담당인데, 저도 발로 했습니다. 하하하!
 
uniK : 작가님이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어떤 것들입니까?
김중만 :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찍어요. 돌멩이, 나무, 구름, 풀을 찍는데 그냥 나는 그것이 좋아서 담는 거예요. 비틀어져 있든, 말라 있든, 어떤 형태로든 내가 좋아하는 소재 안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겠지요. 대단히 철학적이고 위대한 메시지가 아니고, 아주 볼품없는 데다 눈에 띄게 큰 이슈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게 좋으니까, 그걸 내 가슴에 넣어야 되겠으니까, 가슴에 넣어서 내 심장하고 같이 좀 요동을 쳐야 되겠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하는 거지요.
 
uniK : 그렇다면 크리에이티브를 발동시키는 뮤즈(muse)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김중만 : 불안함이죠, 불확실성! 발상은 불안정함에서 나옵니다. 창의력이라는 건 안정된 것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굉장히 안정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그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 안고 가지를 않는다는 거예요. 자꾸 버리려고 해요. 난 안 버립니다. 그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니까요. 안전한 것은 누군가 이미 다 해버린 거에요. 불완전한 것에서 찾아내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우리가 Creativity를 어떻게 남용하고 있는지를 볼까요? 지금은 많이 사그라졌지만 아파트 청약 공개 추첨에 참여하기 위해서 ‘쪽방’ 같은 사무소들이 죽 늘어서 있어요. 그게 Creativity입니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업실, 벨벳언더그라운드 실내

uniK : 무슨 뜻인지요?
김중만 : 이해가 안 가죠? 거기에 당첨될 확률이 1000대 1이거든요. 그 불확실성을 거기다 쓰는 남용을 하는 거예요. 창의력에 대한 개념을 다시 보게 되면, 불확실성에 대해 우리가 재고할 여지가 굉장히 큽니다. 그 불확실성을 굉장히 ‘포지티브’하게 진화시킬 수 있는데, 그 쪽으로 다 몰려가는 거예요. 다 거기에서 줄 서서 버티고 있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불확실성을 붙잡고 끊임없이 싸워서 버리지 않고, 극복하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아마 여러분들이 기본적으로 창의력에 대해 갖고 있는 개념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것, 느끼실 테고요. 그건 좀 곰곰이 각자 깊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요.
 
uniK : 조선희 작가와 같은 또 다른 국내 최고의 사진작가를 키워내신 스승이기도 하십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자질을 기르는 데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중만 : 제자들에게 기술적인 것보다 우선 시각적으로 빨리 캐치해내는 감각을 가르치는 편입니다. 다음으로는 ‘감성 교육’이죠. 어떤 사물을 어떤 마음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대화를 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쪽으로 해왔습니다.
 
uniK : 작가님께서 젊은 세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김중만 : 목표를 갖는 게 좋습니다. 목표를 갖되 너무 이상적인 목표를 갖지는 말라는 거예요. 실천 가능한, 자기가 이룰 수 있는 조그마한 꿈을 하나씩 가지란 거죠. 그건 반드시 있어야 해요. 다만 자기가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자기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갖는 건 시간과 에너지 낭비예요. 그러진 말란 거죠. 할 수 있는 것을 갖고 사는 게 내가 볼 때 젊은 세대들에게는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해요. 원대한 꿈을 갖는 것,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생각만으로 ‘나는 이러이러한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건 헛소리예요. 세상을 파악하지 못한 자세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걸 이룬 다음에 또 그 다음 단계의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작가 김중만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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