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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이데일리] [문화대상공연] "한 맺힌 절규…즐거운 아리랑으로"/김희선(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07.10
  • 조회수 8930

과연 오태석의 연출은 관객을 끄는 힘이 있었다. 매순간 웃기고 울리며 관객의 상상력을 동원하는 오태석의 힘은 국립국악원(이하 국악원)의 소리극 ‘아리랑’에서도 여전히 발휘됐다.

‘아리랑’은 태생적으로 두 가지를 극복해야만 했다. 우선은 소리로 무장된 창자들이 배우로서 소리와 극의 극대화된 앙상블을 만들어야 했던 점과 또 다른 하나는 국악원과 민족주의의 무거운 이름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리랑’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인다.

전통의 보존과 전승만이 국악의 존재가치라면 이 시대의 고민은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동시대의 국악은 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라는 질문에 고스란히 답을 해야 하는 사명으로 시대의 양식에 대해 고민한다. ‘왕조의 꿈 태평서곡’ ‘세종조 회례연’ ‘정가극 영원한 사랑’ ‘이생규장전’ ‘소리극 황진이’ ‘경서도 소리극 남촌별곡’ ‘시집가는 날’ ‘이어도 사나’ ‘까막눈의 왕’ 등 그간 국악원이 내놓은 대표 브랜드 작품 목록은 국악의 시대적 양식에 대한 실험과 치열한 역사적 고민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대변해준다.

‘아리랑’은 경서도 소리(경기도의 경쾌한 맛과 서북지역인 황해도·평안도의 곰삭은 맛이 섞인 소리)의 정서와 아리랑의 서사를 우리 민족의 상실과 집단적인 상처의 드라마 안에 담아 연극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킨 무대였다. ‘아리랑’은 국악원의 대표 브랜드 작품으로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연출자 오태석의 통일굿 디아스포라 아리랑이었다. 국악원의 기존 작품들이 평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태석의 ‘아리랑’은 서사·상상력·해학·유머로 가득 차 있었고 무대 위의 배우들을 빛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한편 상대적으로 소리꾼들의 소리를 슬그머니 맥없게 만들었다.

‘아리랑’의 실험 정신은 드라마와 연출 외에도 소리의 확장과 전달의 고민에까지 닿아 있었는데 무엇보다 이 지점이 아리랑’이 가진 미덕이 아닌가 싶다. 전기 음향장치 없는 소리꾼들의 자연음 소리는 관객들에게 오히려 신선함을 전달했고 짙은 분장없는 배우들의 맨 얼굴과 극소화된 관현악의 반주는 소리극이 창극과는 다른 지점에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아시아 음악에 정통하고 우리 음악의 확장에 관심이 많은 작곡가 박범훈과 김성국의 음악은 드라마 흐름에 맞추어 러시아·중앙아시아·중국을 넘나드는 진취적이고 위트있는 아리랑으로 서사와 좋은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진한 남도의 정서를 담은 아리랑이 아닌 경서도의 경쾌하고 서정적인 아리랑은 한 편의 통일굿으로 아리랑의 정서를 새롭게 추가했다.

‘아리랑’은 국악원의 어떤 공연보다 흡입력이 있었다. 민속악단 배우들의 변신과 열연이 돋보였던 공연이었다. 국악원의 기존 작품들이 과하게 전통적 서사에 집착했다면 ‘아리랑’은 오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미래 이야기로 국악원의 웰메이드 대표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원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51&newsid=02938886602872880&DCD=A405&OutLnkChk=Y

출처 : 이데일리 기사보도 2013.07.09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