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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 그의 삶과 이야기 - 목요특강

  • 작성자 남경복
  • 작성일 07.03.17
  • 조회수 23994

 해학적 문체와 타고난 입담으로 유명한 소설가 성석제의 특별강연이 지난 15일 학술회의장에서 열렸다. ‘소설, 이야기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은 소설가 성석제의 삶이 담겨있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며 그 속에서 문학이 지니는 예술적 가치와 우리의 진솔한 인생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었다.

 ‘우리시대의 이야기꾼’ 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의 강연은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이번 강연에서 그의 이야기는 산문 ‘모래의 무덤’으로 시작됐다. 한 남자가 산으로 들어가 바다를 찾고, 바다 앞에서 모래가 되어 바다의 일부가 된다는 이 산문은 현재 시인이자 본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신 신대철 교수의 작품이다. 성석제는 대학시절 신대철 교수의 제자였고 이 이야기에 상당히 깊은 감명을 받았노라고 고백했다. 신대철 교수의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가 당시 시인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말하며 본인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빈 집’ 으로 유명한 故 기형도 시인과 같이 혜산 박두진 시인에게 시를 보이러 갔던 이야기부터 둘이 같이 문학학회에서 활동했던 이야기, 수업을 빼먹고 다방에 가서 쓴 시가 문학제에 당선되었다는 이야기, 군대에서 남들 편지를 대신 써주어 전우의 애인이 변심하는 것을 막은 이야기 등, 한번 풀어놓은 그의 이야기보따리는 음악이 흐르듯 경쾌하게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문학을 얘기했다. 문학이란 우리 인생의 한 국면이며, 그것은 ‘모래의 무덤’에서 모래가 되어버린 사람의 모습처럼 시와 문학에 사람이 섞이는 것, 사람을 적셔주는 것이라 설명하고 그것이 자기가 추구하는 것이라 말했다. 자신 스스로를 ‘우연히 떠밀려 얼떨결에’ 된 소설가라고 낮추어 평가하며 ‘사람을 적셔주는’ 예술적 문학에는 자신이 아직 멀리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한 문학에는 운만으로 도저히 도달할 수 없으며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있다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뛰어난 작품을 접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는 이야기와 문학이 삶의 단면이며 그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고, 그것이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소설가 성석제는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유리닦는 사람’ 이라는 시로 등단하였다. 1995년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를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성석제는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등을 출간하였고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내로라하는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