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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한마음경영 가속 주류社톱 굳힌다

  • 작성자 박정석
  • 작성일 05.12.09
  • 조회수 25923
헤럴드경제  2005.12.08.15:07

'관리통-생산통'장점접목 시너지 극대화…"이질적 기업문화 극복"동분서주 '좌 종웅, 우 진홍.'

하이트맥주 윤종웅(55) 사장, 진로 하진홍(56) 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살 터울인 두 사람은 박문덕 회장을 도와 '황금두꺼비' 진로 인수를 성사시킨 일등공신이다. 주류업계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박 회장은 하이트맥주는 윤 사장에게, 진로는 하 사장에게 각각 경영을 맡겼다.

하이트맥주 윤 사장은 국민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지난 75년 하이트맥주(당시 조선맥주)에 입사, 99년 사장 취임 이후 2005년에 이르기까지 30년을 '하이트맨'으로 살아왔다. 충남 공주 출신인 윤 사장은 재무-영업-기획 분야를 두루 섭렵한 대표적인 '관리형 CEO'로 꼽힌다. 박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해 만년 2위였던 하이트맥주를 창립 40년 만에 국내 맥주업계 1위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연말에 상복이 터졌다.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 최대어인 진로 인수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은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연세경영자상'(제조 부문), '2005 자랑스러운 ROTCian(경제 부문)' 등 최고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진로의 하 사장은 경남 진주 경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한 후 윤 사장보다 3년 정도 앞선 72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뒤 연구ㆍ개발, 생산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윤 사장이 '관리형'이라면 하 사장은 야전형 CEO인 셈이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생산담당 사장을 지내다 박 회장의 뜻에 따라 진로 인수기획단장을 맡아 진로의 법정관리 졸업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하 사장은 생산현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온 인물답게 진로 생산담당 직원 사이에서 '말이 통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두 사람이 합심해서 달성해야 할 특명을 내렸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화학적 결합'이 그 것이다. 72년과 81년의 역사를 지닌 두 회사의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명을 받아든 두 사람의 노력은 눈물겹다.
특히 9월 말 진로 대표로 취임한 하 사장은 지난 2개월반 동안 마신 소주가 평생 마신 소주량보다 많다고 한다. 취임 후 전국 90여명의 지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경상도 사나이'답게 이들 모두로부터 반잔씩을 받아들었는데 따져보니 소주 6~7병을 마신 셈 이었다고. 그는 간담회를 파한 후 한동안 혼절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하이트 윤 사장의 분투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지난달 23, 24일 1박2일 일정으로 사장단을 포함해 팀장급 이상 간부 133명이 참가하는 '한가족 한마음 행사'를 개최, 상호 공장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단합대회'를 가졌다. 윤 사장은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임직원과 함께 이천공장과 하이트 홍천공장을 견학하고 보광휘닉스파크에서 보낸 '화합의 밤'에서 받아든 수십잔의 '소맥(소주+맥주) 폭탄'을 마다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7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하이트맥주+진로 출입기자 송년 간담회장에서다. 이 자리에서 하이트맥주 윤 사장은 "만년 2등 크라운 시절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 1등이 되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역전 당하는 것은 너무도 쉽기 때문에 더욱 겸손하겠다"며 양사 화합의 기초가 되는 토대는 겸손함이라고 강조했다.

진로의 하 사장도 "진로가 어려울 때 변함없는 애정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준 국민의 성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평소 임직원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두 사람은 송년 간담회 자리에서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화합을 상징하는 '소맥 폭탄'을 만들어 '러브샷'을 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한가족이 된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동거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문호진 기자(mhj@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