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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원민속관, 명원의 다향을 품다] 출판기념회 열려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15.11.09
  • 조회수 10119

2015년 11월 5일 아침 9시. 지난 주 추위는 기우였다. 화창한 날씨에 따스한 햇볕이 명원민속관 안마당을 비쳤다. 오늘은 "명원민속관, 명원의 다향을 품다" 출판기념회가 있는 날이다. 축하 화환과 서양란이 출판기념회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플래카드가 낙엽이 물들어가는 가을에 찻잎의 초록색으로 채워져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좌석은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고 마주보도록 배치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명원(茗園) 김미희 여사이다. 명원은 국민대학교를 중흥시킨 성곡 김성곤 선생의 부인이다. 그는 제일 먼저 딴 제일 비싼 차가 아닌 늦게 나는 차를 일컫는 ‘명(茗)’ 자와 밭을 의미하는 ‘원(園)’ 자를 호로 하였다. 평소 ‘겸손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 지은 것이라 한다.

명원민속관은 1981년 명원 선생이 을지로 장교동에 있던 한규설 대감가의 가옥을 이건하면서 비롯되었다. 가옥은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끝까지 반대한 한말 한규설 대감이 지어 돌아가실 때까지 거주했던 100여 년 된 건축물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연유에서 서울시 민속자료 제7회 지정문화재로 등록되었다.

명원 선생이 한국 차(茶) 문화를 정립하고 보급하는데 평생을 다 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원 선생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단절된 한국 차 문화의 명맥을 잇고자 다례를 연구하고 재현하였으며, 물을 끓이는 탕관, 끓인 물과 잎차를 널어 차를 우려내는 다관, 찻잔 등의 다구(茶具)를 되살려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진에 조선시대 다성(茶聖) 초의 선사의 다실인 일지암을 복원하였다. 또한 명원민속관 후원에 이를 본 딴 모정과 녹야정도 건립하였다.

명원 선생이 국민대학교에 한규설 대감가라는 커다란 유산을 남겨주셨는데, 2000년 솟을 대문에 명원민속관 현판을 단 게 전부였다. 명원 선생의 뜻을 좀 더 기릴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선생의 탄신 95주년에 맞춰 책 출판을 기획하게 되었다. 명원 선생의 생애와 한국 차 문화 연구와 보급, 명원민속관의 다례교육과 문화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한규설의 대감가와 그의 발자취를 글로 남기기로 하고 교내・외 전문가를 위주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건축학과 박길룡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국사학과 장석흥·문창로 교수, 명원민속관 관장을 지낸 정치외교과 김동명 교수, 다례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유양석 교수, 문화프로그램의 기획·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희선 교수와 한국 차 문화의 역사를 연구하는 박정희 교수 등을 필진으로 모셨다. 더불어 명원 선생에 대한 생생한 얘기를 담고자 장녀 김인숙 명예교수와 차녀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 그리고 한규설 대감의 증손자인 문영학원 한상국 학원장을 만나 구술 자료를 수집하였다.

학술 연구서가 아닌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로 만들고자 했다. 집필자 회의를 통해 전체 목차 구성과 서술 내용을 상호 검토하였고 고심 끝에 책 이름을 정하였다. 명원 선생이 명원민속관을 한국 차문화를 연구, 보급하고 차인(茶人)을 양성하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던 뜻을 기리고, 한국의 전통 문화를 공연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점을 고려하여, "명원민속관, 명원의 다향(茶香)을 품다"라 결정했다. 짧은 기간에 집필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8개월 만에 출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 명원 선생의 두 따님과 한상국 학원장을 대신하여 장손인 한정훈 문영여중 교장을 모시고 김채겸 이사장, 유지수 총장, 김지용 상임이사, 각 처장들, 그리고 집필자들과 명원문화재단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에 기념식을 시작했다.

국민대학교 교사자료위원회 위원장 문창로 교수와 박길룡 명예교수의 인사말에 이어 유지수 총장께서 명원민속관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을 역설하시고 난 뒤에 친필 사인한 책자를 김인숙 명예교수, 김의정 이사장, 김석원 회장을 대신한 김지용 상임이사, 한정훈 교장 등에게 증정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답사에서 모친의 한국 차 문화를 이은 만큼 명원 선생의 업적, 정신과 의미를 강조하셨다. 김인숙 명예교수는 명원 선생이 명원민속관을 이건하게 된 경위와 작고하시기 직전 안방에서 국민대학교 차 동아리 학생들에게 다례를 받고서는 “내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여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김지용 상임이사는 출판기념회를 축하하고 명원민속관을 발전시킨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렸다. 한정훈 교장은 어릴 적 부친과 함께 명원민속관을 찾았던 추억을 소개하면서 이를 보존케 해준 명원 선생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로써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출판기념식은 모두 끝이 났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후 마당에 마련된 차와 다과를 들면서 다담(茶談)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