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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기업 과세` 원칙과 현실의 괴리 /안경봉(사법학전공) 교수
법과 제도는 갈등과 분쟁의 현장에서 중재 기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에 대한 신뢰성이다. 정당한 목적과
명분을 살리면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법 집행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법과 현실 사이에는 그만큼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발생해 주목을 받았다.
감사원은 최근 `주식 변동과 자본거래 과세 실태`라는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으로 부를 증여한 뒤 과세를 회피한 9개 대기업 사례를 지목했다. 이 보고서는 감사원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대상으로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처리한 주식 변동과 자본거래 과세 실태 22건에 대한 감사 결과가 포함돼 있다.
감사원은
2004년 도입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토대로 대기업들이 부를 증여한 행위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감사했다. 그 결과 편법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에 적절한 과세행정이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냈다. 모든 부의 증여 행위에 대해서는 완전포괄주의에 입각해 적절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조세정의 구현과 조세행정 신뢰 확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적법하게 운영된다는 시스템적 믿음을 주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첫째, 조세행정을 포함한 모든 법 집행은 법률에 근거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 증여행위에 대해 증여세 과세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이 고려되어야 한다.
감사원이 지적한 대로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적절한 과세를 집행하지 못한 것은 상속세와 증여세법상 법률적 미비점이 존재했고 이 때문에 무리한
집행이 자칫 과세행정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가능성에 대해 염려했기 때문이다. 완전포괄주의 규정만을 앞세워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증여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입법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사안이란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완전포괄주의도 좋지만
조세법률주의 원칙도 존중되어야 한다. 2004년에 완전포괄주의 증여세 과세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증여세를 물리기 위해서는 과세요건과 증여세액
계산방법이 세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조세법률주의 원칙과 부합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당국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주주가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지 못한 이유는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서 생긴 이익도 혼재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이후 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셋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 입법적으로 정리됐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일정 요건을 갖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그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입법 과정에서 정책토론회도 열렸고 국회에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2012년부터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게 된 것이다. 그 증여세 신고가 올해 7월에 처음으로 이루어진다. 2011년 이전에 생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증여이익에 대해서는 이미 조세행정 측면뿐만 아니라 입법적으로도 과세할 수 없다는 관행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소급과세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세제도와 조세행정은 사회적 신뢰의 근간이다. 사회적 필요와 국가적 요구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필요에 지나치게 부응해 조세법률주의라는 대원칙을 깨뜨리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285620
출처 : 매일경제 기사보도 2013.04.14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