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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박맹우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박맹우(행정학과 76) 동문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10.23
  • 조회수 11023
‘뚝심 있는 행정전문가’, ‘행정의 달인’. 박맹우 울산시장 앞에 붙는 수식어다. 한번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그의 행정경력은 30여년.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중앙과 울산, 경남도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2002년 울산시장 취임 후 4년 임기를 3차례 연임했다. 그런 그가 18일 인천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개최된 ‘제27차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7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 추대됐다. 각 지역의 어려운 현실을 잘 이해하고, 중앙과 지역 사이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평가한 것이다. 박 시장은 “갈수록 증가하는 복지예산으로 전국적으로 지방 재정난이 가중되는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지방과 중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올해부터 0∼5세 무상보육 정책이 시행됐고, 기초연금 도입을 앞두고 있다. 복지정책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재정 문제를 외면하다가는 지방정부발 재정위기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방재정난, 어느 정도인가.

“1995년 지방자치가 출범한 이후 20여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지방재정은 어렵고 실질적인 지방자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수입은 크게 늘지 않고 지출은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이다. 국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하락했고,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절반을 넘는다. 여기에 경기침체, 증가하는 복지예산으로 지방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최근 지방정부에 대한 영유아보육료의 국고 기준보조율을 10%포인트만 올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지자체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재원 부족을 호소하며 무상보육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유아보육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절반씩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최저생활보장과 관련된 기초생활보장은 국비분담비율이 79%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영유아보육료의 국고 기준보조율을 현행 50%에서 70%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의결했다. 지자체의 요구 역시 재원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최소한 70%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전 계층으로 무상보육을 확대한 만큼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65살 이상 노인 소득하위 70%에게만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추가재정 확보도 문제다. 지자체가 재원의 25%를 부담해야 하는데.

“기초연금제도의 도입 취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방이 내년엔 8000억원, 2015년엔 1조6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추가적으로 지방재정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편적 복지이므로 전액 국비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복지정책을 중앙이 결정하고 지방이 재원을 분담해야 하는 방식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액 2조4000억원을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현행 5%에서 11%로 올려 감당하면 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도 의견차가 있다.

“2009년 정부는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정부로 돌리는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면서 올해 5%포인트 추가 인상을 약속했었다. 이미 약속한 인상분에 취득세 감소분 보전을 위한 인상분 6%포인트를 더해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16%로 하는 것이 맞다. 또 취득세 감소분 보전을 위한 인상분 6%포인트가 줄어드는 취득세를 전부 보전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추가 재원마련이 필요하다. 전국 지자체의 지방세 감소분이 충분하지 못하게 보전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지방재정이 뒷받침돼야 지자체가 발전하고 지방자치제가 정착할 수 있다.”

―18일 열린 총회에서 논의된 ‘중앙-지방 협력회의’가 중앙과 지방의 의견차를 줄일 한 방법인가.

“정책을 결정할 때 중앙부처의 의견뿐 아니라 정책집행자인 지방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집행과정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을 중앙-지방 협력회의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국회에 발의돼 있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법 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 같은 의미로 지방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을 국무회의에 정기 배석시켜 지방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나라든 지자체든 가정이든 제몫을 다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지방재정이 너무 어렵다. 우선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5대 5 내지 5.5대 4.5 정도이다.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아직도 지방을 제대로 믿지 못하고 도시계획이나 환경 정비, 문화재 관리 등에 너무 많은 통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일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지방을 믿고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주길 바란다.”

―민선 울산시장을 맡은 지 11년째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 취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노사문제와 복지,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날마다 고뇌하게 했다. 시민들의 민원을 당장 해결해 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참 힘들었다. 믿어준 시민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생각에 밤늦게까지 동분서주했다. 지금도 출근할 때마다 늘 각오를 다잡는다. 시민들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울산을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자랑할 만한 업적과 아쉬웠던 점은.

“개인적으로 이룬 업적이라면 산업과 환경이다. 2002년 1개에 불과했던 산업단지를 12개로 늘리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렸다. 그 결과 울산은 1인당 지역총생산(GRDP) 5만5864달러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011년엔 지자체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를 수출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단일도시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공해도시에서 생태환경도시로 변한 울산의 아이콘이 됐다. 2002년 취임 당시 6급수이던 태화강 수질은 현재 1급수로 개선됐다. 태화강이 도심생태하천으로 바뀐 뒤 연어, 은어, 황어, 재첩, 백로, 떼까마귀 등 수많은 생명체가 찾아오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울산이 미래에도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나.

“우수한 석유화학 인프라와 액체물류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울산은 동북아시아 석유 거래의 중심지인 ‘동북아 오일허브(oil hub)’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가 담당한 아시아 지역 석유 거래 허브 역할을 울산이 대신할 수 있다고 본다. 한·중·일 등 동북아 지역이 석유 소비량과 물동량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어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도 한다. 2020년까지 2840만배럴 규모의 석유저장시설과 항만을 건설하고 국제 석유 거래 업체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 관세 체계 개선 등 제도 정비를 위한 협의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마무리할 계획인가.

“완료단계에 접어든 사업은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동북아오일허브사업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국립산재재활병원,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 등 울산의 백년대계를 위한 대형프로젝트의 추진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 박맹우 전국시도지사협회의장 약력

▲1951년 울산 출생 ▲경남고, 국민대, 경남대 석사, 동의대 박사 ▲1981년 제25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경남 함안군수 ▲울산 내무국장 ▲영호남도지사협의회장 ▲광역시장협의회장 ▲3선 울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