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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문화일보]‘車 탄소세’ 도입, 서두르지 말아야 / 유지수 총장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14.06.13
  • 조회수 5559

세계 선진국은 온실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도 배출 규제를 통해 5∼6년 이내에 감축할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승용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 정부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대기환경보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탄소량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벌금’을 매기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책은 이미 프랑스 정부가 채택한 ‘보너스 맬러스(Bonus Malus)’와 같은 정책이다. 우리 정부가 시장에서 저탄소차가 더 많이 팔리도록 하겠다는 의도는 좋다. 그러나 규제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규제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규제의 실효성을 생각해야 한다.

대기환경보전법이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2020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1780만t을 감축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보너스 맬러스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보너스 맬러스 제도와 폐차 인센티브 제도를 동시에 시행했기 때문에 저탄소 차량의 판매 증가가 보너스 맬러스 제도에 기인했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에서 정책을 시작한 초기에는 온실가스가 6% 이상 절감됐으나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2%대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제도의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이 정책을 채택한 프랑스는 이미 소형차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디젤차의 판매가 70%를 차지한다. 규제를 통해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숨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완성차 메이커는 프랑스와는 달리 가솔린 차량에서 기술 우위를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일본에, 디젤 기술은 독일에 뒤진다. 기술 격차를 무시한 채 보너스 맬러스를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 정부가 외국 자동차 메이커를 도와주는 셈이 된다.

더러는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기술 개발에 더딘 것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발명했으며 일본도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자동차를 생산한 나라다. 우리처럼 자동차 후발국이면서 가솔린 엔진에서 그나마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이끈 나라도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우리 자동차회사가 저탄소차 기술 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 이제 겨우 가솔린 엔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하이브리드와 디젤 엔진에서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말이다. 현재와 같은 보너스 맬러스 제도를 시행하면 우리 자동차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BMW, VW의 디젤차를 사는 사람은 보조금을 받고, 쌍용차를 사는 사람은 부담금을 내야 한다. 또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를 사면 보조금을 받고 제네시스 구매자는 부담금을 물게 된다. 국산 차를 사는 사람에게 돈을 걷어 외국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특히 쌍용차는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한국 정부가 우리 기업을 지원해도 시원찮은데 벌을 주면서 오히려 외국 기업을 지원한다니 기가 막힌다. 스마트 시대에는 스마트 정책이 필요하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부작용이 크면 ‘바보정책’이 된다. 특히 국민의 귀중한 혈세로 녹을 받는 관리가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외국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있으니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다. 스마트 관리에 의한 스마트 정책이 절실한 시기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61201073137191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