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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토크人] 경주를 가슴에 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소재구(국사 77)
어릴 적 익산에서 왕궁리 5층 석탑을 뛰놀던 한 소년. 지금 그 소년은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재와 함께 숨을 쉰다. 문화재청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국사학과 소재구 동문을 만나 그의 대학 시절과 경주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Chapter 1. 국민대학교 국사학과
국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파묻혀 살았을 정도입니다. 인문학을 고려하던 중 국어국문학과와 국사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 당시 국문학과에 성적이 되지 않아 국사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국사학을 사랑하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것이 국사학에 대한 애정을 불태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민대에 대한 이야기
어릴 때부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고 힘들게 들어온 대학교인 만큼 국민대에 대한 애정이 넘쳤습니다. 그 누구보다 국민대학교를 사랑한다 자신할 수 있습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추석 단 하루를 빼고는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소재구를 찾으려면 학교로 가봐라, 하고 주변에서 얘기할 정도였지요. 당시에는 건물이 본부관, 북악관, 공과대학 건물 3동 밖에 있지 않았고 한 학년은 900명 정도였습니다. 따뜻한 날이면 학생들이 민주광장에 앉아 야외 공연을 하고 옥편을 베고 잠들기도 했지요. 고리타분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다닐 때가 참 좋았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생긴 계기는?
국사학과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얻고 배웠습니다. 국민대학교 국사학과의 교수님들은 서울대 못지않은 최고의 교수님들입니다. 그런 훌륭한 학자인 교수님들과 함께 국사학을 연구하고 전국 8도 답사를 다녔습니다. 고서를 연구하며 학문과 한문을 익혔습니다. 그렇게 보낸 4년은 평생 남을 자양분으로 남았고 그 때 배운 것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 사학을 전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Chapter 2. 문화재청 역사 연구가
문화재청 입사까지
국사학과 시절의 목표는 도서관에 있는 모든 국사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졸업하여 후배들에게 단 하나도 막힘이 없이 도움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학, 인문학의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던 연구 교육 기관인 정문연 (지금의 한국중앙연구원)에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1982년 당시 국민대학교 합격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그렇게 박사 과정까지 치렀고 민속 박물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왼쪽은 경주 월성 유구(遺構) 에서 나온 막새의 일부. 오른쪽은 유구를 살피는 소재구 동문의 모습.
공직 생활 당시의 어려움
민속 박물관을 거쳐 고궁박물관, 지금의 문화재연구소까지 20년 동안 여러 박물관이 제 손을 거쳐 왔고 2만 5천여 점이 넘는 유물들이 제 손을 지나왔습니다. 박물관에 들어간 후 15년 후 저는 대동여지도의 11개 목판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했는데 마치 전문가들이 이를 발견한 것으로 오보되어 박물관에 있는 유물도 찾아내지 못한 듯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진정서까지 쓸 정도로 크게 번져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많은 선배들의 응원으로 진심은 통했고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성실하게 진심을 다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주 인용사지의 유구를 살펴보는 소재구 동문.
경주, 그리고 문화재의 중요성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영남권, 그 중에서도 경북 지역의 사라져가는 문화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역사를 정립하는 일을 합니다.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에는 아직 발굴해야 할 문화재만 수없이 남아있습니다. 여러 문화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연구는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뿌리를 알고 우리 스스로를 찾아가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역사를 통해 그 나라를 알고 역사를 통해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국민대 학생들에게 한 마디
성공하고 싶으면 학교를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학교를 사랑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십시오. 그리고 “자연산”이 되십시오. “자연산”이란 그저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진 온실 속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 거침없이 부딪치며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입니다. 청춘을 밝고 명랑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