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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웹진unik-스페셜]박물관 큐레이터 송한나

  • 작성자 박채형
  • 작성일 11.05.20
  • 조회수 16297

uniK : 섭외 차 전화를 드렸을 때 ‘국민대학교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송한나 : 국민대학교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박물관학(행정대학원 미술관, 박물관학 전공)이 있는 학교예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 3년이 되었는데, 박사 과정은 한국에서 밟고 싶었으나 박물관학 박사 과정이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아서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로 진학했죠.
 
uniK :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송한나 :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송한나입니다” 하면 “요즘 어떤 미술품에 투자하면 좋아요?” 많이들 물어보세요. 흔히 박물관은 오래된 물건이 있는 곳이고, 미술관은 현재 진행 중인 회화 작품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박물관은 역사, 고고, 민속, 과학과 같은 분야의 자료들을 수집, 관리, 보존, 전시, 교육하는 곳이에요. 그 중에서 예술 자료를 전시, 관리하는 곳을 미술관이라고 하는데 미술관도 박물관의 한 종류예요. 박물관 중에서 역사를 담당하는 곳을 역사관이라고 하고 동물원, 식물원까지도 박물관의 범주에 포함돼요.
 
uniK : 큐레이터는 전시를 해설하는 일을 주로 하나요?
송한나 : 큐레이터는 사실 전시 해설을 하는 직업이 아니에요. 해설하시는 분들은 따로 있는데, ‘도슨트(전시해설사)’라고 해요. 하지만 더욱 전문적인 전시 해설을 듣고 싶어하는 일반 대중이 늘어나 요즘에는 각 박물관에서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큐레이터와의 대화’라는 것을 하죠. 큐레이터가 하는 전시 해설의 특징은 해당 자료가 박물관에 오게 된 경위와 같이, 전시물에 관련된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도 업무 중 틈이 나거나 아니면 사무실에서 일하기 싫을 때, “저는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큐레이터가 되겠습니다!” 핑계를 대고 나와서 전시 해설을 종종 했어요.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여건이 되면 큐레이터도 도슨트 분들과 같이 설명해드리고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 블로그의 이름도 ‘큐레이터의 박물관 이야기’잖아요?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거리감을 좁히고, 박물관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관점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uniK : 그렇다면 큐레이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송한나 : 박물관의 모든 일을, 결재 빼고는 다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뭐가 있는지 알아야 기획을 할 수 있으니까 자료 수집이나 선정에서부터, 전시를 함으로써 같이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자료 보조하시는 분이나 전시 디자이너 분, 에듀케이터의 역할을 연결시켜 전시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들어 내는 거죠.

uniK : 일종의 '기획자'이시군요?
송한나 : 네, 한국에서는 ‘학예 연구사’라고 해요. 늘 연구도 해야 하고, 업무량이 많은 편이에요. 박물관 인턴이나 인력을 뽑을 때 제가 하는 첫 질문은, “힘 세세요?”(웃음) 체력이 우선 좋아야 하고요. 저는 큐레이터가 드라마에 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예쁜 옷 입고 재벌 집 아들 만나고 안 그렇거든요?(웃음)

uniK : 충분히 능력이 되실 것 같은데요?(웃음)
송한나 : 아니에요~ 박물관에 재정적인 후원이 많지가 않으니까 맨날 못질하고, 페인트칠하고, 물 새면 물 퍼다 날라야 하고… 큐레이터 학과 후배님들을 만나봐도 “언니, 저는 큐레이터 되면 맨날 명품 입고 작품 팔다가, 재벌 2세랑 눈 맞아서 시집 갈 줄 알았어요” 이러는 거예요. 저도 TV 보면서 “오오~ 나도 저기 갈래!” 이러면서 웃어요.(웃음) 진짜 말도 안 되는 거예요.

uniK : 큐레이터가 된 계기가 있었나요?
송한나 :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졌던 꿈이 큐레이터였어요. 그땐 큐레이터라는 직업 자체도 몰랐지만요.(웃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박물관에 많이 데려가셨는데요. ‘와 훌륭한 부모님이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제가 어렸을 때 질문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왜 이 동화책에는 유관순 언니가 단발머리인데, 저 그림책에는 댕기 머리를 하고 있어?” 하는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이요. 부모님 입장에선 ‘어린이 버전’으로 답하기가 곤란하거나 더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아이가 “전쟁이 뭐야?” 물으면 할말이 없는 거죠. 그럴 때마다 박물관으로 데려가셔서는 ‘네가 알아서 답을 찾아라’ 하시는 식이었죠. 어려서부터 박물관이 저에게는 어려운 공간이 아니었고,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박물관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uniK : 호주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하고 돌아와, 한국의 박물관들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송한나 : 가장 놀랐던 게 ‘우리나라 박물관이 이렇게 많고, 좋은 곳도 많구나! 굳이 해외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을 필요가 없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예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박물관에서 만나자” 했더니 “어우 야~ 거길 왜 가?” 하는 거예요.(웃음) 전 잘 이해가 안 갔어요.

uniK : <박물관의 이해>, <큐레이터 한나의 뮤지엄 데이트(이하 뮤지엄 데이트)>라는 책을 쓰신 이유도 그런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나요?
송한나 : 우리나라도 박물관이 이렇게나 많고 박물관의 역사도 100년이 넘었는데 관련 책들을 보면 해외 번역서가 대다수였어요. 한국의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박물관에 대한 이론적인 사실들을 국내 박물관의 사례를 들어 쉽고 재미있게 써보자, 해서 <박물관의 이해>를 쓰게 된 거였어요.

uniK : <뮤지엄 데이트>의 경우는 큐레이터님의 개인적인 추억과 일화가 많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송한나 : 블로그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지금도 한국에서만 1년에 200여 곳의 박물관을 가는데요. 어릴 적부터 박물관을 워낙 많이 다니다 보니까, 다녀왔던 박물관에 대한 소감을 죽 적어놓은 공책이 있어요. 하나하나 손으로 쓰다 보니 조금 힘에 부치더라고요. 그러다가 3년 전 블로그를 시작해서 다녀온 박물관과 관련한 자료를, 저를 위해서 올리게 됐어요. 그런데 방문자가 하나 둘 늘더니 “나 이 근처 살았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데인 줄 몰랐다. 한번 가봐야겠다” 하신다거나, “저도 여기 다녀왔는데 좋았어요” 하면서 소통을 하게 됐죠. 글을 보신 분들이 하나 같이 “박물관이 그렇게 어려운 곳이 아니군요!” 하실 때마다 큐레이터로서 깨닫는 점이 많았어요. 솔직하게 박물관 이야기를 해드리고, 박물관과 대중을 연결시켜 대화를 하게 만드는 역할이 큐레이터의 소임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블로그를 공식적으로 하게 됐고 <뮤지엄 데이트>라는 책으로 나오게 된 거였어요.

uniK : 큐레이터님의 지론인 ‘박물관은 즐거운 곳이다’는 것이 언뜻 듣기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말일 수 있는데요.
송한나 : 저도 사람인데, 가서 지루한 박물관도 솔직히 있죠. 내 눈엔 똑같아 보이는 불상만 100개가 있는데 이거 봐서 뭐하나 싶고.(웃음) ‘북촌생활사박물관’을 가면 어렸을 때 집에 있던 구식 텔레비전이나, 무겁고 나프탈렌 냄새가 싫었던 할머니의 솜이불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또 제가 어릴 때부터 건담 프라 모델 만드는 것을 좋아했는데 ‘로봇 박물관’을 가 보면 남의 박물관처럼 여겨지지가 않더라구요. 박물관을 갈 때마다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하거나, 추억을 자극하는 것들을 찾아낼 수가 있어요.





uniK : 사실 박물관에 있는 물건들 자체에 느껴지는 거리감이 대중에게는 꽤 크잖아요?
송한나 :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랑 똑같이 살았던 한 100년 전의 사람이 쓰던 물건들이에요. 그렇게 보면 내가 쓰던 물건도 박물관의 유물이 될 수 있어요. 인간이 살았던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 박물관 자료거든요. 경기도 여주에 ‘폰 박물관’이 있는데, 휴대폰의 역사라고 해서 우리가 모르는 거 없어요. 불과 30년 전 거란 말이죠.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휴대폰도 나중에 보면 너무 신기하고 낯설어 보이겠죠. 내가 이걸 어떻게 썼을까 싶으면서. 천 원짜리 구권 지폐를 가끔 꺼내보는데, 볼 때마다 신기해요. 이거 왜 이렇게 크지? 하면서.(웃음)

uniK : 그러게요.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송한나 :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박물관이라는 곳이 필요한 거죠. 서로와 서로의 기억을 연결해주는 고리이고,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박물관은 선조들만의 것이라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고, 그리 대단한 곳도 아니에요. 불과 5~6년 전의 것도 신기해하시잖아요? 어느 분이 자기 여고 시절, 버스 탈 때 쓰던 회수권도 토큰을 발견하고 신기해하다가 문득, 지금은 우리 버스 탈 때 뭐 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셨대요. 그래서 가족이 다 함께 버스 탈 때 쓰는 T카드나 신용 카드 등을 모아봤더니 그 자체가 우리나라 대중 교통 역사의 일부가 되더라는 거죠.

uniK : 최근 다녀온 박물관 가운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요?
송한나 : 서울에서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 있는 ‘꼭두박물관’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꼭두’는 예전에 상여를 장식했던 나무 인형이었어요. 솔직히 께름칙하잖아요? 뭔가 주술적일 거 같기도 하고 만지면 안 좋은 기운이 옮을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가면 다 까맣고, 어둡고, 무섭고, 칙칙할 거야’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 인형들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상여라는 건 민간인들의 장례 풍속이었는데 당시에는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상여 계를 들었대요. 거기에 들어가는 꼭두들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들의 모습이었고요. 일제 시대 때의 꼭두를 보면 당시 일본 순사가 많았기 때문에 일본 순사의 모습도 있어요.





uniK : 그래요? 재미있네요.(웃음)
송한나 : 사람이 죽는다는 걸, 우리는 일반적으로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꼭두는 ‘잘 가! 저 세상에 가서도 즐겁게 지내~’와 같은 의미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북을 치고 묘기를 부리는 모습의 인형들이 있고, 굉장히 밝은 분위기죠. 또 꼭두박물관에서 어린이체험교실을 열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꼭두 인형이 그려진 셀로판지로 조그마한 등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죽음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다’라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인 거죠. 어렸을 때 우리가 “엄마, 죽는 게 뭐야? 할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왜 우리 집 안 와?” 이렇게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데 그에 대해 적절히 답해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꼭두박물관을 갈 때마다 조금 숙연해진다고 해야 하나? 지금의 제 삶을 되돌아 보게 되기도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돼요.

uniK : 박물관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 자주 찾는 습관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송한나 : 동물을 좋아한다면 과천 경마공원 안에 있는 ‘마사박물관’을 가본다든지, 고양시에 있는 ‘테마동물원 쥬쥬’에 가본다든지 하는 거죠. 제가 무조건적으로 ‘재미있으니까 가세요!’ 하기 보다는요. 국내에 총 770개나 되는 수많은 박물관들 가운데 자기 관심 분야가 없을 수 없어요.

uniK : 끝으로 국민대학교 트위터를 통해 들어온 질문이에요. 박물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미리 어떤 공부를 하고 가야 하나요?
송한나 : 공부를 안 하고 가시면! 즐길 수 있답니다. 가서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찾으면 그건 성공한 박물관 관람이라고 생각해요. 가서 쓱 둘러보고 내가 좋아하는 거 5분만 들여다 보고 오세요. 그러면 그 12글자 짜리 긴 명칭은 외우지 못하더라도 분명히 마음 속에 남는 것이 있을 거예요. 박물관은 ‘학습(studying)’의 공간이 아니라 ‘배움(learning)’의 공간이거든요. 또 국보급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한 켤레 허름한 짚신이 나의 최고의 유물일 수도 있으니까요!



[송한나 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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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 박사 과정 중
고려사이버대학교 예술경영학과 미술관학 출강
시드니유태인박물관,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목아박물관 큐레이터 활동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환경디자인과 박물관 전공 석사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실내건축학과 졸업
저서 <박물관의 이해>(형설출판사,2010),
<큐레이터 한나의 뮤지엄 데이트>(미래의 창, 2010)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한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한 <2010 올해의 청소년 도서>



송한나 박물관 큐레이터가 말하는 박물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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