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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교수 [Kisaeng Becomes You]로 뉴욕 공연 성공리에 마쳐.. /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2009년 2월 25일부터 28일 총 4회의 공연이 뉴욕 DTW에서 있었다.
게이샤에 흥분하는 뉴요커들의 뇌리에 기생을 새기며, 극동 변방출신 예술가의 작업에 프리뷰와 리뷰로 뉴욕타임즈가 먼저 주목했고, 이미 고전이 된 저널리스트 데보라 조윗 역시 박수를 더했다.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위해 뉴욕에 간 무용수와 안무가 김윤진, 이들을 환대한 건 파트너였던 딘 모스뿐만이 아니었다. 주 뉴욕 한국문화원이 나서 Meet the Makers를 열었고, 싱가포르, 일본의 공연예술 관계자들, 키친, P122를 비롯한 극장관계자 다수가 공연을 관람하고 깊은 관심을 표시하며 이 프로젝트의 3년간에 걸친 대장정이 마무리 되었다.
지금까지 뉴욕에 소개된 것과는 매우 다른, 그러면서도 독특한 우리 문화의 일면을 현대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던 것에서
어쩌면 독특함(신기함)이 호평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생’을 회자시킬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오로지 실력으로 한국 안무가가 주류언론 및 무용계로부터 찬사와 신뢰를 얻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우리 무용의 국제무대 진출에 있어 적지 않은 성과를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안무자 소개
김윤진은 한국춤을 전공했으며 2005년 김윤진 무용단을 창단하고 한국춤의 원형에 대한 탐구와 해체를 통하여 한국 창작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있다.
작품 <욕망2004>는 “인간 욕망의 본질을 신체의 해체를 통하여 새로운 양식으로 구축, 삶의 상징적 현실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침묵하라2005>는 미디어 환경과 현대의 문명적 현실에 관한 뛰어난 성찰로 평가 받으며 국립무용단 명작무로 선정되었다.
연이은 <노래하듯이 2006>, <다녀오세요, 구두가 말했습니다 2007>등의 타 장르와의 끊임없는 협력작업을 통해 장르간 경계를 넘나들며 삶에 직면하고 있는 동시대인의 몸이 처한 현실과 삶에 의문을 제기하는 개념적인 작업으로 한국 춤의 동시대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현재 김윤진무용단 예술감독과 국민대학교 무용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 원문보기
- iDANZ
http://www.idanz.net/blog/view/id_173/title_Dance-Review-Still-Contemplating-Becoming-Dean/
<첨부 - 기사 해석본>
Reviews from Journals in NYC
“관객들과 함께 타는 욕망의 흐름”
Currents of Desire, With an Assist From the Audience
클로디아 라 로코, 뉴욕타임스, 2009년 3월 2일 Claudia La Rocco, The New York Times, March 2, 2009
게이샤의 한국판으로, 낮은 신분이지만 엄격한 훈련을 거쳤다는 기생이라는 존재와 오늘날 현대 무용수들의 지위를 어떻게 이렇게 효과적으로 병치시킬 수 있었을까? 대체 어떤 생각으로 매일 공연마다 도박을 감행하며 관객들의 멋지고 세련된 참여를 기대했던 것일까?
다섯 명의 쟁쟁한 무용수는 어떻게 선별했으며, 옳거니, 제니스 조플린 노래에다 기생 시조, 작곡가 이옥경의 음악, 한국 가요를 접목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누가 했을까?
공연을 보면 알겠지만 이 모든 요소들의 선택과 배치는 본능적 ‘감(感)’이 시키는 대로 따랐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어쩌면 기저에 흐르는 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으리라. 이 작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명확히 설명될 수 없는 여성 특유의 정서적 흐름과 욕망의 세계를 그렇게 보여준다. (남성의 욕망이라는 것도 오로지 출연자 여성들의 행동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무용수 다섯 명은 까치발을 하고 울퉁불퉁한 원 대형으로 섰다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호흡하려 애쓰는 금붕어처럼 뻐끔댄다. 무언가를 심히 갈구하는 그들은 벙어리이며 불가해한 존재들이다.
또 어떤 때에는 외설적인 존재들로 탈바꿈하여 마이크를 음란하게 다루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삼켜내는 요란한 무리가 된다. 흥분, 분노, 슬픔을 못 이겨 서로에게 소리를 꽥 질러대기도 한다. 이러한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무례한 행동은 기생의 전형적인 이미지인 완벽한 겉모습, 유혹적인 맵시와 정확히 대조된다. 기생 시조에 연을 이어 표현된 뼛속까지 절절히 사무치는 외로움이, 기생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상을 뒤집듯이 말이다.
기생의 이러한 강한 면과 약한 면은 공연의 관객 참여 부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금요일 공연에는 먼저 우아한 중년 여성이, 나중에는 어린 여성 두 명이 참여했다.) 무대에 선 관객들은 한편으로 철저한 관심과 보호를 받는다.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출연자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동안 이 모습은 동영상으로 찍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안내도 없이 무대 위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지게 된다. 무용수들 없이 스스로 뭘 어쩌면 좋을지 몰라 하는 관객에게 모든 것이 떠맡겨진다. 금요일 공연에서는 이 같이 어색한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 안에서 무언가 지극히 연약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결국 도박은 성공했다.
“딘 모스, 김윤진, 다비드 루세브가 시도하는 전치(轉致)의 예술”
Dean Moss, Yoon Jin Kim, and David Rousseve Practice the Art of Displacement
데보라 조윗, 빌리지보이스, 2009년 3월 4일
Deborah Jowitt, The Village Voice, March 4, 2009
상이한 문화의 만남을 다룬 포스트모던 무용작품을 레스토랑이라고 가정해보자. 주방장이 자신의 뿌리를 가지고 요리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뿌리를 재료로 썼는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가끔 있다.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른다고 봐야 한다. 여하튼 이 음식을 먹는 손님들은 이 맛에 반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에 눈 떴다 느낄 수도 있고, 또는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다. 딘 모스(미국 흑인)와 김윤진(한국인)의 합작안무
도쿄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고 한국도 자주 방문한 적 있는 딘 모스는 <황진이와 조선시대 기생들의 시조>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김윤진과작업하게되었다. 짤막짤막한 이 시들에서 “?랑이 엇더터니 .... 지멸이 긴줄은 모로되 끝 간데를 몰라라. (18세기 기녀 송이의 시조) ... What is this love?...Mine breaks to a sharp edge within me”와 같은 구절을 뽑아다 무대배경에 흰 글자로 나타내기도 하고 무용수들의 입을 통해 마치 열의가 다 식은듯한 느낌으로 전달한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디오, 생중계 카메라, 두 개의 스크린에 쏘아진 이미지들 속에서 다섯 명의 개성 넘치는 무용수들이 기생의 속성을 벗겨내고 강화시키고 폭발시킨다. (기생은 관이나 궁의 관리 하에 훈육을 거친 ‘예인’을 뜻한다.) 기생이란 자고로 젊고 아름다우면서도 교양 있고 예절 발라서 양반을 (혹은 그저 돈이 많은 남자를) 능숙하게 상대할 줄 알아야 했다. 연희에서는 매력적이고 안방에서는 순종적이었을 기생은 마치 공연 중 스크린에 나타난 작약처럼 섬세하고 고운 존재다.
‘전치(轉致, displacement)’를 재현하기 위해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우아한 여성관객이 무대 위로 초대되었다. (공연단이 로비에서부터 적당한 관객을 물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섯 명의 무용수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한복 속치마를 입히고 가체머리를 얹은 후 예절에 대해 가르친다. 무용수 이미현이 규칙을 알려주고 배유리가 시범을 보인다. 다른 무용수들은 다가와 훈련받은 이 여성의 ‘성장’을 열렬히 칭찬한다. 이후 이 중년여성은 무용수들의 도움 없이 홀로 기생을 연기하면서(무대 돌아다니기, 관객을 향한 시선처리, 부드러운 팔 동작, 가벼운 황홀경의 표정 등) 시조를 읊고, 스카프를 주워 눈가를 닦아야 한다. 무용수 중 한 명이 이 장면을 녹화하고 또 다른 이는 사진을 찍어댄다. 이 임시 무용수는 편안한 일상으로부터 ‘가상 속 타자의 문화’로 이끌려 그 문화의 규칙을 따르며, 그녀가 새로이 행위하게 된 모든 것들의 제약을 받고 일상과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전치’된 중년여성에게 무용수들은 마지막으로 돈을 준다.
손님의 존재도 드러난다. 임소연은 맥주잔을 늘어놓고 그 위에 위스키 샷을 얹은 후 한번의 손짓으로 폭탄주를 제조한다. 바야흐로 파티 시간이다. 그들 안에 감춰져 있던 남성성을 재현하며 ‘원샷’으로 술을 퍼 마시는 등 애드립도 능숙하게 해낸다. 무대에 새로이 오른 두 명의 관객에게 술을 권하고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가 점차 떠들썩하게 고조된다. 두 관객 중 한 명은 기생 시조를 읊도록 하고 다른 한 명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이 모든 것을 기록하도록 한다.
흥미롭게도 카메라를 든 여성이 이 공연을 마무리하는 주인공이다. 실제상황이다. 미니 드레스와 하이힐 부츠를신은 관객은 이제 카메라와 무용수들 없이 홀로 무대 중앙에 놓인다. 무대 측면으로 물러나 낄낄거리며 관객을 구경하는 무용수들을 향해 그녀는 애원하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다가 그녀는 결심한 듯 용기를 내어 서서히 암전되기 전까지 무대 위에 가만히 서 있는다. 저녁 유흥의 주인공이 될 새로운 기생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생성(生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 딘 모스 & 김윤진”
Dance Review: Still Contemplating Becoming - Dean Moss & Yoon Jin Kim at DTW
기생은 상류계층의 여흥을 위해 예술 교육을 받은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다. DTW에서 진행된
아름답지만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미지들로 공연은 시작된다. 다섯 명의 한국 여자 무용수들은 목을 뒤로 젖힌 채 천장 쪽을 바라보고, 고통스럽게 입을 벌린 자세에서 발끝으로 가볍게 움직인다. 한 여자가 수를 놓고, 그녀의 손바닥 위에 실이 꿰어진다.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비디오 화면은 이 이미지를 확대하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각도를 비추거나, 특정 장면들을 더욱 세부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무용수들은 앳되면서도 코믹하게 과장된 환대로 관객 중 한 명의 여성을 맞는다. 의상과 가발을 씌우고, 무선 마이크를 채운 다음, 그녀에게 지시를 내리고, 몇 줄의 시를 전달한다. 전형적으로 감상에 찬 사랑 시들과 반대로, 기생의 이 시는 매우 파괴적이다: “내가 사랑할 때, 나는 당신을 적으로 만든다”.
심지어 기생들의 파티 장면은 불길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다른 두 명의 관객들이 “선택되고”, 환영 파티를 위해 무대에 초대된다. 기생들은 맥주를 마시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떠들어댄다.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 사람들은 아직도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음악은 이미 꺼져 있는 술집처럼 이들의 떠들썩함 속에는 텅 빈 공허감이 맴돈다.
“기생”으로 분한 관객은 동작과 대화로 지시를 받는다. 때때로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불분명하기도 하다. 다른 이들이 동작을 하는 동안, 한 사람은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을 하거나 아니면 역할을 바꿔서 진행한다. 마지막에, 무대 위에 혼자 남겨진 한 사람은 무대 가운데 서서, 외로움과 고독한 감정을 연기한다. 방금 마신 맥주 때문인지, 아니면 혹시 이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건지, 관객은 의아스러울 만큼 무대 위에서 편안해 보인다.
딘 모스의 다층적 의미가 담긴 작품들은 무용과 연극, 퍼포먼스의 경계를 흐린다. 김윤진과 함께 한 이 작품에서, 그는 공연의 그 어떤 것도 과장되게 꾸며지거나 인위적이지 않은 불편하지만 신뢰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성을 지닌 세련된 작품. 인상적 예술의 정의에 걸맞게,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줄리 포더링햄, iDNAZ, 2009년 3월 2일(JulieFotheringham,iDANZ,March2,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