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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변화·혁신 이끄는 ‘쌍두마차’ / 김희선(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9.12
  • 조회수 325

이왕준(왼쪽)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이 소리축제 팸플릿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자 의학전문지 ‘청년의사’의 발행인으로 문화예술계에서 국악과 양악 모두 소문난 애호가이자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국민대 교수인 김 위원장은 국악과 월드뮤직 전문가로 이론과 현장에 두루 능통하다. 김지훈 기자


판소리를 근간으로 세계 음악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2001년 출범 이후 전북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에만 머무른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22회째인 올해(15~24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등)는 새로운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등 변화를 예고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이왕준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두 사람을 최근 만나 축제의 방향성과 준비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악 르네상스의 촉매 역할”


전주가 고향인 이 위원장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자 의학전문지 ‘청년의사’의 발행인이다. 서울의대 출신 외과 전문의인 이 위원장은 의료계에선 ‘마이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34세에 국내 최연소 병원장, 45세에 최연소 대학병원 의료원장이 되는 등 병원 경영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자인 그가 공연축제 조직위원장을 맡는 것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화예술계에서 국악과 양악 모두 소문난 애호가이자 후원자로 잘 알려진 이 위원장이야말로 전주세계소리축제 혁신의 적임자라는 게 전북도의 판단이다.


대학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악장을 할 정도로 수준급 연주실력을 가진 그는 운동권에 들어가서는 풍물패 상쇠(꽹과리를 치면서 전체 지휘)를 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겸 음악학자인 여동생 이소영은 그와 음악계의 깊은 교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는 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후원회장을 맡는 등 예술단체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그가 이끄는 명지병원은 종합병원 최초로 예술치유센터를 건립해 예술 활동을 통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올 초 전북도에서 3년 임기의 조직위원장 제안을 받고 며칠 고민을 한 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국악 르네상스’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수락했다. 대신 전북도에 조직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질 테니 축제 정관에 나온 법적, 사회적 권한을 확실히 위임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유럽의 축제를 보면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지만, 운영 전반은 조직위와 집행위가 독립적으로 꾸려나간다. 늘 외풍에 시달리는 한국의 축제들도 그렇게 바뀌어야 지속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예술 분야의 축제를 맡는 것은 처음이지만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행사를 즐겁게 이끈 경험이 적지 않다. 또 국악계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만큼 공정하고 포용력 있게 축제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정체성 회복하면서 외적 확장 시도”


지난 2월 말 취임한 이 위원장은 조직위원을 대거 교체하는 한편 집행위 혁신을 통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축제성과 예술성 제고를 꾀했다. 이를 위해 그와 손발을 맞출 집행위원장으로 김희선 국민대 교수를 추천해 전북도의 임명을 받았다. 김희선 체제의 집행위원회는 판소리, 정가&민요, 소리극, 산조&시나위, 굿&연희, 퓨전&월드뮤직, 창작&컨템포러리, 포럼&아카이브, 캠프&아카데미 등 분야별 전문가가 협업하는 9개 예술분과위원회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서울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음악인류학을 공부한 김 위원장은 국악과 월드뮤직 전문가로 이론과 현장에 두루 능통하다.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선 그는 한국인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전통음악학회(ICTM) 동아시아음악연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특히 2016~2020년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으로 일하며 예술행정가로서도 자질을 뽐냈다. 그가 국립국악원에 근무하는 동안 국악박물관을 일반 대중이 자주 찾고 전시를 즐길 수 있게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합성어)으로 전환했으며 북한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음악자료실을 개실했다.


김 위원장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그동안 국악계에서는 적지 않은 위상을 가졌지만, 지역을 넘어 대중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올해 조직위와 집행위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판소리를 근간으로 한 축제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한편 많은 사람이 축제에 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이왕준 조직위원장님과 내가 각각 축제의 바깥 살림과 안살림을 맡았다. 사회적 영향력이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하신 이 위원장님이 축제의 외적 확장성을 위해 노력하시다면 나는 축제가 국악계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장르 89개 공연, 소리축제열차 부활

 

 

 


‘상생과 회복’을 주제로 잡은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3개국 14개 단체가 참여해 국악뿐 아니라 클래식,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89개 공연(총 105회)을 펼친다. 전통 음악과 클래식, 판소리, 오페라 등 다양한 음악적 결합을 시도한 15일 개막 무대는 지휘자 성기선이 이끄는 전주시립교향악단과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 소리꾼 고영열과 김율희 등이 출연한다. 그리고 570년 역사를 지닌 전주경기전에서 오전 10시에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 ‘경기전의 아침’도 주목할 만하다. 16일엔 정가 명인 강권순과 하프시코드 연주자 이민주가 함께하며, 24일엔 피아니스트인 김대진과 박재홍이 ‘포핸즈’(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를 연주) 작품을 연주한다. 이 밖에도 이자람, 천하제일탈공작소, 블랙스트링, 악단광칠, 김소라, 이희문, 장한나·미샤 마이스키,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 가수 정훈희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함께한다.

 

 

 


올해 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원로 명창들이 나서는 ‘국창 열전 완창 판소리’다. 19~23일 오후 3시 전주동헌 뜰에서 조상현(86) 김일구(84) 신영희(81) 정순임(80) 김수연(76) 명창이 혼자 또는 제자들과 함께 판소리를 완창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실내 공연장 외에 전주경기전, 전주동헌 등 전주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곳에서 공연을 한다. 음악과 이들 공간이 어우러져 축제를 한층 감동적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특히 명창보다 더 높은 반열인 국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원로 선생님들의 소리를 100석이 채 안 되는 공간에서 듣는 것은 관객에게 특별한 의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2000년대 후반 잠시 운행했던 ‘소리축제열차’를 부활시켰다. 소리축제열차는 개막 당일 오후 서울에서 외교사절, 언론, 일반 신청자 등 약 200명을 싣고 전주로 떠난다. 이들 승객은 개막공연을 관람한 후 전주에 머물며 축제를 좀 더 즐기거나 관광을 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올해 소리축제열차는 기존 KTX의 4량을 이용하지만 앞으로 축제를 찾는 관객이 많아지면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번에 외교사절이 40~50명이 참석하는 것은 앞으로 명실공히 국제적인 축제로 성장하려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비전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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