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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 약진하지만 형·누나 못쫓아가/엄태웅(연극영화 03) , 이완(체육 02)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07.03.13
  • 조회수 19935

‘형만한 아우 없다.’ 평범한 듯한 이 속담이 대한민국 연예계에서도 딱 맞아떨어져 흥미롭다.

기를 쓰고 형이나 누나의 바통을 이어 동생이 연예계에 데뷔하지만 먼저 진출한 형의 활약과 명성을 뛰어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아는가. 예상보다 휠씬 많은 형제. 자매와 남매 연예인들이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늦게 난 뿔이 우뚝하다는 말을 뱉을 일은 극히 드물다.

최근 각각 하지원과 안재욱의 남동생 전태수와 안재현이 스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새내기 연기자로 잇달아 데뷔하면서 형제자매 연예인들이 화제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 엄태웅·이완 등 스타급부터 이은희·정진무까지

이들 중 그나마 형제가 모두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할 만한 연예인은 가수와 연기자의 벽을 마음껏 넘나들며 만능으로 맹활약 중인 엄정화와 그의 동생인 연기파 배우 엄태웅 남매 정도다. 오랜 기간 ‘엄정화의 동생’으로 더 유명했던 엄태웅은 드라마 <쾌걸춘향>을 통해 주연급으로 떠오른 데 이어 <부활>로 톱 클래스 연기자로 거듭 태어났다. 이제 ‘엄정화의 동생’이란 수식어는 그의 이름 앞에서 사라졌다. 엄태웅으로 불릴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나 엄정화의 명성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허락할 순 없다.

김태희와 이완은 최근 남매 연기자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예. 데뷔 초기 ‘김태희 동생’ 효과를 맛봤고 어렵지 않게 연기자 론칭에 성공한 이완은 드라마 <천국의 계단> <해변으로 가요>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등 ‘국민대 얼짱’이란 별칭마저 벗어버리며 잠재력 높은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제 그에게 ‘누구의 동생’이란 수식어는 불필요하다.

하지만 김태희가 현재 최고 CF 몸값을 자랑하는 톱 레벨에 이미 도착한 단계여서 역시 이완도 아직 누나의 유명세를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 남매 연예인 하면 단골처럼 최진실과 가수 겸 탤런트 최진영이 대표적인 예로서 거론되곤 했다. 이들을 비롯해 김혜수와 탤런트 김동현. 탤런트 이병헌과 모델 이은희. 윤현진 아나운서와 남동생인 탤런트 정진무 등 여럿이다.

이외에도 형제 연예인으로 그룹 015B의 장호일과 정석원. 탤런트 여욱환과 승혁. 듀오 수와진의 안상수과 상진. 자매 연예인으론 쌍둥이처럼 닮은 양희은과 희경. 채시라와 국희. 김성령과 성경 아나운서. 변정수와 정민. 설수진과 수현. 유호정과 호선. 염정아와 정연 자매 등이 꼽힌다. 이들 모두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초반 후광이 오히려 부작용이 될 수도

이처럼 형제 연예인들은 먼저 연예계의 별로서 자리잡은 형의 후광을 업고 뒤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고난 끼를 사이 좋게 물려받은 이들은 스타 파워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형이 앞에서 동생을 이끌어주며 치열한 경쟁 속에 도태되기 쉬운 연예계에서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곤 한다. 또한 형과 누나가 연기 노하우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해결사 노릇을 하며 뒤를 받쳐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후광이면서 동시에 부정적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누구의 동생’이란 수식어는 큰 부담감으로 남아 오히려 연예인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완은 “아무래도 누나가 먼저 잘 해내서 내가 데뷔할 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다. 또 김태희의 동생이니까 누나에게 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장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솔직히 김태희의 동생이란 게 굉장히 부담도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사 등에서도 나보다 누나 얘기가 먼저인 걸 주변에서 괜스레 신경 쓸 때가 많다. 이제 나도 진정한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서 더욱 그런 부담감이 커진다”고 밝혔다.

■ 결국 승부는 자기 할 나름

형과 누나 등에 의한 유명세 덕분에 획득한 대중적 호감도는 효과가 그리 크지도.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누구의 동생’이란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데뷔 초 스타의 형제라는 사실만으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지만 오래지 않아 자신의 개성과 실력으로 어필하는 데 실패하면 결국 곧바로 연예계의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주로 형과 누나 등의 후광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연예계 진입 장벽을 뚫은 이들이 독자 생존을 위한 무기가 충분치 않거나 노력이 부족해 한계에 다다르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해 안타깝다”며 “데뷔 전부터 형의 도움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탁월한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원의 동생 전태수도 “아무래도 누나가 활동을 오래 한 대선배님이라 자연스레 모범이 돼준 부분이 많고 같이 살면서 보고 배우는 것들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부담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누나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각오를 남다르게 하곤 한다.

또 누구의 후광으로 데뷔했다는 이유로 남과 똑같이 노력했어도 대중이 선입견을 갖는 부분도 있어 더욱 힘들 수 있다. 다른 신인과 똑같은 시각으로 비춰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게 내가 뛰어넘어야 할 숙제이고 이는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형과 누나를 뛰어넘은 동생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장나라와 오빠인 연기자 장성원. 서지영과 그의 오빠 서배준. 류승범과 형인 영화감독 겸 배우 류승완. 손호영과 VJ로서 활약하고 있는 누나 손정민 등은 거꾸로 동생들의 인기가 형과 누나를 앞지르고 있는 케이스다. 하지만 속내를 따지고 보면 이들도 예외적인 경우로 보긴 힘들다.

실제 장나라. 서지영. 손호영 등 동생들이 연예계에 먼저 투신해 활발한 활약상을 펼치며 인기의 단맛을 맛본 경우라 호적상 관계를 떠나 연예계 경력으로 따지면 이들이 엄연한 ‘선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을 가리켜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고 말하기는 역시 힘들다.

이영준 기자 [blue@jesnews.co.kr]

출처 : 일간스포츠 [2007-03-10 09:12 입력]

원본보기 : 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703/10/2007031009120290360201000002010100020101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