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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파이낸셜뉴스] 강영구 보험개발원장, 보험의 혁신을 말하다/(정치외교학과 82) 동문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04.08
  • 조회수 8042

"상품 하나가 보험사 망칠수도.. 전문가가 리스크 관리해야"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가운데 보험업계가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단기성과를 위해 판매량을 늘렸던 저축성 보험들이 역마진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판매했던 저축성 예금의 이자는 꼬박 꼬박 고객에게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을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서 방카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는 계약에 대한 사후 관리 미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민원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보험 중심의 금융그룹들이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지만, 국내 보험업계는 아직 이러한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난국을 타개할 전문가들이 부족해 좀처럼 물꼬를 트기 어렵다.

보험업계는 이제 상품과 판매채널의 혁신 및 경영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보험업계의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을 맞아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갖고 현재 직면한 위기의 실체에 대해 전문가적 진단을 들어 봤다.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로서 현재 실질적으로 보험사들의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

▲내우외환이다. 밖으로는 지속되는 경제위기와 저성장 국면이, 내부에서는 장수리스크, 저금리 등에 포위된 형국이다. 특히 급격하고 지속적인 저금리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당국의 건전성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금리 확정형계약이 전체 보험료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에 이르고,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생보 전체 부담 금리도 6.5%(2012년 12월 기준, 변동은 4.4%) 수준으로 시장금리를 상회하고 있다. 현재 약 4.9%인 투자수익률이 더 하락하면 역마진 심화로 위기감이 더 커질 것이다. 신뢰성의 위기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이 전 금융권의 51.3%를 넘었다. 전년에 비해서도 18.8% 증가했다. 보험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연금저축 수익률 논란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가 느끼는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낮다. 단기수익이 아니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객의 이익과 함께할 때 보험산업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지고 위기에도 강해질 것이다.

―정책적 문제점과 업계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

▲우리나라는 세계 8위권의 보험강국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정책에서 보험이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 진전과 복지에 대한 관심 증가 등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또 보험업계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62.6%에 달했다. 저금리 속에 저축성보험의 증가가 자산운용 이익률을 낮추어 역마진을 낳고 있다. 보장이라는 보험산업 본연의 역할을 되집어 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보험환경에서는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등 손익 중심의 경영으로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 상품 하나가 보험사의 손익을 망치기도 하고, 정책 하나가 보험산업 발전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위기의 한가운데서 보험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보험사들이 한정된 상품으로 경쟁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해 개발원이 준비한 것들이 있나.

▲올해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보장성 상품의 개발, 고령화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연금 및 건강 관련 상품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관련 통계 및 신규위험률을 개발해 보험사의 신시장 확대를 지원할 것이다.

특히 해약환급금이 없는 보장성보험 상품, 은퇴 후 소득보장과 의료건강 수요에 부응하는 사적연금 및 민영건강보험 상품개발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여성에게 빈발하는 유방암, 골다공증 등을 특화한 여성전용 건강보험, 질병의 단계에 따라 보험금을 차등지급하는 보험상품 등 틈새시장 상품개발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 가축, 양식보험 등 정책성보험 개발 확대도 지원할 예정이다.

―차보험 손해율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있나.

▲차보험은 물가관리품목에 포함될 만큼 공적 성격이 강하고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시장논리로만 논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2012년 말 현재 자동차 대수가 1887만대에 달하고 있으나 현행 요율제도의 근간은 자동차가 266만대 정도이던 1989년에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율제도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 책임보험과 임의보험의 관리체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책임보험은 공적보험에 준해 관리하되 임의보험은 시장에 맡겨 시장원리에 충실하도록 하면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차보험의 고질적인 경영악화는 보험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급보험금의 약 61%가 수리비와 의료비이기 때문에 수가 일원화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 보험사들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보험정보 집중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성하고 있나.

▲보험정보에는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어 보험업계도 정보유출 방지를 통한 소비자 보호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보험정보에는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질병정보, 범죄정보 등 민감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어 엄격한 관리를 위해서는 공적기관이 취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정보관리에는 초기의 시스템구축비용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시스템 교체비용, 백업센터 운영비용, 보안시스템 운영비용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되어 여러 기관이 취급할 경우 소요되는 막대한 중복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법적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 동일한 보험정보를 취급자에 따라 보험업법, 신용정보법 등 다른 법률에 근거한다는 것은 동일 업무 동일규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 더욱이 신용정보법은 개인정보보호법과는 달리 개인정보의 보호보다는 신용정보의 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민감정보까지 포함된 보험정보를 신용정보법으로 규율하는 예가 없다. 보험정보와 신용정보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의 발주로 전문연구기관이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불리를 떠나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면서 기다려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개발원의 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일궈 놓은 몇가지를 얘기해 달라.

▲취임 이후 '권위적'이라는 개발원의 이미지를 시장 친화적인 조직(Head for Market)으로 바꾸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 왔다. 7개 본부를 5개 부문으로, 27개 실팀을 24개로 축소하고 결제만 하던 임원을 현업 부문장으로 배치해 현장 중심의 경영체계를 구축했다.

상품확인업무 진행정보 온라인 공개 등 고객 중심의 서비스 실천과제 15개를 발굴해 이미 11개를 완료한 바 있다. 시장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실무자의 보험사 파견, 보험업계 출신 전문인력의 임원영입 등 현장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했다.

그 결과 외부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고객만족도가 2010년 상반기 80.15점에서 2012년에는 약 85점으로 상승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개발원도 해외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은.

▲작년 한 해 동안 인도, 몽골,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총 8개국이 보험개발원을 방문했다. 30년 이상 보험업계에 몸담으면서 해외를 벤치마킹해 왔는데 이제 우리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함을 느낀다.

인도의 경우 사고정보조회시스템을 전수하기로 했으며 몽골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개발원에서 전문가를 6개월간 파견해 자동차배상책임 보험 노하우를 전수한다.

아시아에는 거대한 신흥시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사회구조로 인해 정확한 시장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요율산출기관을 통해 우리나라 보험제도를 전파하고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하는 현지정보는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금 보험사 CEO라면 무엇에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가.

▲보험은 장기 사업이다. 그런데 지금은 단기성과에 너무 급급해한다. 많은 보험업계 경영자를 만나면 본인들도 고민을 한다. 그러나 주주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만일 지금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라면 매출의 단기성과 중심에서 이익과 가치창조로 경영 목표를 옮겨가겠다.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다. 위기가 오면 외형에 대한 욕심은 버려야 한다. 계약이나 자산이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크 관리만 잘되면 건전성 유지는 쉬워진다. 또 기존상품의 리모델링이 아닌 상품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이 없으면 고객들이 감동하지 않는다. 보험사들 스스로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상품개발과 판매에서 혁신을 이룬다면 정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더 쏟게 될 것이다. 저축성 상품은 이제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 남아 있는 성장의 여백은 보장성으로 채워야 한다. RBC 비율이 400%를 넘는 회사들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해외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경영특화를 통해 열심히 하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장여력이 있다고 본다.

■ 약력 △57세 △경북 상주 △휘문고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밴더빌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금융감독원 보험검사국 팀장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부국장 △금융감독원 보험검사2국장 △금융감독원 보험서비스본부장 겸 부원장보 △보험개발원장(현)

원문 : http://www.fnnews.com/view?ra=Sent0401m_View&corp=fnnews&arcid=201304060100071670003777&cDateYear=2013&cDateMonth=04&cDateDay=07

출처 : 파이낸셜뉴스 기사보도 2013.04.07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