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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1744년 ‘명문화 규칙’ 첫 등장… 1842년 ‘한 라운드 18홀’ 시작 / 최우열(체육대학) 겸임교수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9.05.13
  • 조회수 5929

알고 보면 재미있는 골프규칙 변경사

처음엔 한 페이지 13개 조항 
현재는 200페이지 24개 조항 
골프규칙은 4년 단위로 개정 

홀에 6인치 이내 상대방 공 
퍼팅 방해될땐 치울 수 있게 
1938년 미골프협회서 제정 

1956년 그린서 볼마크 가능 
1960년엔 공 닦을수 있게 돼 
2019년 무릎높이 드롭 허용

올해부터 골프 규칙이 대폭 바뀌었다. 골프 규칙은 4년마다 개정되는데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이번 개정은 최근 60년간 이뤄진 골프 규칙 변경 중 변화 폭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화가 큰 만큼 이번 개정을 놓고 일부 프로골퍼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등 크고 작은 갈등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듯이 골프규칙 역시 최초의 탄생 이후 크고 작은 변경이 끊임없이 있었다. 

명문화된 골프 규칙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골프가 탄생한 지 수백 년이 지난 1744년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리스 링크스에서 골프대회를 열기 위해 모인 리스 젠틀맨 골프동호회(The Gentlemen Golfers of Leith) 회원들이 13개 항목으로 정리한 ‘골프 경기의 합의 조항 및 규칙(Articles & Laws in Playing at Golf)’이 바로 그것이다.

달랑 1페이지에 13개 조항이 전부였던 골프 규칙은 오늘날 24개 조항에 200페이지가량으로 늘어났다. ‘공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한다’는 골프 경기의 가장 기본 규칙은 1775년에야 확립됐으며 벙커나 퍼팅 그린이 공식 용어로 인정된 것은 1812년, 한 라운드가 18홀로 결정된 것은 1842년부터다.

19세기 후반 인도, 호주, 캐나다, 미국 등지로 골프가 보급되면서 통일된 공인 규칙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영국 왕실에 의해 골프 규칙 관장 기구로 공식 인정받은 세인트앤드루스골프클럽(현재의 R&A)은 1899년 최초의 공인 골프 규칙을 제정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재미 있는 규칙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이미(stymie)다. 마치 당구처럼 퍼팅 그린에서 자신의 공으로 상대의 공을 홀 앞에서 가로막는 전략을 스타이미라고 불렀다. 1744년 최초의 골프 규칙에서는 두 공이 서로 붙어 있을 때만 방해가 되는 공을 집어 들게 할 수 있었다. 진로가 막힌 골퍼는 경사를 이용해 공이 휘도록 치거나 웨지로 공을 띄워야 했다. 벌타 없이 자신의 공으로 상대의 공을 쳐내는 것도 가능했지만, 친 사람은 공이 멈춘 자리에서 다음 퍼트를 해야 했던 반면 상대에게는 원래 자리나 새로운 자리 중 자신에게 더 유리한 곳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행여 맞은 공이 홀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상대는 직전의 스트로크로 공을 넣은 것으로 인정됐다.

1775년 두 공이 붙어 있거나 6인치(약 15㎝) 이내 거리에 있을 때 방해되는 공을 치우고 퍼팅을 할 수 있도록 다시 개정됐다. 이때 두 공 사이의 거리를 손쉽게 재기 위해 스코어카드의 폭을 6인치로 표준화했다. 1938년 미국골프협회(USGA)는 공 사이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상대의 공이 홀로부터 6인치 내에 있으면서 퍼팅에 방해가 되면 상대의 공을 치우고 퍼팅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했다. 1952년 영국의 R&A와 USGA가 합의하면서 골프에서 가로막기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6인치 폭의 스코어카드는 아직 사용되고 있다. 

‘공은 놓인 그대로, 코스는 있는 그대로 플레이한다’는 골프의 대전제에 따라 오랫동안 골퍼들은 퍼팅 그린에서도 공에 묻은 잔디나 흙을 닦지 못한 채 그대로 퍼팅해야 했다. 스타이미 규칙에 따라 홀에서 6인치 이내에 있을 때만 공을 집을 수 있었으나 닦을 수는 없었다. 1956년이 돼서야 비로소 퍼팅 그린에서 공을 마크하고 집어 드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집어 든 공을 닦을 수 있게까지 된 것은 1960년부터다.

1968년에는 경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 퍼팅 그린에서 공을 닦는 것을 최초 한 번만 허락하고, 일단 퍼팅을 시작하면 홀에 공이 들어갈 때까지 연속해서 퍼팅을 마쳐야 하는 규칙이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규칙은 골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다 결국 2년 만에 사라졌다.

2019년부터 홀에 깃대를 꽂고 퍼팅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1956년에도 이와 유사한 규칙이 있었다. 즉, 깃대를 제거하지 않고 퍼팅을 하다 깃대를 맞히더라도 벌타를 주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칙은 1968년 다시 원래대로 바뀌어 지난해까지 계속 유지됐다. 

올해 바뀐 새 규칙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드롭 방법일 것이다. 기존에는 똑바로 서서 공을 어깨 높이까지 올려 팔을 완전히 편 상태에서 떨어트려야 했으나, 새로운 규칙에서는 무릎 높이에서 공을 놓는 것으로 바뀌었다. 드롭이 처음 허용된 1809년에만 해도 홀 쪽을 바라본 상태에서 공을 머리 뒤로 넘겨서 떨어트려야 했다. 1825년부터는 같은 자세에서 머리가 아닌 어깨 뒤로 팔을 넘겨 공을 떨어트리게 바뀌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팔을 뻗어 어깨 높이에서 공을 떨어트리는 방식은 1984년에야 비로소 시작됐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5130103283900000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