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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CEO토크

동문 CEO - (주)아르테마니아 백규선 대표를 만나다 / 일반대학원 경영학과 박사 11학번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7.08.28
  • 조회수 10501

틀에 박힌 일상은 빤하다. 불행하다기 보다는,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몰입하는 무언가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 어차피 인생은 긴 경주 아닌가.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을 일,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내 자신을 더욱 잘 들여다보게 되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한 순간의 결정이 쉬울 리 없다. 위험할 수도, 무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준비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했고,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도 넘어서야 했다. 그러고 나니,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찬 날갯짓 할 수 있는, 제법 든든하고 커다란 날개를 갖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오랜 세월 품고 있던 ‘가능성’과 ‘꿈’을 꺼내 들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백규선은 졸업을 앞두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포스코 입사시험을 치르게 됐고,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고시에 더 이상의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를 거쳐 SK텔레콤까지 20년간 조직 생활을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피곤과 권태도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후회스럽거나 불행했다곤 할 수 없다. 그만큼 성과와 보상을 누렸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머물던 둥지를 떠나고픈 갈망이 일기 시작했다. 마흔에 막 다다를 무렵이었다.

 

“직원 교육 파트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니,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강연자의 역할이 어느 순간 익숙해졌어요. 교육을 받거나 강연을 청강해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한 번은 오페라로 강연을 듣게 되었지요.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 없던 제가, 악보조차 볼 줄 모르던 무지한 제가 오페라를 접했던 그 날의 신선한 느낌~. 오랜 세월 내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과 ‘꿈’을 찾은 것 같더라고요.”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그 떨리던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자, 본격적으로 오페라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내 안에 수만 개의 상자가 있다 해도, 만남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것들을 열 수 없고, 그냥 두면 그것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조바심 내며 전전긍긍하던 긴장감마저 너무도 행복했다던 그는 오페라를 하나씩 만나면서 세상이 넓어지고 있음을 온 몸으로 체감하게 됐고, 왠지 모르게 오페라가 자신의 삶조차 송두리째 바꿔줄 것 같은 예감을 하게 됐다.

 

“오페라를 부를 수 없다면, 전문적으로 오페라를 해설하고 무대를 경영하고 싶다는 청사진을 그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에 2011년, 리더십 박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됐습니다. 리더십전공 MBA 박사과정을 택한 이유는 백기복 교수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죠. 그 분야에선 최고의 스승이기 때문이지요.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쉬운 게 아니었지만, 각오했기에 그 바쁜 시간마저 즐겼던 것 같습니다(웃음).”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칠 무렵, 그는 또 한 번의 도전을 하게 된다. 휴가 때마다 찾던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니, 이탈리아에서는 예술학 박사 과정을 밟아보기로 한 그는 심사숙고 끝에 가스파레 스폰티니 공립음악원(Istituto Musicale Gaspare Spontini)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휴가 때마다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고향이나 생가 등을 성지순례 하듯 찾아다니는 것만으론 갈증을 느꼈나 봐요. 오페라의 속살 그대로를 만나려면 현지에서 공부하는 것, 그 이상은 없다는 결론이었어요. 틈틈이 언어를 공부했고, 나름의 준비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물론 수업 방법은 재직 중이었기에 출석보다는 과제와 테스트 등을 택해야했는데, 훨씬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어야 했지요.”

 

오늘의 열정은 내일의 또 다른 열정으로 이어지다

1년에 한 달 남짓, 이탈리아에서 체류하며 예술학 박사 과정을 밟아가던 그는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기까지 했다. 적잖은 연봉과 그로 인한 경제적인 안정을 생각하면 후회할 수도 있었고,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을 터인데 그는 이런 결정마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내와 가족의 이해 없이는 절대 안 되는 일이지요. 오페라를 만나면서 그리고 그 오페라로 인생 2막을 위해 다년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을 곁에서 봐왔으니, 그간의 여러 결정과 변화에 큰 반향은 없었어요. 이는 20여 년간 직장 생활로 가장 역할을 성실하게 임했으니, 가능했던 이해와 배려라고 자화자찬 하고 싶네요(웃음).”

 

이탈리아에서 예술학 박사 과정을 마칠 무렵, 그가 말하는 인생 2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아르테마니아(ArteMania)>는 ‘arte(예술)+mania(좋아하는)’의 합성어다.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백규선 대표는 <아르테마니아>를 설립해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에 첫 날갯짓을 한다. 그는 해설이 절묘하게 곁들여진 오페라 갈라 콘서트, 현악 3중주 콘서트, 리더를 위한 오페라 이야기, 예술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세상에 하나씩 꺼내놓았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최근 새롭게 개설한 SNS(밴드) ‘영혼을 깨우는 아리아’만 봐도 회원 수가 2천 여 명 훌쩍 넘을 정도이니 말이다. 

“오페라는 문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의 희로애락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여러 장비를 동원하거나 때로는 가수의 노래를 눈앞에서 감상하곤, 해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대부분 기업이나 대학, 공공단체에서 의뢰가 오는 편인데, 올 8월에는 한 여행사와 이탈리아로 예술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서울의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강의까지 맡고 있는 그는 예술을 경영에 접목해, 오페라 티켓 구매가 가능한 서비스까지 점차 확대해나가려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오페라 무대가 대중과 가까워지게 만드는 일에 결코 주저하지 않을 생각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바쁘고 부지런한 일상이 이어져 오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을 때 느끼는 희열의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으로 돌아가게 해야죠. 오늘의 열정은 내일의 또 다른 열정으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국민대 학생 여러분들도 분명히 좋아하는 일, 몇 개씩은 갖고 있을 겁니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아니면 생각을 깊게 안 해봤다면, 내 전부를 쏟아 붓게 될 그 무언가가 조만간 나타날 겁니다. 저도 대학 졸업하고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다가, 뒤늦게 오페라를 만나지 않았습니까.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흔한 말로 누구에게나 다, 기회는 다가오니까요. 다만 그때가 분명히 올 것이라는 믿음은 가지십시오. 내가 믿는 만큼, 내가 간절한 만큼, 마음껏 그릴 세상은 꼭 나타나는 게 인생이라는 사실,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