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조선일보] 北 지도부, 초코파이가 무서웠을까/안드레이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10년 동안 남북 교류 및 협력의 상징으로 꼽혀온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4월 초순 북한 측이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면서 '유령 공단'이 된 개성공단은 언제 가동을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실무 회담 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 측은 "남측이 적대 행위를 중지해야 공단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주장은 한국에 책임을 돌리기 위한 터무니없는 선동에 불과하다. 한국은 아무런 적대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지도부다. 만일 그들이 개성공단 폐쇄를 실제로 결정했다면 폐쇄를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이 대남 압력 수단으로 개성공단 가동을 임시 중단했다가 재개(再開)할 생각이라면 공단은 조만간 가동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입장은 미지수다. 북한 정권은 공단을 폐쇄할 중요한 이유도 있으며, 다시 가동할 중대한 이유도 있다. 개성공단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정권이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작년에 북한 측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은 외화 소득은 8000만~9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경제의 규모를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들은 이 돈을 벌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지만, 북한 지배층은 개성공단에 대한 우려감과 심지어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여지도 있다. 북한 서민들이 외부 생활, 특히 남한 생활을 잘 모르는 것은 체제 유지를 위한 '절대 조건'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북한 사회를 둘러싼 울타리에 난 커다란 '구멍'과 다를 바가 없다.
개성공단에서 5만4000명 북한 근로자들이 매일 800~900명의 한국인 직원들과 접촉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말조심 교육을 받고 스파이에 대한 공포가 심한 북한 사람들은 정치와 같은 위험한 화제를 논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의 옷차림, 외모, 행동양식만으로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또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남한 소비품과 생활 방식이 개성 근처뿐 아니라 전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개성공단에 다닌 적 없는 북한 사람들에게도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 생활수준이 일정 부분 드러나게 된다.
한국에 대한 소식의 팽창만큼 북한 지배계층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것을 찾기란 힘들다. 광복 이전 어렵게 살았던 지역이 이렇게 잘 발전했다는 사실은 북한 체제의 비능률 그리고 정권의 무능력을 국민에게 너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장마당으로 흘러가는 초코파이는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 있어 어떤 삐라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이다.
북한 정치 엘리트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소득의 원천이라기보다 권력 기반을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최근 김정은 정권의 국경 통제 강화 및 탈북 제한 정책 등에서 보이듯이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사상적 위협을 김정일 시대보다 더 중요시하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이 개성공단이란 구멍 가로막기를 결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주민의 소득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개성지역 서민들에게는 충격을 주고 적잖은 불만도 부추길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는 공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돈에 대한 욕심과 사상 파괴에 대한 공포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강할까? 우리는 몇 개월 안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16/2013051602674.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3.05.16 23:15