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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온의 소리] 송년회가 두려운 주 집사에게 / 이의용(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김예나
  • 작성일 17.12.05
  • 조회수 5657

“저, 목사님, 술 마시고 난 후 기도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그럼, 기도하고 나서 술 마셔도 되나요?” “…” 바야흐로 이런 질문을 할 시기다. 송년 모임. 직장 생활을 하는 신앙인들에게는 참 부담스러운 자리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술 때문이다. 술자리에 합석해도 될지, 잔을 받아도 될지, 따라줘도 될지….
 
마시자니 교인인걸 아는 주위 사람들 시선이 두렵고, 안 마시자니 왠지 소외당하는 것 같고. 그러다 상사의 압력으로 딱 한 잔 받아 마시고는 죄의식으로 마음은 무거워지고…. 
 
술에 대한 태도는 교인에 따라 다르다. 목회자나 기성 세대는 대체로 술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에 나가고는 싶지만 술을 끊지 못해 못 나간다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비신자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반면 젊은이들은 술 마시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음주가 보편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음주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예수님도 포도주를 만드셨다” “성경에 마시지 말라는 말씀은 없다” “외국 교회에서는 음주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다” “금주가 구원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 “음주 여부보다 중요한 건 정직성과 진실함이다”며 항변한다.

신앙인의 음주 문제는 참 오래된 토론 거리다. 우리나라 교회가 음주와 흡연에 대해 유독 엄격한 건 선교 초기 우리네 생활상과 관련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이 생활화되다시피 했다.  

마침 중국에서 아편으로 중독 폐해가 심했기에 선교사들은 많이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형편없는 주거환경에서 식량 부족으로 빈궁한 삶을 살면서도, 관혼상제가 생기면 쌀로 술을 담그고 돼지를 잡아 온 동네가 잔치를 벌이는 악습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강력한 금주, 금연 절제운동을 벌였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전통을 넘어 신앙의 전제조건이나 본질로 오해되고 있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술은 인간관계의 매개로서 필요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아와 룻이 술에 취해 저지른 엄청난 실수가 보여주듯 그 폐해는 심각하다. 술 취함이 심해지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병이 생긴다. 때로는 사고를 유발해 가족과 이웃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해진다. 술 중독자의 비참한 삶이 그걸 보여준다. 

처음엔 내가 술을 마시지만, 다음에는 술이 나를 마시고, 그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신다는 말이 있다. 둘째, 셋째 단계가 되면 ‘酒(술 주)님이 主(임금 주)님’이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酒없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니 신앙생활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래서 성경은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고 권한다.  

그렇다고 해서 술만 안 마시는 그리스도인에 만족할 수는 없다. 오직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술 회식을 강요하고, 심야에 술집이 영업을 하는 우리 사회와 직장의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 교인들도 다른 교인의 신앙 스타일을 존중해주면 좋겠다. 술 마시는 교인을 함부로 정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술 끊고 교회에 나오라는 말도 삼갔으면 좋겠다. 음주가 복음 전파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송년회 참석을 두려워하는 교인들에게 팁 몇 가지를 주고 싶다. 첫째, 한 잔도 안 마시든 한 잔만 마시든 언제 어디서나 일관성을 지켜라. 둘째, 술자리를 지나치게 피하지 말라. 나와 가까워지려는 이들에게 피하려 하는 느낌을 줄 필요는 없다. 셋째, 기왕 참석했으면 더 적극적으로 판을 주도하라. 술 안 먹고도 잘 놀 수 있음을 보여줘라.  

넷째, 술값을 더 내라. 술 대신 안주를 많이 먹었을 테니까. 다섯째, 바가지 쓰지 않게 그날 비용을 정확히 정산해줘라. 맨 정신으로. 끝으로 취한 동료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도와라. 먼 거리는 택시에 태워서, 같은 방향이면 내 차에 태워서. 부디 술자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돼라, 그리하면 아무도 술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술을 안 마시려면 대가를 치러라! 

이의용(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60726&code=231114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