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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남·북·러 철도 연결이 쉽지않은 이유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지난 6월 하순에 문재인 대통령은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러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때 `9개의 다리 전략`을 핵심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9개 다리` 가운데 남·북·러 삼각 협력인 철도 연결, 천연가스관, 전력 송전 등 `3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다리들`과 다르게 `철도, 가스, 전기` 남·북·러 협력 `3대 사업`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3대 사업`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걸림돌이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철도 연결 이야기가 시작된 지 20여 년 되었고, 가스관 이야기도 15년 전부터 들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작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3대 사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러시아 대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철도 연결을 비롯한 이들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너무 비싸고 위험한 것이다. `3대 사업` 가운데 제일 잘 알려진 철도 연결을 보면 러시아 측 논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철도 연결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많은 화물을 나를 수 있는 현대식 철도 건설이 문제다. 필요한 투자액에 관해 여러 추정치가 있지만 대체로 70억~100억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막대한 금액이다.
그러나 러시아 철도공사는 이만큼 큰돈을 투자한다면 동북아 국제 정치와 남·북·미·중 각국 국내 정치의 인질이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다시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를 시작할 경우에도, 한국이나 미국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경우에도 철도 건설은 갑자기 중단될 수 있다. 러시아 기업은 이미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을 희망이 없으며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다. 그들이 그 돈을 다른 안정된 지역에 투자한다면 확실히 적지 않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철도 연결에 대한 이야기지만 `3대 사업`은 다 비슷하다. 바로 그 때문에 러시아 측은 `3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계속 큰소리로 주장할 뿐만 아니라 듣기 좋은 공동성명을 체결하고, 상징적 행사를 하고는 있지만 구체적 작업을 시작할 생각조차 아직 없다.
그렇다고 `3대 사업`이 정말 시작될 가능성이 없느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3대 사업`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세 가지 있다.
첫째로 러시아 측은 소액의 투자만 하고 한국을 비롯한 기타 국가와 신용기관이 투자액 대부분을 제공하는 시나리오다. 제3자들이 위험을 감수한다면 러시아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가할 것이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 특히 한국까지도 100억달러를 투자할 의지가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둘째로 러시아 정부가 지정학적 고려 때문에 러시아 기업의 대한반도 투자를 보증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한국 사람의 상식과 달리 러시아 정부의 입장은 `극동`이 전략적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위험성이 높은 대규모 투자를 국가 재정으로 보증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한반도에서 장기적으로 평화·협력 분위기가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남북한 정치인들의 주장을 믿는 것보다 객관적 현실을 믿어야 한다. 막대한 금액에 대해 책임이 있는 러시아 기업가와 정치인들은 문재인과 김정은이 서로 포옹하는 모습을 본다고 해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적어도 10년 동안 아무 위기도 긴장도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만 대규모 투자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역사, 그리고 북한 내 상황을 보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확실하다.
남·북·러 삼각 협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메가 프로젝트`보다 중소 규모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예를 들면 나진~하산 프로젝트, 그리고 연해주에서 남북 합작 사업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55세다. 남북한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분단을 유지한다면 55세의 남자가 서울에서 평양을 경유해 베를린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볼 수 있을지 약간 의심스럽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