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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車 관세폭탄, 생산성 향상 기회 삼아야 / 유지수 총장

  • 작성자 최윤정
  • 작성일 18.07.12
  • 조회수 9047

유지수 국민대 총장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투하하고, 중국이 곧바로 맞받아치면서 ‘강대강(强對强)’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무역전쟁 전선은 중국을 넘어 유럽연합(EU)으로 번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지적한 대로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 같은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필연적 갈등 표출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과거 강대국 간 갈등이 자국 영토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면 현재 갈등은 전략 산업의 보호에 기인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철강과 기계, 그리고 한국 일본 EU에 대해서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와 철강 같은 주요 산업에서 무역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은 미국이 결국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선진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자동차 생산에 조립 방식을 처음 도입해 대중화를 이끈 미국으로서는 자동차는 ‘미국의 자유’를 표현하는 상징적 제품이기도 하다. 자동차산업은 경제 파급효과가 여타 제품보다 훨씬 크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동차산업이 전략 산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중국도 자동차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오래전부터 자동차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중시하고 있다. 이들 자동차 강국은 자국 자동차 회사와 중요 부품 회사를 외국 기업이 인수하지 못하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시나리오 중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먼저 EU 지역에서 수출하는 독일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가장 불리한 것은 유럽에서 수출하는 독일 차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독일 차도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EU에서 부품을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생산하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와 부품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부품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다음 시나리오는 아시아에서 수출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완성차와 부품에 관세폭탄이 떨어지면 한국 자동차 회사와 부품 회사는 일본에 비해 매우 불리해진다. 도요타 같은 일본 자동차 회사는 미국 현지에서 부품을 생산해 조달하는 비율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입 부품에 관세를 매겨도 도요타에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는 해도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일본 자동차 회사보다 크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지난해 기준 약 84만5000대다. 이 중 70% 정도는 현대·기아차가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부품 업체다. 금액으로 치면 완성차 업체가 연간 15조원(약 146억달러) 상당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연간 5조원(약 48억달러)에 이른다. 25%의 관세가 매겨지면 국내에서 연간 5조원에 이르는 부품 생산이 없어질 위험에 처한다. 미국은 관세로 우리 부품 업체를 압박하고, 중국은 한국 부품 업체를 자국 업체로 대체하려고 납품 대금을 제때 안 주는 등 우리 부품 업체를 괴롭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물건을 팔아 경제를 성장시켜야만 하는 한국은 이에 맞서 싸울 카드도 많지 않다.

기업 전략의 축은 이익이 남는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미·중·EU가 복잡하게 맞서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자동차의 현지 생산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해외로 기업을 잃지 않으려면 국내 생산성이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파업에 임금 인상 요구만 줄을 잇는다. 이제 정신 차려야 한다. 받은 만큼 공헌하지 못하는 구조로는 일자리를 잃기 십상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하늘이 주는 기회일 수 있다. 지금 당장 깨어나야 한다. 저마다 생산성을 높이고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출처: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71117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