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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인! 국민인!!

기후위기 현실과 마주한 물 만난 연구자 / 건설시스템공학부 이상호 교수 인터뷰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11.07
  • 조회수 317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합니까? 제발 물을 공급해 주세요!”


올해 초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황폐한 땅에 주저앉아 절규하는 한 사업가의 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다. 광산 개발로 물길이 끊겨 20년째 가꿔온 숲이 말라죽어간다는 사연에 중국 정부는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 기상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동문서답을 건넸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국내 네티즌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기술 선전에 치중한 중국 정부의 대응에 분노하긴 했지만, 사막화나 물 부족을 실상 체감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휴머노이드가 우주로 가는 일’에는 천문학적인 투자와 리트윗이 쏟아지는 반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물’에 대한 기술은 그저 관심 밖에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에 휩쓸리지 않고 마르지 않은 ‘오아시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물 관리 분야 연구자, 이상호 교수를 만나보았다.

 


배움의 경계는 칼로 물 베기

 

 

 


인터뷰 시작 전, 이상호 교수님의 제자였던 연구원과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호 교수님은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 ‘학부생 시절에는 이해 못 할 정도로 똑똑한 분이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답했다. 본격적으로 그의 연구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 제자들이 보는 이상호 교수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다.


“ChatLSH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제가 인공지능만큼 대답을 잘 해준 것 같지는 않지만요.(웃음)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호 교수의 별명은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처럼 궁금한 질문에 답을 알려준다 해서 나온 별명이라고 한다. 이상호 교수는 제자들을 위해 더 많이 공부를 하겠다고 했지만, 1999년 서울대학교에서 공업화학과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미국 박사후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에 재임하는 현재까지 약 30년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중이다.


“어떻게 하면 물 관리와 엮어 응용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자 할 때는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동향이나 자료도 조사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음악이나 미술, 디자인과 물 관리 분야를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생각과 끊임없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연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언젠가 ‘ChatLSH’가 기후위기 속 물 문제 해결의 정수를 내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나의 연구로 현실의 변화를 기대하며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을 꿈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루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꿈이라고 말하는 것 일 테다. 그런데 직접 만나본 이상호 교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연구자’였다. 꿈에서 연구의 성공을 기뻐하다 잠에서 깨었다는 에피소드나 대학교 전공 분야를 선택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며 인터뷰 내내 물 관리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내비쳤다.


“환경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연구실에서만 끝나는 연구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로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또 물 관리 기술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도 제가 끊임없이 연구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극심한 가뭄으로 물 문제를 겪고 있는 섬 소안도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출항했던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를 보며 물 관리 연구가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이상호 교수의 말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호 교수 연구팀이 제작에 참여한 ‘드림즈호’는 바닷물을 여과해 염분이 없는 담수를 생산해내는 세계 최초 해수담수화 선박이다. 이틀 급수, 엿새 단수를 반복하는 최악의 전남 도서지역 가뭄에 긴급 투입되어 완도 소안도와 여수 대두라도에 총 1,900톤의 물을 공급했다. 이 같은 드림즈호의 출항이야말로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발걸음 아니었을까.


“국가에서 드림즈호를 인수해 내년부터 물이 부족한 섬 지역에 투입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이 기술이 더욱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국내 섬 지역의 극한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수단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연구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선도적 수자원 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대한민국 연구자

 

 

 


“지구상에는 약 14억km3의 물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중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0.0075%에 불과합니다. 97.5%는 염분을 함유한 바닷물이고요.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패턴이 변하거나 사막화가 가속화되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제한된 담수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물 부족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상호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의 원인을 짚으며, 바닷물 이야말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적은데다 풍부하기까지 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바닷물을 이용해 담수를 만드는 수자원 확보 기술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이며, 앞으로 더욱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기술로 해결이 어려운 환경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신개념 수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존 담수화 기술의 성능 한계를 극복한 고효율 친환경 담수화 기술인 ‘막증발 기술’과 필요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어 공급하는 ‘담수화 선박 기술’입니다. 학술적 연구뿐 아니라 실증 플랜트 제작과 운영으로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상호 교수는 앞서 설명한 두 가지 기술이 포함된 차세대 수처리 및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3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축하의 말을 전하자, 담담하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물 관리 분야는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얻기 어려워요. 올해뿐만 아닌 지속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물 관리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에서 중장기적인 투자를 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 개 목표를 향한 ‘존중’

 

 

 


이상호 교수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국가R&D 과제 70여건에 참여한 경험 많은 열성 연구자이다. 주요 연구분야인 건설시스템공학은 융·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산·학·연 기관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많게는 10개가 넘는 기관과 100명이 넘는 연구자와 협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연구책임자로서의 이상호 교수는 어떻게 연구를 진두지휘할까.


“공동연구 중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낮으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동상이몽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 거죠. 하지만, 결국 연구목표는 하나이고 나아갈 방향은 정해져 있기에 타 분야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병행하며 협업해 나가고 있습니다.”


같은 목표를 위해 ‘배움으로 이해하고, 함께 나아간다.’라는 해결방법이 정직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돋보인다 생각했다. 또한 그가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다. 이런 그가 인터뷰 말미에 과제의 기획부서 수행과정까지, NTIS로부터 받고 있는 도움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기존 연구과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과제의 아이디어를 찾아가는데 NTIS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신규 과제 기획의 경우 과제 중복성 체크(유사성 검토)나 과제 규모의 적정 수준을 분석하는데 활용하기도 하고, 기존 과제 수행에 있어서는 관련 기술개발 동향과 경쟁기술 수준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NTIS를 발전시켜 주신다면, 저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환경 후회 없는 선택


대학원 진학 당시 비인기 분야인 ‘환경’을 선택했습니다. 주변에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현실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이 분야가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에 ‘환경분야’를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으로 인하여 오늘의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한 번도 후회를 해본 적 없습니다.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이상호 교수


이상호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공업화학 학·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선임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책임·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까지 환경 및 수자원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추진했다. 2023년 3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국무총리 표창, 2009년 환경부 장관 표창했다. 현재까지 170여 편의 논문을 SCIE 학술지에 게재했으며, 특허 61건 출원 및 등록, 소프트웨어 26건 등록 했다.

 


주요 국가R&D과제 참여 실적 


▶ 선박탑재형 가변부하/간헐생산 대응 담수화 공정 개발(2018~2023)
▶ 도시 물공급-물순환 연계 융·복합 시스템 구축 기술 개발(2020~2022)
▶ 음악에 의하여 생성된 패턴진동을 이용한 막증발 공정의 막오염 제어(2021~202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