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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神話는 `李대리 노트`서 시작됐다 / 이충구(기계ㆍ자동차) 교수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포니(PONY)를 만들 때는 와이퍼 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았어요. 모든 것이 처음 하는 일이었죠."
1969년 자동차공학도로 현대차 엔지니어로 입사해 차량 설계의 기본개념조차 없던 상태에서 국내 최초 고유모델 포니 개발에 참여했던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의 말이다.
1976년 `마이카`라는 말을 만들며 화제가 됐던 포니 출시는 시발자동차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고유모델 보유국으로 큰 문턱을 넘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당시 대리급이던 이 전 사장은 승용차 반제품을 조립, 생산하는 수준에 불과하던 70년대 5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이탈리아 이탈사로 파견됐다.
복사는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숨기는 핵심기술을 배우기 위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도면작업을 어깨너머로 보고 밤에 숙소로 돌아와 꼼꼼히 기록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차량 한 대를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이 대리 노트`다.
그는 한국이 자동차 변방국에서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시장을 위협하는 리더로 변신하기까지 30년 넘게 현장을 누볐다.
신제품 개발의
산파 역할을 담당한 그의 손을 거친 차만도 엑셀, 쏘나타, 그랜저 등 33종에 이른다.
은퇴한 후 2003년부터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현장 노하우 전수에 기여하고 있다.
출처 : 매일경제 2006.12.18 08:19:00 입력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선정 작업은 2006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됐다. 후보 추천과 심사 기준은 산업발전 기여도와 기술발전 기여도 두 가지로 축약했다. 구체적으로 산업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신산업 구축, 경제성장 기여, 수출 기여 등 엔지니어로서 산업현장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를 평가하는 산업발전 기여도에 중점을 뒀다. 이 같은 선정 기준에 따라 먼저 서울대 공과대학이 지난 4월 교내외 전문가와 산업 계 전문가 등 18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위원장 최항순 서울대 교수)를 가동해 한국엔지니어클럽 회원과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별 협회 회원사 등을 토대로 한 자 체 조사를 통해 예비 후보 1200여 명에 대한 자료를 검색사이트 인물검색 등을 통 해 수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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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2006.10.22 17:45:02 입력
[나의 삶 나의 꿈] 젊은 싹 틔우는 거름이 되고 싶다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째다.
마이카 붐이 불기도 전인 1969년 자동차공학도로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2002년
사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필자가 아는 건 자동차가 전부였다.
1976년 포니 출시를 시작으로 그간 필자의 손을 거쳐간 30여 종의 차는 모두 부족해서 못 팔 정도였으니 필자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30년간 정든 현장을 떠나서도 대학원에서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학생들과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현장을 떠난 아쉬움도 잠시, 학생들과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한 학기가 훌쩍 지나가 버린 것을 알고 아쉬움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동차전문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인 만큼 자동차에 대해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것도 제각각이다.
어떤 친구는 엔진이나 플랫폼 등 자동차 공학에, 또 어떤 친구는 외관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다.
포르쉐나 페라리를 몰아보고 싶어 한다거나 슈마허처럼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는 것이 꿈인 친구도 있다.
그래서 그들과의 대화는 늘 활기차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무엇이든 쉽게 정답을 구하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면접을 대비한 모범답안은 없을까? 자기소개서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기 전 불안을 달래기 위해 점검을 받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또 7~8명의 학생들이 면담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면접대비용 예상 질문서를 만들어 답변에 대한 과외수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의 내 경험을 살린 답변을 원하는 것이다.
또다른 질문도 많다.
취업이 된다면 어느 직책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정년퇴직 전 몇 살까지 버틸 수 있는지, 어느 부문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장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 실로 그때 그때 다른, 정답이 없는 질문들을 쏟아낸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젊은 그들이니 그만큼의 고민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내 젊은 시절의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심도 많다.
나는 20대와 30대 시절을 차량설계의 기본개념조차 없는 백지상태에서 첫 국산 고유브랜드인 포니 개발에 참여하는 `행운`을 안았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하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행운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당시는 와이퍼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곡면유리와 밀착되지 않는 데다 삐거덕거리기까지.
대리시절 막내로 이탈리아 협력사로 파견돼 복사조차 못하게 하는 핵심기술을 넘겨듣고 차량설계부터 프로토타입까지 차 한 대를 개발할 수 있는 내용을 열심히 기록한 `이대리 노트`라고 불려지고 있는 보고서를 완성한 일은 2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Vision 2020`을 생각해 낸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새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적어내도록 나눠주는 과제이다.
지금 학생들의 나이가 25세 전후이므로 2020년이 되면 인생의 절정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40세가 된다.
그때의 자화상을 그려보자는 취지다.
중년이 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때를 준비하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작성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 자신의 목표를 알고 설정해 봄으로써 막연했던 꿈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세워보도록 하는 데 뜻이 있다.
그 중에는 모자라는 어학실력을 채우기 위해 한 학기 휴학을 하는가 하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Multi-mix` 자격요건을 채우기 위해 과감하게 복수전공을 택하기도 한다.
또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것이 엔지니어 차별화의 방법 중 하나라는 조언을 듣고 어릴 때 중단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친구도 있다.
그럴 때는 내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의 생각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하고 조심스러워질 때도 많다.
이렇듯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는 실천력 있는 친구들은 성공을 향해 한걸음씩 착실하게 나아가게 될 것으로 믿는다.
자동차 설계도면도 읽을 줄 모를 정도의 자동차 변방국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우리가 자동차강국이 된 것도 이 같은 착실한 걸음들이 모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모델을 개발한 우리가 짧은 기간에 선두 대열에 올라서기까지 세인들이 보기에 얼마나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도전했던가.
운 좋게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잘 팔려나갔고 자동차 선진국 유럽에 수출 도전장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일도 떠오른다.
미국시장에는 첫 해에 26만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는데(그것도 엑셀 한 차종으로) 그 후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왜 고전을 면치 못했는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들도 수출을 포기하는 그런 냉혹한 미국시장에서 (TV프로에서 형편없는 제품의 대명사처럼 비유되는 수모와 멸시를 당해가며) 무엇 때문에 우리는 재도전을 했는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떻게 재기했는지 등등 젊은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는 나의 변명과 넋두리, 그리고 꿈이 뒤섞여 있다.
요즘 학생들은 우리가 자랄 때보다 나약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한창 강인한 품성을 키워야할 때 입시지옥을 견뎌내야 하고 혼란스럽고 일관성 없는 교육과정에 지쳐서일까. 저녁을 사달라고 지방에서 달려온 신입사원은 사회와 조직이라는 프로세계에서 느끼는 혼란과갈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도 회사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려는 야심찬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사실 교수들은 학생들 개개인의 `욕구(Needs)`를 파악할 여유가 없다.
할당된 학생 숫자가 너무 많고 전공과목에 열중해서 일방적이고 오래된 요지부동의 커리큘럼에 따라 지식전달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대학과의 수평적 네트워크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파악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내던져진 학생들이 그래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내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들은 나의 젊음이 그랬듯이 배운다는 즐거움에 마냥 기뻐하고 열정으로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긴 입시터널을 빠져나온 그들의 끈기가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 젊은 싹을 틔우는 거름같은 삶을 살고 싶다.
출처 : 매일경제 2006.12.09 08:28: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