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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윤동호의 눈]법적 논란될 수 있는 현대판 ‘장발장’ 훈방 / 윤동호(법학부) 교수

  • 작성자 김해선
  • 작성일 20.01.03
  • 조회수 1895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 또 발생했다. 아버지가 배고픔을 호소하는 12살 아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약 1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아들이 메고 있던 가방에 넣은 후 적발된 것이다. 마트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의 딱한 사연에 공감한 마트 주인이 처벌 의사를 철회하자 이들을 훈방 조치하고 근처 식당에서 국밥을 사주었다. 경찰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서 아버지의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아들에게는 무료급식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현대판 장발장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낙인 이론과 범죄예방의 관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형사정책적 활동이지만, 이들을 입건하지 않고 훈방 조치한 것은 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경찰의 수사를 합리적 재량행위로 보고 재량권 행사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경찰의 재량권이 법률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어서 적법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경찰의 훈방 조치는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따른 경찰서장의 즉결심판청구권에 근거한 것이다. 즉결심판청구권은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 범죄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들의 행위는 형법 제331조에서 규정한 특수절도죄 중 제2항의 합동절도죄에 해당한다. 이는 2인 이상이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력해 저지르는 범죄로서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한 범죄이다. 법정형으로 벌금형이 없으므로 미수범에 대한 감경을 하더라도 벌금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

 아버지에 대한 경찰의 훈방 조치는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하고(제2항), 수사를 마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제4항).

아들에 대한 경찰의 훈방 조치는 소년법에 어긋난다. 아들은 소년법의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하는 이른바 촉법소년이다. 소년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촉법소년을 발견하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한다.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이므로 형벌을 받을 수 없고, 보호처분만 받을 수 있다. 형벌은 전과기록으로 남지만, 보호처분은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경찰의 훈방권 행사를 주저하게 하는 법체계이다. 경찰의 의미 있는 형사정책적 활동이 법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입건 여부와 검찰이나 법원으로 송치 여부에 관한 경찰의 재량권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작업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일선 경찰들이 당당하게 훈방권을 행사하고 자율적인 판단에 책임질 수 있다. 범죄혐의자는 형사 절차에서 신속하게 벗어나서 불합리한 절차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재량권 행사에 대한 내·외부의 통제장치와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불복절차도 마련하여 재량권의 오·남용을 억제하고 사건관계인의 기본권도 보장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912271603351&code=124#csidx08cd86ed52c5320ba3bdda65248e254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