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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半百의 학생들 배움열정에 찡한 감동”/ 이현만(법 59 동문)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09.02.14
  • 조회수 16563

4000명 주부졸업생 배출 한림실업고 이현만 교장

지난 10일 서울 장지동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학력인정 주부학교 한림실업고등학교 졸업식. ‘졸업식 노래’가 울려퍼지자 졸업생은 주름이 져 움푹 팬 두 볼 아래로 연방 눈물을 떨어뜨렸다. 졸업생의 나이는 대부분 반백(半百)을 넘겼거나 그 언저리. 그들은 가난해서, 여자라서 못 배운 한을 이날 받은 졸업장으로 풀었다. 274명의 ‘주부 졸업생’ 중 181명은 대학에 진학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993년 교육부 학력인정학교가 된 한림실업고는 이번 졸업식이 14회째. 15년간 4000여명의 주부 중ㆍ고생을 배출했다. 이렇게 많은 주부가 ‘배움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데는 학교 설립자인 이현만(71) 교장의 힘이 컸다.

이 교장은 1960년 서울 홍제동의 공터에 한림학교를 세웠다. 어려웠던 시기여서 당장 끼니를 걱정했던 불우 청소년이 많았다. 그는 야간에 천막을 친 교실에서 청소년을 무상으로 가르치며 취업알선도 해줬다.

하지만 당시 전국적으로 산재했던 새마을학교, 청소년직업학교, 적십자청소년학교 등의 학생은 학교를 수료하고도 검정고시를 치러야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실로 실의에 빠진 제자의 모습에 그는 ‘학력인정운동’을 벌여 나갔다. 20여년 노력한 결과, 한림학교는 1986년 다른 43개 비학력인정학교와 함께 학력인정학교인 한림여자상업학교로 인가받았다.

다음으로 그가 눈을 돌린 것은 배움에 목말랐던 주부였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오빠에게 또는 남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양보한 채 평생을 ‘무지(無知)의 한’으로 살아갔던 어머니들을 보면서 가슴아팠다”고 했다. 1993년 기존 한림여상에 국내 최초 주부 중ㆍ고교 과정 학력인정학교를 병설했다. 입학한 주부는 중?고교 과정을 각각 2년만 수료하면 검정고시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다.

오는 3월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방송, 연예, 예술에 관심있는 청소년을 위해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를 개교한다. 평소 예능에 재능이 있어도 제도권 교육과 맞지 않아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한 일종의 ‘대안학교’다. 그는 “소위 ‘끼’가 있는 아이는 학교의 부적응자도 아니고 탈락자도 아니다”며 “다만 능력이 뛰어나고 개성이 특별해 학교 교육이 이들의 역량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규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인재의 배움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달에는 모교인 국민대로부터 ‘자랑스러운 국민인상’을 받았다. “배움은 포기하면 안됩니다. 하고자 하는 열망만 있으면 되죠. 학교에서 저는 학생의 위대한 힘을 순간순간 느낍니다.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우는 이 일에 평생을 바쳐온 것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9-02-13 15:26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6&aid=0000295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