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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기고]안중근기념관과 일본의 궤변 / 장석흥(국사학과) 교수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14.01.28
  • 조회수 8035

안중근 의거가 일어나기 나흘 전인 1909년 10월22일, 이토 히로부미는 중국 다롄에서 ‘극동평화와 만주’라는 주제로 만찬 연설을 행한 바 있다. 극동평화론자를 자처하던 이토의 연설 요지는 동양이 불안한 것은 만주의 치안이 부재한 때문이라며, 일제가 만주의 치안을 담당하면 러시아와 중국이 안정되고 활발한 교역과 함께 경제가 발달하여 극동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극동평화라는 미명 아래 일본이 만주를 지배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만주의 분할 점령을 위해 하얼빈을 찾았던 이토를 처단하여, 일제의 만주 침략을 저지할 수 있었다. 안중근은 이토와 개인적 원한이 없으며, 만약 개인적 원한으로 처단했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 했다. 그리고 한국의 광무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일 등 이토의 15개 죄목을 열거하면서 의거의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세계의 대세를 짐작하고 해외에서 신호흡을 하는 자 어찌 무모하게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자가 있을 것인가. 이토의 정책이 동양평화에 지대한 해를 끼치는 일에 일신일가(一身一家)를 돌볼 여지가 없이 결행한 것”이며, 의거가 한국 독립만이 아니라 이토의 조국인 일본과 나아가 동양평화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 무렵 만주는 러일전쟁이 끝나고 대륙 팽창의 야욕에 불타던 일제뿐 아니라, 러시아·미국·영국 등 열강의 이해가 뒤엉키며 첨예하게 대립하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4억의 중국인들은 청의 발상지인 만주가 러·일 양국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럴 때 안중근 의거가 일어나자, 중국인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지지하였다. 중국 전역에서 안중근 의거를 극화한 연극이 공연되고, 후일 저우언라이의 부인이 된 덩잉차오는 남장으로 분장하여 안중근 역을 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안중근을 취조하던 일본인 검찰관조차 안중근을 진정한 ‘동양의 의사’라 칭하고 경의로서 예를 다하였다. 이처럼 안중근은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나아가 동양의 의사였다.

그리고 1세기가 지나서, 역사 현장인 하얼빈역에 안중근기념관이 세워졌다. 지난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인 중국 정부가 안중근 의거의 역사를 복원한 것이다. 그것은 인류 평화를 위한 안중근 의거의 정의와 양심이 바야흐로 동북아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우익은 안중근 의거를 테러,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억지부리며 작난(作亂)을 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는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해 한국 정부가 협조를 요청할 때,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테러리스트의 유해를 찾는 데 협조하겠다고 한 것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본의 입장은 과거 역사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못한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는 패권주의 야욕으로 아시아의 자유와 평화를 유린하면서 한·중 양국에 심대한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비인도적·반인류적 만행이었다. 더 이상 일본은 동북아 평화를 해치는 망언을 도발해서는 안된다. 과거 제국주의의 만행을 미화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는 인류 평화에 반하는 것이며 또다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테러’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무고한 양민의 희생을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인도적·반인류적 행위다. 그렇지만 독립운동상의 의거는 반인류적 제국주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평화적·인도주의적 운동이었다. 일본 우익의 억지대로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면, 어떻게 한·중 양국의 정상회담에서 다뤄지고, 또 중국 정부가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세울 수 있었겠는가. 그런 하얼빈의 안중근의사기념관이야말로 안중근 의거가 테러가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산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172055185&code=9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