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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연예인 매니저 3人이 털어놓는 그들의 세계 - 이기호(성악전공)

  • 작성자 세계
  • 작성일 04.10.15
  • 조회수 20534
연예인 매니저 3人이 털어놓는 그들의 세계




그룹 ‘원티드’의 서재호(23)씨가 지난 8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면서 로드매니저란 직업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당시 사고 원인은 무리한 일정에 따른 졸음 운전. 흥분한 팬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예견된 인재였다”고 입을 모으며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스케줄 막기’에 바쁜 연예기획사 소속 밴 차량은 오늘도 새벽부터 밤까지 브레이크 없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가수를 맡든 연기자를 맡든 운전·현장관리 담당인 ‘로드매니저’는 가장 초급 단계의 신입 매니저를 지칭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경력이 쌓이면 (스케줄 담당) 매니저가 되고, 실장으로까지 승진한다.

“인터넷으로 ‘로드’ 채용 공고를 내면 최근에도 수십명씩 찾아온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막말로 운전기사인데 못 버티는 사람이 많아 한 달만 하고 그만두기도 한다.”(S엔터테인먼트사 L씨)

통상 체계가 갖춰진 기획사들은 로드매니저의 일을 1∼2년 시키는데 시간별로 서울시내 교통상황을 꿰고 있어야 하고, 불규칙한 지방출장 일정도 감내해야 한다. 가수가 새 앨범을 내면 3∼5개월 방송 활동을 하고 6개월은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때문에 한 로드매니저가 2명 이상의 가수 일정을 책임지기도 한다.

일렉트릭 퓨전밴드 ‘투지’의 매니저 이기호씨는 대학(27·국민대 성악과)을 휴학하고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경력이 1년 미만인 그는 4명의 여성멤버를 숙소가 있는 경기도 의정부 연습실에서 공연장까지 태워나르는 일과 스케줄 관리, 홍보 업무까지 도맡는다.

“엄밀하게 로드매니저는 아니지만 악기 수리를 위해 낙원상가를 오가고 신문·방송사 홍보를 위해 운전하고 다니니 차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죠. 공연을 위주로 하는 멤버들이 조만간 앨범을 내게 될 텐데 그러면 투자자 입장으로 바뀌겠죠.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있지만 우리 밴드가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는 데 만족감을 느낍니다.”

이씨처럼 ‘노력봉사’ 차원에서 일하는 로드매니저는 딱히 월급이란 개념이 없지만, 계약 조건에 따라 매달 고정급으로 60만원을 주고 주차비·식비 등 기본 경비는 영수증 처리를 해 주는 게 상례다.

매니저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직업’으로 지칭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반만 사실’이라고 말한다. ‘도박’에 가깝다는 말인데, 무명의 신인을 발굴해 벼락스타로 키워낼 경우 돈방석에 앉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입의 대부분을 다시 신인 발굴에 쏟아부어야 하고 매번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고 귀띔한다.

가수 JK김동욱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류호원(31)씨는 매니저 경력 4년차. 중간급 매니저로 케이블과 라디오 방송 음악담당 PD들을 만나 앨범 홍보에서 방송 출연 일정까지 챙기는 바쁜 일과를 소화하고 있다.

“스케줄 관리하는 매니저는 방송 전에 가수나 연기자가 준비해야 할 사항들도 꼼꼼히 체크해야죠. 무대에서 부를 노래를 사전 선곡하고 그날 행사에 따른 의상 등 컨셉트를 머릿속에 담아둬야 하고요.”

중간급 매니저의 업무도 기획사의 규모나 가수의 지명도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라디오나 케이블TV 출연 스케줄은 중간 매니저가, TV 프로그램 출연은 실장급이 맡는 식으로 분화돼 있다. 다만 가수가 ‘A급’이면 중간급 매니저도 TV 스케줄을 정리할 수 있다고 한다. 중간 매니저가 실장 직함을 달고 활동하기도 하지만, 대표 매니저인 실장이 되려면 연예계에서 6∼8년을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야 한다’는 게 정설.

류씨는 “대학에서 밴드 생활도 하고 한때 음반 제작에도 참여했지만, 연예 비즈니스의 꽃은 매니저란 생각이 들어 현장에서 뛰기로 했다”며 “음반산업에서는 영업과 기획력이 필요한데 ‘가수의 독특한 장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실장이 되면 급여부터 대우가 달라지고 앨범 판매, 방송 출연 등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4년차 매니저가 100만∼150만원의 박봉으로 생활하는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큰 편이다.

신촌뮤직의 전창섭(30) 실장은 이전에 가수 박효신을 뒷바라지하다 현재는 박화요비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 3년 때 로드매니저를 시작했다니 벌써 6년째로 접어든다.

“고정적인 월급은 얼마 안 되죠. 우리 기획사의 경우 음반 판매 인센티브와 행사 수익의 50%가 가수 몫이고 방송출연 수익은 실장에게 돌아옵니다. 글쎄요, 한 달에 250만원 정도 될까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실장(메인 매니저라고도 한다)이 된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음악을 들을 줄 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교 때 그룹사운드를 하고 음악을 공부해서 나름의 기본기가 탄탄한 게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봄 박화요비의 콘서트 밴드 연습 책임을 맡았고 별 탈 없이 공연을 마치며 또 한번 실력을 인정받았단다.

가수의 로드매니저부터 실장급까지 공통적인 희망사항은 뭘까. 대체로 ‘신인을 발굴해 키워서 음반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수기자/katusa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