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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흙덩어리가 눈부신 보물로.../문화재보존전문가 권혁남(금속공학과 89)

  • 작성자 이민아
  • 작성일 10.01.18
  • 조회수 14618

"여기, 색깔 다른 거 보이시죠? 떨어져 나간 부분을 합성수지로 채워 복원시킨 겁니다. 발굴 당시만 해도 커다란 흙덩어리였었죠."

지난 14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 금속실에서 권혁남(40) 팀장이 2006년 전라남도 고흥군 안동고분에서 출토된 1600년 전의 철제 갑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금동신발이 제일 애먹인 유물이에요. 워낙 부식이 심해서 흙을 제거하면 형체가 흐트러질 위험이 컸었죠. 손대기 전에 방법만 몇달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흙 사이사이에 접착제 같은 것을 넣어서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부터 했어요. 고흥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이제 90%쯤 보존처리가 끝났습니다."

권씨는 보존과학센터에서 금속유물 복원을 책임지고 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눈에 익은' 유물들이 보였다. 지난해 9월 전라북도 고창군 봉덕리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을 비롯해서 전라북도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굴된 금제 사리항아리와 사리봉안기, 은제 관식, 원형 사리합….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출토 유물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한쪽에선 하은하(여·30) 연구원이 고창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을 최신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며 가는 붓으로 이물질을 털고 있었고, 금속실의 막내 윤정은(23) 연구원은 고흥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의 X선 필름을 살펴보고 있었다. 권씨를 제외한 금속실 연구원 8명은 모두 20~30대이다. 이렇게 젊은 연구원들이 우리나라 고고학사를 바꾼 유물들을 복원하고 있다.

"처음 유물이 들어오면 처리 방법을 생각하느라 잠을 못 자요. 집에 가서도 눈앞에 유물이 어른거리고, 밥 먹으면서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권씨는 "문화재 복원 작업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분야"라며 "한 번 잘못 손댄 유물은 영원히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했다.

고창에서 출토된 백제 금동신발은 처음 원형의 모습으로 출토된 것이라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형태는 완전한데 부식 상태가 심각했어요. 먼저 표면의 흙을 제거한 후 안정화 처리를 했고, 신발 안쪽에 거즈를 붙여 보강했어요. 고창 백제 신발은 올해의 주력 작품이 될 겁니다."

권혁남씨는 공학도 출신이다. 1997년 국민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 들어왔고, 2005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겼다. "제가 들어올 당시만 해도 문화재 보존이라는 분야가 참 생소했어요. 이 분야 선배들을 다 합쳐도 50명이 안 됐을 겁니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관련 기관도 많아졌고, 복원기술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됐죠." 그는 "우리나라처럼 첨단장비를 이용해 종합적으로 문화재를 보수·복원하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신설된 보존과학센터는 국내 최초의 전문 보존과학 연구시설이다. 지상 4층, 지하 1층에 연면적 7788㎡(2356평)의 대규모 첨단 연구시설을 갖췄다. 유물이 발굴돼 현장에서 수습해 오면 먼저 X선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유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얻은 재질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 계획을 세운다. "하나의 유물을 복원하는 데 몇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경천사 10층 석탑은 복원하는 데 10년 걸렸어요."

지난해에는 숭례문 현판·원주 동화리 벽화를 비롯해 616점의 유물이 이 센터를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현재 센터에서 보존처리 중인 유물은 598점. 30여명의 연구원이 밤낮없이 문화재 복원 작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처리할 유물은 넘치고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게 유물이 영구적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후손에게 넘겨주는 작업이잖아요.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이 귀한 유물들이 우리 것이 아니고 우리 세대는 잠깐 보관할 뿐 후손에게 원래 모습대로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후손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긴장을 잃지 않겠습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17/2010011700858.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입력 : 2010.01.18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