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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이은형] 신세계의 실험을 환영한다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신세계의 실험은 정시 퇴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그동안의 부분적 정시 퇴근 시행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과감하게 내디뎌야 할 때다. 정시 퇴근의 성공 여부는 바로 8시간 근무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직원들의 마인드가 변화해야 하고, 업무 집약도를 높여야 하고, 무엇보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인근 카페에 모여서 일을 한다거나 모텔에서 밤을 새우며 일한다거나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 끝에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 변화 없이 근로시간 단축 도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먼저 기업의 인식 변화 및 준비가 필요하다. 머지않은 장래에 정시 퇴근은 좋은 직장의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므로 최고경영자(CEO)들은 빨리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둘째, 산업별·기업별 차별화된 목표 수립 및 달성 방법이 필요하다. 생산성본부나 능률협회 등의 기관이 특별팀을 꾸려 컨설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직무분석, 프로세스 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정시 퇴근 도입을 시행해야 한다. 셋째, 임금체계의 변화 및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정착이 필요하다. 연장근무 수당이 통상임금처럼 지급되는 현재의 체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양극화 등을 개선하지 않고는 근로시간 단축은커녕 정시 퇴근도 불가능하다. 일부 대기업 정규직,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도 정시 퇴근이라는 열매를 따려면 생산성 높은 근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은 시간 기준의 임금체계를 수정하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해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한다. 신세계가 일으킨 작은 균열이 커다란 지각변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69424&code=111713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