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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박찬국 화가의 '달문 프로젝트' / 회화전공 91 동문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6.06.07
  • 조회수 5680

달을 우리 동네 앞마당에 매어 두고 싶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달 그리고 소유하지 않은 기억’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익산시 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 박찬국 화가(35)의 프로젝트를 엿보려 한다.

△ 달에는 정말 토끼가 살까

달. 月.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익숙한 느낌만 남는 아주 오래된 연인같은 느낌이랄까. 달은 언제나 지구를 돌며 매일 지구를 사랑하지만 가끔은 달의 존재를 잊고는 한다.

어린 시절 올려다 본 달은 동심의 꿈나라로 기억한다. 토끼가 방아를 찧고 사는, 햇님 달님의 동화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쳤던 공간이었다. 그런 달이 지구의 자연위성으로, 태양계내의 위성 중 5번째로 크며 지구 중심으로부터 달 중심까지의 거리가 평균 38만4400km로, 지구 지름의 30배이며,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00분의 1이라는 지식을 습득하면서 달은 더 이상 토끼의 나라가 아니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로, 달은 현재까지 인류가 직접 탐험한 유일한 외계이다.

이런 달을 우리 동네 골목에 매어 놓으려는 엉뚱한 발상이 기획의 전부다. 내가 올려다 본 달은 크고 아름다운데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달은 작고 멀리 있는 경험, 한번쯤을 해 봤을 것이다. 달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빛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로맨틱할까? 수줍은 상상도 해본다.

△ 우리동네 달 띄우기

‘달 그리고 소유하지 않은 기억 프로젝트’는 지름 8m짜리 대형 달을 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에 띄운다는 기획을 실행에 옮겼다.

“달은 어김없이 위상의 변화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무엇이든 소유하려는 인간은 70년대 미국이 달에 깃발을 꽂았지만 그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니며 그 누군가의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어렸을적부터 바라봐오던 달을 소유할 수 없지만 하늘에서 빌려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지난 달14일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시간의 작업이 마무리 될 무렵. 커다란 달이 건물 옥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바람의 시샘인지, 거의 성공을 앞두고 바람의 저항을 이기지 못한 달이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하며 달이 익산에 착륙해 버렸다. 덕분에 시민들은 지구로 떨어진 달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즐거운 서프라이즈를 즐겼다.

당초 계획대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달은 아니었어도 수 십명의 시민들이 달 착륙을 도왔던 장면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또 다른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여러군데 기운 자국이 보이는 달이 주차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달을 붙잡고 있는 시민들의 표정이 해맑다. 덩달아 작가는 더 해맑은 표정이다.

△ 초상화로 시민들과 교감

박 작가는 소셜 네크워크를 아주 잘 활용하는 젊은 세대다. 그는 SNS를 통해 작품 이야기를 소통한다.

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익산 시민 300인 초상화 그리기’ 도전에 나섰다.

SNS을 통해 신청한 시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의 초상화를 그린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전시할 계획이다. 그의 이런 계획은 SNS와 입소문을 타고 번져 그의 작업실을 찾는 시민들이 매일 줄을 이었다.

얼마 전 높은 고위직(?) 어느 분이 스케줄이 없는 관계로 사진만 보내면 안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는데, 작가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유는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기억을 함께 교감하고 그 분의 인생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밝히며 직접 작업실에 찾아와 주실 것을 정중히 답했다고 한다.

무료로 진행하는 초상화 프로젝트지만 직접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그의 무료 초상화 프로젝트는 지난 달말까지 선착순 300명에 한해 진행됐으며, 이달 중 익산문화예술의 거리 일대에서 전시된 후 초상화 주인공들에게 직접 선물할 계획이다.

△ 고향의 기억·흔적 찾아 나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박 화가는 국민대 회화과. ‘Colors in the volume전(2016, 가나아트스페이스)’, ‘빎 그리고 돎전(2015, 문화공간 이목)’, ‘8090세대의 현대 미술전’(2012, 성곡미술관)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진행한 경험이 많은 작가다. 익산에서는 처음 시도된 작업으로 예술가들이 익산을 주제로 문학과 미술, 영상, 디자인 등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업을 펼칠 수 있도록 ‘E-127 창작스튜디오’ 공간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예술과 지역이 교류를 통해 예술로 교감하는 사업이다.

공공예술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익산과 인연을 맺은 박 화가는 익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 다른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자신처럼 과거의 기억을 가진 익산 시민들이 옛 익산의 기억을 회고할 수 있는 작품을 처음부터 기획했다고 한다. 과거 작가가 기억하는 익산의 옛 기억을 돌이켜 보고, 흔적을 찾는 작업이다.

15년여 타지에서 작품 활동을 해 온 그는 사실 남성고 출신이다. 당시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던 남성고에서 미술을 선택한 사람은 박 작가뿐이었다고 한다.

15년만에 고향 익산땅을 제 발로 찾았고, 그는 지금 고향에서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쏟아 붓고 있다.

작가는 “예술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전시 작가들은 단지 갤러리에 들려 작품을 많이 보러 와 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예술은 상업적이라는 것을 떠나서 일상적인 모습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재미있게 다양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다. 작품을 보며 공감하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작가는 7월이면 부안 휘목 레지던시로 거처를 옮겨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러나 다시 찾은 고향 익산에서 맺은 새 인연들을 놓지 못하고 연을 이어가려고 한다.

지역을 사랑하고 그 기억의 파편을 모아 예술혼을 펼치고 있는 젊은 예술가의 열정과 도전이 계속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원문보기 :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58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