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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임원이 날다] 김영순 LG패션 상무 / (의상 81) 동문
김영순 LG패션 상무(48)의 이력은 극히 간단하다.
국민대 의상학과 졸업, 중소패션기업 데코서 디자이너로 20년 근무, 2005년 LG패션 임원으로 영입돼 현재 LG패션 여성복사업부문 총괄상무가 전부다. 파리나 밀라노의 유명 패션스쿨을 나왔거나 외국 패션회사 근무, 컬렉션 참가 등 화려한 이력 한줄없다. 그럼에도 그는 국내 패션기업에 다니는 디자이너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성공의 롤모델로 통한다.
그는 국내 디자이너 억대연봉자 시대를 연 인물이면서 대기업에선 드문 디자이너 출신의 여성 임원이다.
2005년 김상무가 LG패션 임원으로 영입됐을 당시에 그를 두고 '시장을 아는 디자이너'라는 평가가 있었다. 흔히, 디자이너라면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에 옷그림 그리고, 해외 컬렉션이나 박람회장을 구경다니고, 멋진 모델과 포토그래퍼와 작업하는 화려한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김상무는 그러한 모습은 "호수위의 백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백조가 호수위에 우아하게 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호수아래서는 쉴새없이 발놀림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 패션디자이너가 화려한 직업처럼 보이는 것은 외형일뿐이고 매시즌 새로운 옷, 남다른 옷, 팔리는 옷을 만들기위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기성복 디자이너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드는 부티크 디자이너와 달리 소비자와 함께 호흡해야한다.
그는 "기성복 디자이너는 소비자보다 지나치게 앞서도 안되고, 한발 앞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한다"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이익이 날 수 있도록 제조원가를 맞추고, 팔릴만한 옷을 예측할 수 있는 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 역량도 갖춰야한다"고 전한다. 기성복 디자이너는 블라우스에 러플(큰주름)이 몇개가 달려야 가장 예쁜지 뿐만 아니라 한개를 뺐을때 단가를 얼마나 줄일수 있을지도 알아야한다는 것.
김상무는 패션업계 바닥부터 시작했다. 중소패션업체의 막내디자이너로 들어가 동대문 등 시장을 돌며 원단부터 단추 등 부자재를 고르는 법부터 배웠다. 상품출하 시즌을 앞두고는 밤샘작업을 밥먹듯했다. 90년대 대학을 다닌 여성이라면 누구나 애용했던 데코, 아나카프리, 텔레그라프 등의 브랜드를 베스트셀러겸 스테디셀러로 만들었다.
타고난 패션감각과 시간관념, 성실성으로 그는 디자인실장, 사업부 총괄 상무로 승진을 거듭했다. 김상무는 당시 국내에 디자이너 억대연봉자 시대를 처음 열었다. 그때만해도 초봉 디자이너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됐고, 열악한 도제식 근무를 거쳐 10년이 지나봐야 5000만원 넘기가 힘든게 이름만 전문가인 디자이너들의 실상이었다.
그러나 김상무는 데코에서 히트 상품을 연속해 만들어내면서 '디자인실장=억대연봉자'첫 케이스를 만들었던 것. 그 이후 동료나 후배 디자인 실장급중에서 억대연봉자를 배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딛은 곳에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뿐이고, 보수는 그다음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김영순 상무가 LG패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데코가 이랜드로 오너가 바뀌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싶어서였다. 그가 회사를 옮긴후 첫 데뷔작은 '모그'다. 중성적이면서 카리스마넘치는 여성의 느낌을 표현한 '모그'여성복은 주요백화점 매출 5위권에 드는 성공적인 안착을 하며 순항중이다. 스텔라 테넌트, 다리아 워보이 등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톱모델을 기용해 '그밥에 그나물'식의 식상했던 국내 여성복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모그'에 이어 그는 '닥스숙녀'의 리뉴얼 작업을 단행했다. 김영순 상무는 현재 '모그''닥스숙녀'를 비롯 수입브랜드인 '이자벨마랑''레오나드''블루마린' 그리고 최근 인수한 '바네사 브루노''질 스튜어트''질 바이 질스튜어트'등에 이르기까지 LG패션 여성복브랜드를 총괄하는 좌장이다. 남성복업체에서 여성복을 중심으로 한 종합 패션기업으로 거듭나려는 LG패션의 핵심인물인 셈. 그에게는 최근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많은 브랜드를 맡다보니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일이 잦아졌고, 디자인실 이외에도 타 부서와의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가 됐다.
그가 애착을 갖고 있는 '모그'가 추구하는 여성처럼 부드럽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CDO(Chief Desiner Officer굛치프 디자이너 오피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
그는 "CDO는 미래를 보는 눈과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누구나 마음을 먹는다면 변화의 속도와 정보를 알 수 있다. 그 안에서 정말 쓸만한 정보와 트렌드를 읽어서 브랜드를 이끌어가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계속해서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다. 조직원들을 끌어갈 수 있는 리더쉽이 강조되는데, 폭넓은 시각을 얻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대한 관심과 학습이 필요하다. 미술, 역사, 서적,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코드와 양식을 바탕으로 풍부한 크리에티브한 감성을 접목해야한다"고 말한다.
김영순 상무는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빠짐없이 헬스와 요가를 병행한다. 화제를 모으는 공연, 영화, 음악, 전시를 찾아다니고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여행도 즐긴다. 그는 "남편과 대학생 외아들은 제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외조자들"이라며 "공연장이나 음식, 여행 등을 함께 다니는 친구와 같은 문화 공유자들"이라고 말한다.
"제와 비슷한 위치에 있으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요. 그들과 만나 일과 가정, 스트레스 등을 의논하다보면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구나하는 동질감이 생기면서 문제도 해결됩니다"
김상무는 귀뜸한 여성 기업임원으로 성공하기까지 자기만의 노하우다.
인터뷰 말미에 김상무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10년을 보고 미래를 설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10년전에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했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어요. 이제 50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다음 10년을 준비해야겠죠.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하고 발전해 있을지를 생각하면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납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9&aid=0002094584
출처 : 매일경제 기사입력 2009-04-16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