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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균형잡힌 삶 무너질 만큼 집착 땐 ‘중독’…‘골라밸’ 추구해야 /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8.11.12
  • 조회수 9677

골프 중독과 마니아의 경계 

골프 중독은 간헐적 보상 심리  
예상치 못한 샷 땐 쾌감 더 커  
그 맛 잊지못해 경기 자주나와  

‘운동 중독은 건강에 좋아’ 과신  
害 된다는 사실 인정하지 않아  
지나치면 허리·무릎·손목 다쳐 

얼마 전 유명 아이돌그룹 출신의 한 인기 연예인이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도박은 알코올, 니코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중독 대상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에 몰두하는 사람이 늘다 보니 요즘에는 운동 중독이란 말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중독성 있는 운동으로는 골프가 둘째가라면 서럽다. 오죽하면 이미 100여 년 전 바든 트로피(평균타수상)와 바든 그립으로 유명한 영국의 골퍼 해리 바든이 “골프를 너무 많이 치지 마라. 하루 두 번의 라운드면 충분하다”라고 말했을까. ‘골프황제’ 미국의 타이거 우즈도 스스로 자신이 골프에 중독됐다고 인정할 정도다. 골프광이었던 미국의 제36대 대통령 린든 B 존슨의 수면안대에는 “골프나 섹스 외엔 깨우지 마시오”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골프의 중독성은 예로부터 악명 높아 골프에 남편을 빼앗기다시피 한 아내를 뜻하는 ‘골프 과부(golf widow)’란 영어단어가 사전에 등재돼 있다. 

골프 중독은 다른 중독 현상과 마찬가지로 우리 뇌의 쾌감중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쾌감중추는 1954년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의 연구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가 우연히 발견했다. 쥐의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실험을 하다 실수로 엉뚱한 부위를 건드렸는데 쥐가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쾌감중추’라고 불렀다. 발판을 눌러 스스로 쾌감중추에 전기자극을 가할 수 있게 하자 쥐는 물과 먹이 먹는 것도 잊은 채 온종일 시간당 평균 2000번이나 발판을 눌렀다. 결국 두 사람은 굶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쥐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쾌감은 원래 유기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보상체계로, 즐겁고 유익한 경험을 찾아내고 학습하게 하는 진화적 장치다. 성욕, 식욕 등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동을 하면 그 보상으로 흥분과 만족감을 제공해 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만든다. 

인간의 뇌 안쪽 깊은 곳에도 이와 유사한 쾌감중추가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것에 빠져들거나 중독되는 것은 이 쾌감중추 때문이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중독은 특히 보상이 예측하기 어려울 때 더 배가되는 특징이 있다. 줄거리가 뻔한 드라마는 흥미가 급감하지만 언제 잭팟이 터질지 모르는 슬롯머신은 기대감에 훨씬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골프의 중독성도 이러한 간헐적 보상이라는 심리학 개념으로 설명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골퍼라도 최고의 샷은 한 라운드에 기껏 2∼3번 정도다. 중요한 것은 이 샷이 과연 언제 나올지 전혀 예측이 안 된다는 점이다. 어쩌다 한번 터져 나온 오늘의 샷은 순간 골퍼에게 엄청난 쾌감을 선사하고, 골퍼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금 골프장을 찾는다. 

우리는 보통 독서광, 축구광, 낚시광처럼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에게 ‘∼광’이란 접미사를 붙인다. 영어로는 ‘마니아’다. 그렇다면 골프 중독과 골프광은 어떻게 다를까. 인간의 정신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낮과 밤의 구분처럼 대개 모호하다. 심리학에서는 강박적 집착, 내성, 금단현상, 균형적 삶의 상실 등을 중독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한다. 한마디로 안 하면 초조하고 불안하며,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고, 무엇보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면 골프 마니아를 넘어 중독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골퍼들이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로 100타를 치면 골프를, 90타를 치면 가정을, 80타를 치면 일을 무시하는 것이고 70타를 치면 이 모두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미쳐야 미칠 수 있지만(不狂不及), 재밌자고 하는 골프에 죽자고 덤벼들 필요까지는 없다. 

골프 중독과 같은 운동 중독이 위험한 것은 그래도 건강에 도움은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도박 같은 다른 중독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운동 중독은 대개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골프 중독이 다른 중독과 비교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분명 있다. 오랫동안 약물 중독에 시달렸던 할리우드 배우 데니스 퀘이드는 골프 덕분에 코카인 복용을 끊을 수 있었다. 온종일 술에 절어 살던 미국의 록가수 앨리스 쿠퍼도 매일 36홀 라운드를 도는 골프 중독으로 비로소 알코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다수 사람은 중독을 걱정하기보다는 시간과 돈이 없이 맘껏 골프를 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골프가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면 허리, 무릎, 손목 등의 과사용과 부상으로 영영 골프채를 다시 못 잡게 될 수 있다. 이 좋은 골프를 건강하고 오래 계속하고 싶다면 적절한 휴식과 함께 골프와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골라밸’이 필요하다. 

국민대 골프 과학산업 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최 교수는… 

최우열 교수는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경영컨설턴트와 벤처기업 CEO로 일했으며 골프에 관심을 갖고 타이거 우즈에 관한 책 ‘모든 아이들 안에 타이거가 산다’를 번역 출간했다. 현재는 스포츠심리학 박사로 대학에서 골프와 스포츠심리학을 가르치며, ‘쿠바시가’란 필명의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029010328390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