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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 수수한 가로등·벤치가 도시의 얼굴을 바꿨다/박석훈(공업디자인학과 90) 동문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02.07
  • 조회수 13223
최근 발표된 세계적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높이 85㎝짜리 짙은 회색빛 봉이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한 디자인회사가 만든 이 친환경 알루미늄 봉은 보도에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는 구조물 '볼라드'. 서울 등 우리나라 몇몇 도시에선 이미 보편적으로 설치된 공공시설물이다. 서울의 풍경을 구성하는 공공시설물이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좋을 만큼 훌륭한 디자인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벤치, 가로등, 버스 정류장, 볼라드, 쓰레기통, 가판대, 심지어 분전함(시설물 제어장치 박스)까지…. 최근 서울 등 우리나라 도심을 주의 깊게 살피며 걸어본 이들 가운데 ‘거리가 예전보다 훨씬 잘 정비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뒤죽박죽이었던 도심에 이처럼 ‘디자인 DNA’를 이식한 이들은 ‘디자인 다다’(대표 박석훈·44)라는 디자이너 그룹. 박 대표를 비롯해 산업디자이너 18명이 모여있는 공공디자인 전문 회사이다. 서울 도심과 동탄신도시의 공공시설물 중 70% 이상을 바꿔놨고 지금은 남한산성과 경기도 연인산도립공원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최근 만난 박 대표는 “우리가 날마다 오가는 도로, 버스 정류장, 그리고 광장의 곳곳이 아름답게 디자인되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복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국민대 공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박씨는 2005년 우연히 서울시 시설물 디자인 가이드라인 공모에 참여, 당선되면서 ‘공공디자인’에 발을 디디게 됐다. 그는 곧바로 동료 디자이너 2명과 함께 ‘디자인 다다’를 만들었고, 일본·유럽 등 공공디자인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우리와 전혀 다른 풍광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디자인의 통일성과 호환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 지역에 가면 이 표지판이, 저 지역에 가면 저 표지판이…. 시각적으로도 어지러운 데다 하자 보수 시 상호 보완재 역할도 하지 못하니 경제적으로도 불리했죠.”

‘디자인 다다’는 2007년 공모 당선으로 경기도 동탄신도시 공공시설물 작업을 맡게 됐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도심 공공시설물 디자인에 나섰다.

첫 작업은 송파구와 신촌 일대 버스 전용 중앙차로의 정류장. 말끔한 조립 형태에 목제 지붕을 얹은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이후 서울시 공공시설물 공모 등에 잇따라 참여해 가로등, 분전함, 쓰레기통, 벤치 등의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얼굴을 바꿨다. 예를 들어 조잡하고 열악한 컨테이너 박스 일색이던 가판대를 통일성 있는 빌트인(내장형) 가판대로 디자인한 것은 “실외기를 지붕에 얹고 땀을 뻘뻘 흘리는 상인과 거리에 널린 냉장고·신문가판대 때문에 보행을 방해받는 시민을 배려한 것”이란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꽃벤치’(플랜터)도 이들의 작품. “나무 한 그루 없는 도심 광장의 뜨거움을 보완해줄 차양 형태로 디자인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에게 공공디자인의 철학을 물었다. “공공디자인은 존재감을 자랑하면 안 돼요. 도심의 어지러운 시선을 덜어줄 수 있는 묻혀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디자인 다다’의 도심 풍광 디자인 프로젝트는 지방도시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창원·논산·청주 등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전부 작업한 것. “하나를 만들더라도 100년 갈 수 있는 벤치, 거리 어디에서 잠을 자도 위험하지 않은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도시의 역사를 만드는 데 동참할 겁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06/2013020600046.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3.02.06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