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닫기

전체메뉴

Quick Menu

Quick Menu 설정

※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언론속의 국민

[기고]“독립과 민주·근대화 함께 추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원”/ 장석흥(국사학과) 교수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14.01.28
  • 조회수 7656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상하이에서 수립되어 1945년 11월 충칭에서 환국할 때까지 27년간 기나긴 세월을 항저우, 전장, 창사, 류저우, 광저우, 치장 등지로 옮겨 다니며 중국 대륙의 곳곳에 귀중한 역사의 발자취를 남겨 놓았다.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의 지도체라는 점 외에도 우리 역사에서 민주공화제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신기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10년 ‘대한제국’으로 망한 나라를 3·1운동 직후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서 ‘대한민국’을 세운 것이었다. 이때 국회의 역할을 담당하던 대한민국 임시의정원도 함께 수립하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갔다.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근대화의 길도 열어간 것이었다.


당시 상하이 임시정부는 러시아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와 합쳐 명실상부한 통합 임시정부를 세우는 한편 국내에 연통부와 교통국 등의 임시정부 조직을 설치하면서 국민적 기반을 넓혀 나갔다.

일부에서 임시정부가 외교론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민국’ 2년인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무장투쟁을 독립운동의 최고 이념이자 방략으로 삼아 나갔다. 크게 볼 때 만주에서 거둔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 역시 그런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임시정부가 위기에 처하던 무렵인 1932년에는 임시정부의 지도자 백범 김구가 한인애국단을 이끌며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일으켜 세계를 진동시키기도 했다. 1940년에는 광복군을 창설하여 대일선전 포고와 독립전쟁을 벌여 나가는 등 무장투쟁을 이끌어 갔다.

임시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역시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전국 각처에서 크고 작은 200여개의 비밀단체가 생겨나면서 임시정부 선전 및 재정 지원 활동을 펼쳤던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비밀단체에 참가한 인원은 어림잡아 1만명이 넘을 정도였다. 대한인국민회를 중심으로 한 미주 동포들 역시 거액의 군자금을 기부하면서 임시정부를 지원하였다.

물론 1930년대 중반 이후 일본제국주의가 중국 대륙을 침략할 때 임시정부도 위기에 처한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임시정부는 가시밭길을 헤쳐가며 충칭에서 원기를 회복하고 독립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갔다. 2차대전의 와중에서 국제사회로부터 한국 독립 문제가 인정받기까지에는 무엇보다 임시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광복 후 정부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환국할 때에도, 온 국민이 임시정부를 열렬히 환영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임시정부와 운명을 같이했던 백범 김구는 망명 당시 43세 장년에서 어느덧 70 노인이 되었고, 26세 청년 신익희는 53세의 초로가 되어서야 환국하였다. 반평생을 오로지 독립운동에 바쳤던 것이다. 이렇듯 임시정부에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땀이 서려져 있었다.


임시정부는 정치·경제·교육을 앞세운 건국강령을 수립하고 각 분야에서 제2의 독립운동으로 건국운동에 매진해 갔다. 교육 입국의 기치 아래 대학 설립을 추진해 갔으니, 국민대학교의 설립은 그러한 건국운동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미군정 체제에서 임시정부의 명맥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도 임시정부의 정신과 역사성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명백하게 명시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5년 후인 2019년이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말하지만, 역사를 잃으면 민족과 나라가 불행해진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것이 있고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영구불변의 자랑이자 긍지의 역사다. 지금이야말로 임시정부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데 지혜와 정성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172055185&code=9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