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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직원도 국민도…`핵심`에 집중하는 리더 원한다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경영학자 윌리엄 오카시오는 1997년 논문에서 경영의 본질을 `주의자원(attention resource)`의 적절한 배분에 있다고 설파했다.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주의라는 자원을 어떤 이슈나 문제에 투자하느냐가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슈 리더십이론은 리더란 구성원들의 주의를 생산적 이슈에 집중시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 정의한다. 사람의 주의자원은 원자재나 자금처럼 유한하기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들의 주의자원이 엉뚱한 이슈에 투자돼 낭비되거나, 특정 이슈에 지나치게 집중해 고갈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리더란 `상황이 요구하는` 핵심 이슈에 주의를 `집중`해 `해결`한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이슈에 주의자원을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구성원들의 주의가 혁신에 집중 투자될 수 있도록 혁신적 인력을 채용하고, 혁신 성과에 따라 보상하며 혁신을 위해 경쟁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페이지 스스로 혁신적 행동을 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로 소통하며 혁신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페이지가 혁신을 핵심이슈로 선택한 것은 정보기술(IT) 업계의 변화 속도나 치열한 경쟁을 고려할 때 매우 적합한 이슈 선택이었다고 평가된다.
한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고객(customer)`이라는 절대적 개념에 조직 구성원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구성원들의 모든 선택과 행동은 고객을 위한 부가가치 창출과 연계돼야 한다. 이 기업은 일찍부터 고객의 구매 습관을 이용한 마케팅 방법인 `예측분석법(predictive analytics)`을 도입했다. 아마존 모든 구성원의 노력은 `고객초점` `고객임파워먼트` `고객충성심`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리더가 핵심 이슈를 잘못 선택해 구성원들의 주의자원을 낭비하고 경영이 실패하게 된 사례도 많다. 월마트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듀크(2009~2013년)는 아마존이 e-Commerce로 치고 나올 때 이를 무시하고 전통적 지역 확장 이슈에만 매달리다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또한 미국 영웅영화 제작의 대명사인 마블의 전 CEO 아이작 펄머터는 영화산업의 특성에 안 맞는 `자린고비`를 경영의 핵심 이슈로 추진하다가 실패해 경영권을 디즈니에 넘겨주고 말았다. 듀크는 IT혁명을 잘 몰랐고, 펄머터는 영화산업의 특성에 무지했다. 상황의 특성과 변화의 흐름에 기초한 핵심 이슈를 포착하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멀어지고 리더로서도 실패한다. 정치리더들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요구하는` 핵심 이슈에 `집중`해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치리더들이 생각하는 `핵심 이슈`와 국민이 생각하는 `핵심 이슈`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리더들은 `차기 대선에서 누구 편에 서야 할까` `다음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당내 경선에서 누구를 밀어야 하는가` `우리 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등을 핵심 이슈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은 그런 데 전혀 관심이 없다. 국민이 표를 주고 싶은 정치리더는 살아가는 데 부담이 되고 삶을 어렵게 하는 문제들을 이슈화해 해결하기 위해 힘을 다하는 리더다.
전직 총리, 장관, 시장, 실장, 국회의원들이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직을 수행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겠다는 데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이들에게서 국민에게 각박한 현실적 이슈를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TV에 나와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나 TV 뉴스에 잡히는 정치 `돌장(돌아온 수장)`들의 면면을 보고 있자면 국민 삶의 치열함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컨대 정치인 누구에게서도 요즘 국민이 참으로 힘들어하는 `미세먼지`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CEO든 정치인이든 리더로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자신이 대변하는 회사나 국민이 힘들어하고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워하는 핵심 이슈들을 직시하고 그에 집중해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회사나 국민에게 전혀 이득이 없는 이슈로 현혹해 조직원이나 국민의 주의자원을 고갈시켜서는 안 된다.
[백기복 국민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