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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이게 국회냐?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서유리
  • 작성일 19.05.02
  • 조회수 6259

"자알~들 논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의 참모습인가?"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분리 등 3개 법안을 소위 패스트트랙이라 불리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탄식이다. 폭력국회가 사라진지 7년 만에 국회에는 다시 물리적 폭력이 등장했다. 고소고발이 80건을 넘었고, 의원들을 도둑놈이라 부르는 여당 대표까지 등장했다. 무엇이 그동안 없어졌던 '동물국회'를 부활시켰나?
 
선거제도와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분리 등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해묵은 개혁과제였다. 선거제도를 바꿔 국민의 지지와 비교적 가까운 대표성을 확보하자는 것을 반대할 정당은 없다. 한국당이 반대한 것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구체적인 방안이었지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제고하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 

선거법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여야 합의 없이 개정된 적이 없었다. 과거 새누리당이 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때 제1야당인 민주당도 같은 입장이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주요 정당의 동의 없이 선거 규칙을 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집권 여당이 되니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공수처 법안은 사법개혁특위에서 막판까지도 합의된 단일안이 도출되지 못했었다. 하루 전 여권 4당이 동의하는 안이 접수되었다고는 하지만 곧이어 바른미래당이 일부 내용을 수정한 안을 복수로 패스트트랙에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를 수용해 받아들여져 복수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많은 국민이 공수처 신설에 동의하지만 사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공수처장을 비롯한 검사들의 인사권을 대통령과 여당이 갖는다면 공수처는 제왕적 대통령의 힘을 더욱 강화시켜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공수처의 존재이유를 반감시킨다. 공수처가 독자적 기소권을 갖는 것은 권력자의 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될 수 있다.

왜 이 법안들은 이처럼 정치와 대화가 실종된 채 동물국회에서 억지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을까?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로의 책임이라 비난한다. 문제는 대통령과 청와대다. 공약을 이행하겠다면 강압이 아니라 설득을 통해 야당의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야당 설득을 주도해야 할 정무수석은 보이지 않고, 민정수석이란 사람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아이의 팔을 비틀고 꼬집고 때리고는 그 아이가 울고불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 책임인가? 그래서 과거 스스로 반대했던 야당 배제 선거제도 개편을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인 여당이야말로 동물국회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이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분기성장률을 기록한 문재인 정부다. 민간 투자와 수출이 하향추세인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2%대나마 유지하려면 추경을 포함한 경제관련 법안의 조기 통과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률도 통과되기 어렵다. 당장 한국당은 좌파독재를 막는다고 국회를 버리고 광화문으로 나가 광장정치를 전개하기로 했다. 그로 인한 고통은 결국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에 성공한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담보할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를 입맛에 맞게 통제할 공수처 법안의 순항을 기대한다. 동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야당 의원들을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법치주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동물국회 사태의 유무죄를 분명히 가리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밀양이나 강정, 성주, 서울 광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민주노총이나 진보좌파 인사들에 대해서는 이미 확정된 판결도 뒤집어 구상권 조차 포기하게 만든 문재인 정부 아니었나? 엄정한 법치주의는 왜 자기편에는 적용하지 않고 상대방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그들의 공정이요, 정의인가?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50202102269660002&ref=naver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