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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 車산업, 융합 인재가 경쟁력”/유지수 총장
“자동차 분야를 전공했다면서 단순히 기계만 잘 아는, 디자인만 잘 아는 ‘우물 안 인재’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단순히 협업(콜라보레이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공 외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다른 전문가를 배려할 줄 아는 ‘융합 인재’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것입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융합 인재’에서 찾았다. 유 총장은 융합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자동차 공학을 기반으로 정보기술, 디자인을 결합한 자동차 융합대학을 올해 신설했다.
사실 유 총장은 자동차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현대기아자동차 오토포럼 자문위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코리아오토포럼 위원,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도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코리아오토포럼 위원,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자문교수로 활동중이다.
국민대도 ‘자동차 명문’으로 손꼽힌다. 현대·기아차에 취업하고 싶으면 국민대 자동차관련학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달 26일 서울 정릉동 국민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나 ‘융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국내 최초로 올해 자동차융합대학을 신설한 이유는
현재 자동차 분야에서는 기계식으로 작동하던 기능을 전자장비화하는 전장화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기계만 잘 알아서는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계를 만지는 기술자들은 IT기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IT 기술자들도 기계를 잘 모른다.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자동차 융합대학은 기계를 하더라도, IT나 반도체를 이해하는 전문가, IT 및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더라도 기계를 아는 융합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했다.
사실, 자동차 산업에서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자동차 모델 수가 많아지고 같은 모델이라도 파워트레인이 달라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서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이면서도 다른 분야를 이해하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줄여 시간과 비용을 아껴 시장에 빨리 내놓을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산업도 융합을 필요로 한다. 국내 자동차메이커는 파워트레인 분야에 약하다. 100년 이상 축적된 아날로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독일이나 미국 메이커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전기차는 다르다. 국내 업체들은 전기차에 필요한 IT, 모터, 배터리, 섀시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이를 효과적으로 융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자동차·운송 디자인과를 설립한 이유도 융합 때문인가?
맞다. 국내 최고의 디자인 교육과 자동차공학교육 인프라를 융합해 올해 설립한 최초의 디자인학과다. 단지 아름답게 차를 설계하는 게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자동차 메커니즘을 모르면 공염불이다. 엔지니어가 디자인을 보고 설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독일 브랜드인 아우디의 경우 디자이너들이 공학적 개념을 이해하기에 성능도 뛰어나고 디자인도 훌륭한 자동차를 빨리 개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만나면 서로를 무조건 이기려 하는 풍토가 아직 남아있다. 상대방 분야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보니 고집만 부리게 되고, 결국 배가 산으로 간다. 결국, 기업에도 손해고 국가에도 손해다.
올해 처음 입학한 디자인과 학생들은 수치해석을 배운다. 융합대학 학생들도 디자인을 배운다. 전공과목 80%, 융합과목 20%를 수강한다. 자동차와 IT에 이어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융합 지식을 통해 다른 전공 분야를 이해하면 전공 분야의 깊이도 더해지는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다.
◆국민대는 산학협력 모범사례로 손꼽히는데, 성과는?
배우고 익혔으면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대는 실용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이론만 아는 교수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실무에 종사했던 교수를 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공부 잘하는 인재가 아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천형 융합 인재를 양성한다.
기업체 반응도 좋다. 현대차그룹에는 자동차융합관련 산학협력 과제를 제안해 수용단계에 와 있다. 규모를 어떻게 할지만 남았다. 또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민대 학생 1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하면 현대차그룹에 취업한다.
지난 2월에는 자동차산업협동조합과 산학협력 조인식을 체결했다. 자동차 융합분야 특성화가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자동차 안전 분야 솔루션을 사업화하는 창구인 네덜란드 TASS 인터내셔널과 첨단 안전 자동차 분야 기술발전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MOU도 체결했다.
국민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이어주는 허브 역할도 맡고 있다. 시스템 개발에 사용하는 시뮬레이션인 힐스(HILS, 가상통합개발환경)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오스트리아 AVL, 독일 IPG 등 세계적인 검증 전문 회사처럼 힐스를 통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검증해줘 대기업이 믿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중소기업을 키우고 대기업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동반성장과 진정한 산학협력이 국민대를 통해 실현되는 셈이다.
◆융합 인재를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방안은 없나?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배려, 존중이 필요하다. 자신만 알고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은 교육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박사학위도 소용없다. ‘우물 안 개구리’는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다.
국민대에서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융합 인재가 되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게 된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이 현대사회에서는 배려할 줄 아는 글로벌 융합 인재를 통해 현실화된다.
융합 인재를 국제적 감각을 지닌 전문가로 키우는 교육도 필요하다.
자동차 디자인분야에서는 한·미·영·중 디자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인재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CCS, 영국 RCA, 중국 중앙미술학원 등과 MOU를 맺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민대는 류현진, 추신수 등 야구선수처럼 인재를 육성해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표 선수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인재 양성소로 거듭나고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548345
출처 : 매일경제 기사보도 2014.04.08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